퀄컴, ‘저전력 AI칩’으로 엔비디아에 도전장…HBM 독식 구조 흔드나

IT·플랫폼 / 최영준 / 2025-10-29 18:06:12
LPDDR 채택해 전력효율·TCO 경쟁력 강화…‘AI200’·‘AI250’ 투입으로 반격 개시
▲ 퀄컴 /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글로벌 팹리스 기업 퀄컴이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공식 참전을 선언했다.

모바일 칩의 강자에서 AI 가속기 기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한 퀄컴은 초고가의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버리고 저전력 D램(LPDDR)을 채택하는 전략으로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 구조에 균열을 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2026년 ‘AI200’, 2027년 ‘AI250’을 잇따라 상용화하며 본격적인 AI 반도체 시장 진입에 나선다.

두 제품은 AI 학습보다 추론(Inference)에 최적화된 아키텍처를 갖췄다.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중심으로 한 엔비디아의 범용 구조와 달리, 퀄컴은 특정 연산 효율과 전력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퀄컴 전략의 핵심은 메모리다. 회사는 이번 신제품에서 AI 서버용 HBM 대신 모바일 칩에서 사용되는 LPDDR(저전력 D램)을 채택했다. HBM 대비 대역폭은 낮지만 단가가 저렴하고 전력 효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다.

AI200은 칩 하나당 768GB(기가바이트)의 LPDDR을 탑재해 엔비디아 차세대 ‘루빈’(288GB)보다 약 2.5배의 용량을 제공한다. 단일 칩 기준 메모리 용량이 확장되면서 데이터 전송 효율도 높아졌고, 전력 소모를 대폭 줄일 수 있다.

AI 인프라 운영비에서 가장 강조된 점은 전력이다. 엔비디아의 ‘루빈 울트라 NVL576’ 랙은 2027년 하반기 출시 기준 최대 600㎾의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행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퀄컴의 AI200 기반 랙은 160㎾ 수준으로, 동일 규모 운용 시 전력 부담이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전력 효율만으로도 데이터센터 운영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퀄컴은 이 같은 효율성으로 고객의 총소유비용(TCO)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한다.

퀄컴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펀드(PIF)가 지원하는 AI 기업 ‘휴메인(Humane)’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휴메인은 착용형 AI 기기 ‘AI 핀’으로 주목받은 스타트업으로 퀄컴은 이를 통해 실사용 환경 기반의 추론형 AI 반도체 수요를 먼저 확보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전력 효율형 칩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AI 서버 출하량의 62%가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하지만, 2027년에는 55%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퀄컴·AMD·인텔 등 추론 전용 칩 시장이 빠르게 커지며 GPU 중심 구조가 다극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퀄컴의 ‘전력 효율-저비용’ 전략은 AI 학습보다 추론 중심의 경량화 서비스에 적합해, 클라우드 기업들의 대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평가다.

메모리 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간 HBM을 중심으로 AI 수요에 대응해왔지만 LPDDR·GDDR 등 저전력·범용 메모리 제품군의 수요가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가속기 시장이 다변화되면 HBM에 집중된 공급 구조가 완화되고, 저전력 D램 중심의 새로운 협력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며 “퀄컴의 접근법은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도 포트폴리오 확장의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성능 중심의 ‘슈퍼컴급 AI칩’ 전략으로 질주하는 사이, 퀄컴은 효율 중심의 ‘실속형 AI칩’으로 맞서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성능 대 효율’의 두 갈래로 분화되는 흐름 속에서, 전력·비용·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정책 환경이 퀄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영준
최영준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최영준 입니다.
기자 페이지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신한·KB국민·하나 뚫은 해킹, 은행 '본체' 아닌 주변부 노려

    신한·KB국민·하나 뚫은 해킹, 은행 '본체' 아닌 주변부 노려

    최근 금융권에서 잇따른 해킹 사고는 인터넷뱅킹이나 계정계보다 대출모집인·임직원 등이 사용하는 외부 업무시스템에 집중됐다. 금융당국도 외부 웹페이지와 서버를 보안 사각지대로 지목하면서 금융권의 보안 점검 범위가 핵심 전산망에서 외부 접점으로 확대되고 있다.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정보유출이 확인된 곳은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과 현대캐피

    2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의 사업 중심은 이미 건설에서 AI·반도체로 옮겨갔다. 12월 SK에코엔지니어링 합병을 앞두고 다음 과제는 커진 외형을 본체의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8일 SK에코플랜트의 재무자료와 회사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0조504억원, 영업이익은 1조4650억원이다. 2분기에만 매출 5조1507억원, 영업이익 5336억원

    3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4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상반기 이후 1조3000억원 넘는 시공권을 추가하면서도 기존 사업장의 원가율을 낮춰 수익성을 함께 개선했다.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13개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총 4조110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민간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공공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

    4
    퍼스트솔라, JA Solar까지 제소…미 태양광 장벽 '관세서 특허로'

    퍼스트솔라, JA Solar까지 제소…미 태양광 장벽 '관세서 특허로'

    미국 태양광 시장의 진입장벽이 관세와 원산지 규제에서 핵심 제조기술 특허로 넓어지고 있다. 미국 퍼스트솔라(First Solar)가 중국 제이에이솔라(JA Solar)를 상대로 TOPCon 특허소송을 추가하면서 미국 시장에서는 생산기반과 공급망에 이어 지식재산권 관리가 새로운 경쟁요소로 부상하고 있다.5일 미국 법원 기록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First S

    5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최근 금융권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금융감독원이 국가배후 해킹조직의 공격 징후를 포착해 금융회사에 보안 강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iM뱅크와 SBI저축은행 등에도 실제 공격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사전 경고가 개별 금융회사의 보안체계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후속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손명수 의원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