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소홀과 운영 미숙에 조직위 뭇매…여야는 '네탓 공방'
폴란드대통령 방한 취소…정부 11일 초대형 'K팝 콘서트'추진
| ▲ 8일 오후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충남 천안 백석대 기숙사에 도착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입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살인적인 가마솥 더위에 이어 대형 태풍 '카눈'까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역대급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 운영으로 국내외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지난 7일 잼버리 참가 대원과 지도자들의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원래 종료일을 닷새 앞두고 결국 조기에 문을 닫은 셈이다.
이에 따라 앞서 지난 4일 새만금 야영지를 떠난 영국과 미국 외에 남은 156개국 3만7천여명의 참가자들은 8일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야영지에서 서울 등 각지로 대이동을 시작했다.
정부는 모든 대원들을 서울, 경기, 충남 등으로 분산 배치하고 남은 4박 5일 일정 동안 잼버리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 파행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잼버리 파행 운영으로 인한 후유증이 날로 심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새만금 잼버리 유치가 결정된 이후 지난 6년간 어떻게 준비를 했길래 이 정도로 엉망인 상황을 만들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 태풍 카눈 북상, 개막 6일만에 참가자 전원 철수
새만금 잼버리는 개막 첫날인 지난 1일부터 조직위원회의 준비 부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배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야영장 곳곳에 물웅덩이가 발견돼 파리, 모기 등 해충들이 들끓었고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은 위생 상태도 최악이었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찜통 더위가 이어지는데도 넓디넓은 새만금 벌판에 제대로 쉴만한 그늘조차 없어 대원들이 플라스틱 팔레트 위에 겨우 텐트를 설치했고, 그나마도 포기하고 곳곳에 주저 앉는 대원들이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조직위의 안일한 대응도 뭇매를 맞고 있다. 역대급 더위에 온열질환추정 사망자가 20명을 넘고 잼버리 현장에서도 첫날부터 온열질환자가 400여 명이 넘게 속출했는데도 조직위는 중증환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힘겨워하는 대원들에게 ’스카우트 정신‘을 강요하는 어처구니 없는 태도를 보여 빈축을 샀다.
일각에선 이번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은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을 제기한다. 새만금잼버리는 유치 당시부터 바다를 메워 조성한 부지라 그늘이 전혀 없고 혹서기인 8월초에 열려 원천적으로 뾰족한 폭염 대책을 내놓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8월은 장마가 지나고 폭염과 태풍이 번갈아 발생할 수 있는 시기인 점을 고려, 조직위측이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하고, 만일의 사태에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폭염과 조직위의 준비 소홀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데 이어 태풍까지 겹치면서 개막 6일만에 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새만금을 떠나게 됨에 따라 향후 잼버리 파해을 둘러싼 책임 공방 등 후유증이 상당할 전망이다.
무려 1천억 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쓰고도 폭염, 화장실, 먹거리 대책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데 따른 ‘네 탓 공방’이 시작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잼버리 파행을 질타하는 야당에 대해 여당측이 "문재인정부 시절 유치한 것"이라며 또다시 전 정부 탓을 하는 등 정치 공방도 가중되고 있다.
| ▲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으로 폴란드 대통령이 방한을 전격 취소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한·폴란드 정상회담 후 윤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방산 빅바이어 폴란드 '안제이 두다 대통령' 방한 전격 취소
외교적으로도 파행 후유증이 확산하고 있다. 잼버리 기간에 맞춰 방한 예정이었던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방한 일정을 하루 전날 전격 취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두다 대통령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기간인 9일 방한, 오는 12일로 예정됐던 잼버리 폐영식에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폴란드는 2027년 차기 스카우트잼버리 개최국으로, 폐영식에서 두다 대통령이 세계잼버리대회 깃발을 이어받을 예정이었으나 이번 대회가 태풍의 북상으로 조기 중단되면서 방한을 다음으로 미뤘다. 이에따라 폴란드에 무기수출을 추진 중인 국내 방산기업인들도 함께 현장도 직접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 일정도 모두 취소됐다.
폴란드는 국내 방산업체들의 빅바이어로서 두다 태통령 방한이 매무 중요한 이슈였으나 잼버리 파행으로 정부와 방산업계에 난처한 입장에 놓인 셈이다.
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이은 두다 대통령의 방한으로 양국간 2차 방산 수출 이행 계약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댔지만, 이번 사태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폴란드는 지난해 한국과 약 17조 원에 달하는 방산 계약을 체결한 K방산의 핵심 수출국이다. 지난해 방산 수출액의 72%에 이른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핵심 ‘관문’으로도 평가된다.
정부는 최근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등 폴란드 내부 문제가 방한 취소의 주요인이라 말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파행을 거듭한 이번 잼버리로 차기 개최국조차 한국 사례를 참고할 이유가 없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단 더이상의 파행을 막고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초 폐영일인 12일까지 일정을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내각과 참모들에게 “한국에 자녀를 보낸 각국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게 안전하고 소중한 추억이 남는 잼버리가 되도록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하면서 폐영식 전날(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던 K팝콘서트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7일 변산해수욕장에서 물놀이와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부안군> |
◇ 상암경기장서 대규모 K팝 공연…정부, K팝스타 '총동원령'
문화체육관광부는 새만금 잼버리의 대미를 장식할 K팝 공연이 오는 11일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경기장)에서 열린다고 8일 밝혔다. 폐영식도 같은 곳에서 공연에 앞서 진행된다.
문체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의 콘서트 장소 재변경은 태풍 카눈의 한반도 통과 예보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 스타들을 총동원해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 운영 운영으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4만여 세계 잼버리 참가자들의 마음을 달래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정부와 조직위는 콘서트 출연진 등 공연의 구체적인 구성과 진행 내용은 추후 공개하기로 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새만금 잼버리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공연으로 멋지게 마무리하려던 계획이 태풍의 진로 변동 때문에 불가피하게 변경돼 안타깝다"면서 "새만금 잼버리는 상암의 K팝 콘서트 드라마로 계속 힘있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11일 공연은 4만여 스카우트 대원들이 K컬처의 매력과 진수를 경험하고 하나가 되면서 잼버리 대회의 피날레를 감동적으로 장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 걸그룹 뉴진스. 11일 K팝콘서트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텐아시아> |
K팝계에선 잼버리 파행으로 곤경에 빠진 정부와 조직위가 K팝스타들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여 뉴진스, 있지, 내로라하는 K팝스타들이 대거 참여하는 역대급 K팝콘서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예정보다 K팝 콘서트의 규모가 크게 달라짐에 따라 일부 K팝스타들은 방송 일정까지 차질을 빚으며 공연준비에 들어갔다.
잼버리 파행 운영으로 국가적 망신을 초래하며 안팎으로 곤경에 처한 정부와 조직위의 구원투수로 전격 출격하는 K팝스타들이 등돌린 세계 스카우트들의 마음을 얼마나 달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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