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기보다 적자폭 1조1천억 줄어...D램 2분기만에 흑자전환
HBM3·DDR5 등 고부가 메모리 호조에 4분기 적자탈피 가능성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을 방문,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제공> |
SK하이닉스(이하 하이닉스)가 '반도체의 봄'을 맨앞에서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 불황을 딛고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적자는 대폭 줄이며 오랜 불황의 터널을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에 매출은 전분기 대비 25% 가량 늘어났고, 영업적자는 40% 가까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이후 기나긴 적자탈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하이닉스가 업계의 실질적 리더인 삼성전자보다 빠른 실적개선 속도를 바탕으로 흑자 전환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것은 범용 메모리에 대한 선제적인 감산조치와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LPDDR(모바일용) 등 부가가치가 높은 고성능 메모리에 올인한 덕분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고가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선점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이닉스는 현재 4세대 HBM를 거의 독점 공급중이다.
◇ 고부가제품 덕 매출 25% 증가...시장전망치 상회
하이닉스는 26일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작년 4분기 이후 4연속 분기 조단위 적자를 냈지만, 적자폭은 대폭 줄였다.
지난 2분기에 2조8821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37.8% 축소된 것이다. 1분기만에 금액기준으로 1조1천억원의 적자를 줄인 셈이다.
| ▲SK하이닉스의 이천공장 현장. <사진=SK하이닉스제공> |
고성능 메모리 부문의 강세에 힘입어 D램 부문은 2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한때 메모리업계 최고 효자였다가 이젠 '애물단지'로 전락한 낸드의 적자 규모가 약 1조원을 크게 웃돈다는 의미이다.
매출 증가세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은 9조66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4.1% 증가했다. 지난 2분기 증가율(43.6%)엔 못미치지만, 전방산업인 IT(정보기술)시장의 총체적 경기 침체를 감안할때 매우 의미있는 상승이다.
반도체 업황이 혹한기로 빠져들기 직전인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출은 17.5% 쪼그라들었지만, 매출 상승세의 핵심 요인이 부가가치가 높은 HBM, DDR5 등에 몰려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들의 평균 전망치를 근거로 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8조719억원, 영업손실 1조6515억원이었다. 결국 영업손실은 1405억원 밑돌았지만, 매출은 컨센서스를 1조8천억 가량 초과한 것이다.
3분기 매출 증가는 D램과 낸드 모두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물론 D램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게 하이닉스 측의 설명이다.
특히 3세대 HBM2E, 4세대 HBM3 등 고가의 HBM과 DDR5, LPDDR5X 등 고성능 D램 비중이 크게 늘어난게 매출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 이중 HBM3와 모바일기기용 7세대 LPDDR5X 24GB패키지는 하이닉스가 거의 독점 공급중이다.
| ▲이천 하이닉스 본사 전경. <사진-SK하이닉스제공> |
◇ 고성능 메모리 중심 믹스개선, 매출 늘고 손실폭 줄어
범용 메모리의 전략적임 감산에 HBM시리즈와 고부가 D램 제품 비중을 늘리는 소위 '믹스개선' 효과로 인해 하이닉스는 별도의 설비 증설 없이도 매출 증가와 손익구조 개선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라이벌 삼성전자와 비교해도 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크게 선방했음을 알 수 있다. 오는 31일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의 반도체부문(DS부문)의 영업적자는 다략 3조7천억 안팎으로 추정된다. 하이닉스 보다 삼성의 반도체 적자가 약 2조원 가량 많다는 얘기다.
물론 삼성은 메모리 외에도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사업을 겸하는 종합반도체업체(IDM)이다. 메모리 전문업체인 하이닉스와 단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메모리로 범위를 좁혀 두 회사를 비교해도, 하이닉스이 실적 개선 속도가 확실히 빠른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전체 메모리 출하량이나 매출에서 고성능 고부가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하이닉스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이닉스가 고성능 고부가 메모리 부문의 선전으로 D램 부문에서 적자탈출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하이닉스의 전체 분기실적이 플러스로 턴어라운드할 시점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록 D램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적자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하이닉스의 전체 분기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야 반도체 업황이 혹독한 '겨울'을 지나 진정한 봄이 찾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소 엇갈린다. 업계에선 AI용 HBM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다, D램과 낸드 모두 ASP가 반등하고 있어 하이닉스가 4분기엔 소규모지만 흑자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 ▲메모리 업황이 개선되며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앞서 적자탈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4분기 VS 내년 1분기 이후...흑자전환 시점, 전망 엇갈려
D램 ASP가 몇달 새 10% 이상 오른데다 HBM3 시장이 연평균 70% 안팎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핵심 근거다. 실제 D램 중 가장 범용 제품인 'DDR4 8Gb제품도 최근 한달 사이에 가격이 5%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과 업계 일각에선 여전히 메모리 주류인 낸드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 및 가격회복이 더딘 것을 이유로 들며 하이닉스의 분기 흑자전환 시점을 내년 1분기 이후로 보고 있다.
고성능 메모리의 판매 호조로 인해 4분기에 적자폭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질 수는 있어도, 당장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기엔 아직 좀 이른감이 있다는 관측이다.
하이닉스 측 역시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내면서도 4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박명수 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부사장)은 26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3, HBM3E까지 내년도 캐파가 현 시점에서 솔드아웃 됐다. DDR5 역시 3분기부터 물량 부족한 상황에 접어들었다"며 실적개선 흐름이 가속페달을 밟을 것임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모두 고성능 메모리 수요 호조에 실적개선이 뚜렷하지만, 결국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는 낸드의 부활이 반도체 흑자전환의 시점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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