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수출전망지수 급락...잘나가던 자동차수출 제동걸리나

체크Focus / 조봉환 기자 / 2023-09-20 17:24:34
무협, 4Q EBSI조사서 車 77.4로 급락...수출전망 비관적
대기수요 소진 등 악재...전체 EBSI도 108.7서 90.2로 뚝
선박 제외 대부분 업종 부정적 전망..."수출플러스 요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수출효자 자동차 수출이 4분기엔 전망이 어둡다는 조사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반도체가 사상 초유의 장기 불황에 허덕이던 사이 그나마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K자동차 수출은 30%를 넘나드는 수출증가율을 이어왔다.


혹한기의 반도체가 글로벌 수요부진과 ASP(평균판매단가) 하락으로 큰 폭의 수출 감소율을 보여준 것과 달리 자동차 수출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며 새로운 수출효자이자 수출위기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잘 나가던 자동차수출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일까. 4분기 자동차업계의 수출전망지수가 급락했다. 업계가 10월 이후 수출전망을 그만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 고성능 메모리 호조...반도체 100 돌파 가시권

한국무역협회는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90.2를 나타냈다고 20일 밝혔다. 3분기 EBSI가 108.7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8.5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EBSI는 무역협회가 매분기 시작 전 2주에 걸쳐 2천여개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한 수출전망 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중간값인 100을 기준으로 이 보다 높으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이란 것을 의미한다. 100 밑으로 멀어질 수록 수출 전망이 더 어둡다는 얘기다.


무협 발표 EBSI는 3분기엔 108.7로 전부기 대비 콘 폭(19.8) 상승했다가 한 분기만에 급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국제유가 급등 등 수출 환경이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작년 2분기부터 100을 밑돌던 EBSI는 계속 떨어지다가 올 1분기엔 81.8까지 추락했다. 이후 2, 3분기 연속 급등세를 보이며 기준선 위인 108.7까지 올랐는데, 이번에 다시 기준선을 크게 하회한 것이다.

 

▲수출전망지수 추이. <그래픽=연합뉴스제공>

 

눈에 띄는 것은 반도체와 자동차의 EBSI가 엇갈린 행보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1년 넘게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반도체의 EBSI가 기준선에 근접(99.3)하며 수출회복 기대감이 높아진 반면, 자동차·자동차 부품의 EBSI는 77.4로 폭락했다.


반도체는 전반적인 수요회복의 조짐에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지만,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중심으로한 고성능 메모리 수출이 크게 호조를 띠며 EBSI 100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 글로벌 시장경쟁 격화...자동차 수출 호조세 약화

범용 메모리 역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의 대대적인 감산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며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곧 4분기 이후 업계의 수출 회복 기대감을 키우는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자동차는 반도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혹한기에 반도체의 빈자리를 메우며 수출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자동차이지만, 4분기 이후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던 자동차 수출에 급제동이 결릴 것이란 얘기다.


무역협회는 이에 대해 세계적으로 자동차 공급망의 병목 현상을 초래했던 차량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면서 그간 쌓여있던 대기 수요가 대부분 해소돼 수출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자동차 수출의 폭풍성장을 견인했던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전선에도 난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비관적 전망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전기차는 최근 해외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돼 수출 호조세가 점차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업체를 필두로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며 가격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4분기 이후 자동차 수출전망을 어둡게하는 요인이다. 수출시장에서 높는 가성비로 큰 효과를 봤던 국내업체들의 대외 경쟁략 약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4분기 수출전망지수가 전분기에 비해 급락했다. 업계의 수출전망이 매우 어둡다는 방증이다. 사진은 부산항 수출입 부두. <사진=연합뉴스제공>

 

◇ 유가급등 등 수출여건 악화일로...실효성있는 정책 필요

이번 조사에선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 둔화와 유가상승이 수요부진과 원가상승을 연쇄적으로 유발하며 수출여건의 악화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항목별로는 수출상담·계약, 수출대상국 경기 등 거의 모든 항목의 지수가 기준선(100)을 하회한 가운데 특히 제조원가와 수출채산성에 대한 전망이 가장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선박(145.8), 무선통신(102.7), 의료정밀과학기기(119,4), 생활용품(116.4) 등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은 모두 100을 넘지 못했다. 특히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69.5), 섬유·의복제품(75.5), 자동차 업종이 4분기 수출 전망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4분기 수출의 최대 애로점에 대해선 원자재 가격 상승, 수출국 경기 부진, 바이어의 가격인하 요구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원가상승이 전분기 대비 가장 높게 나타났다.


4분기 EBSI가 전반적으로 약세로 돌아섬에 따라 4분기 이후 수출플러스 기대감이 요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가 초강세를 유지하고, 반도체까지 눈에띄게 회복된다면 수출플러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하지만, 반도체 수출이 완전히 회복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해보이고, 자동차 수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돼 올해 월간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출기업들이 4분기 이후 수요부진, 원가상승, 단가압력 등 삼중고에 시달릴 것"이라며 "수입 원자재 할당 관세 적용을 연장·확대하고, 무역금융 확대, 수출바우처 등 실효성 있는 좀 더 수출진흥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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