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LCC 일부 감편… 슬롯 유지 부담에 운항 축소 딜레마

산업 / 전인환 / 2026-03-27 14:32:19
에어부산·에어로케이 국제선 일부 비운항
티웨이는 비상경영… 유류·수하물 요금 인상
국토부, 슬롯 회수 유예·항공 비축유 활용 검토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부담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노선을 감편하거나 비운항하고 있지만, 슬롯과 운수권 유지 부담 탓에 운항 축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인천공항 계류장/사진=연합뉴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운항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항공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축소에 나섰다.

에어부산은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달 부산발 괌·세부·다낭 등 국제선 3개 노선의 일부 비운항 계획을 공지했다. 에어로케이도 4~6월 사이 청주발 클락·울란바토르 등을 포함한 국제선 4개 노선의 일부 운항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확대한 티웨이항공은 지난 16일 사내 공지를 통해 비상경영 체제 시행을 알렸다. 유가와 환율 상승, 경쟁 심화가 겹치면서 수익성 방어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중동 사태로 항공유 평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시점부터 LCC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항공사 특성상 항공유와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의 외화 비중이 높은 데다 운임 인상 여력은 대형항공사(FSC)보다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늘어난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할증료와 수하물 요금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슬롯과 운수권 유지 문제 때문에 항공사들이 적자 축소를 위해 운항을 마냥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외 관련 규정에 따르면 슬롯은 통상 80%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 시즌 우선 배정을 받기 어렵다. 특정 항공사가 오전 10시 출발 슬롯을 보유했다면 동·하절기 중 해당 시간대를 80% 이상 운항해야 기득권이 유지된다.

반대로 운항 횟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조정 대상이 되고, 다른 항공사가 해당 시간대 슬롯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 항공사가 이를 다시 확보하려면 경쟁을 거쳐야 한다. 이는 항공사들이 노선 운영을 지속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항공사 CEO 간담회’에서 국내 항공사들은 국토교통부에 슬롯과 운수권 회수 유예, 항공 비축유 활용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국토부는 고유가 상황이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기존 예약자 불편 가능성도 있어 슬롯 회수 유예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운항 축소에도 기득권을 유지할 경우 기존 예약자 불편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항공 비축유 활용은 관계 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국토부는 향후 유가 추이와 업계 위기 수준을 지켜보며 추가 대응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CC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고환율에 대응해 전 노선의 수익성을 점검하고 시장 수요와 유가 추이에 맞춰 노선 운영을 조정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항공권 운임 상승과 경기 둔화에 따른 여행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ji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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