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세계號’ 방향키 잡은 정용진… 리더십 기대 속 돌발행동 우려도

체크Focus / 이슬기 기자 / 2024-03-12 11:35:21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입사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용진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계열사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급변하는 유통환경에서 정 신임 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2006년 11월 부회장직에 오른 이후 18년 만의 인사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승진 인사에 대해 “정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직함으로 그룹 총수 지위를 유지한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 승진으로 시장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며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임원인사에서 ‘신상필벌’과 ‘성과주의’를 강조하며 대표의 절반을 경질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정용진의 남자라고 불리던 강희석 이마트 대표도 경질돼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국내 유통업계는 최근 수년 새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 유통 강자였던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며, 만년 적자 기업 쿠팡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국내 유통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여기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는 무서운 성장세로 급부상하며 국내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회장의 승진 인사에 대한 업계의 평이 갈리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위기 상황에 내몰린 지금이 정 회장의 실력을 검증할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신사업을 실패한 정 회장의 경영능력이 기업의 위기를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앞서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피코크 ▲스타필드 등의 자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며 한때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반면 ▲제주소주 ▲삐에로쑈핑 ▲부츠 등의 사례를 언급할 때는 ‘마이너스의 손’이란 오명이 수식어로 따라 붙고 있다.

더 나아가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면서 진행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은 이마트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마트는 2021년 패션 쇼핑몰 w컨셉, 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 이베이코리아(현 G마켓), SCK컴퍼니(스타벅스) 지분 추가 획득, 2022년 미국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 인수 등에 약 4조20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했다.

이에 이마트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4조3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9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12.8%에서 150.5%로, 차입금 의존도는 27.7%에서 34.1%로 악화했다.

 

▲ 신세계 주주들이 모인 종목토론방 화면캡처.

 

아울러 정 회장의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촉발되는 ‘오너리스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재벌가의 오너들이 개인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멀리하는 것과 달리, 정 회장은 활발한 SNS 활동으로 소통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업계에서는 위기에 직면한 이마트의 상황을 볼 때, 예측하기 어려운 오너의 SNS 활동이 경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2월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용진 부회장, 한가한 SNS 즐길 때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캡처해 공유하며 ‘너나 잘하세요 별 ××놈 다 보겠네’라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당시 기사의 내용은 정 회장의 SNS 활동을 비판하며 경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이후 정 회장은 ‘네가 더 한가해 보인다’고 수정했다.

현재 정 회장은 승진 이후 인스타그램의 일부 게시물을 삭제했다. 또한 그의 인스타그램 소개란을 뒤집어보면 나타나는 ‘멸공’이란 단어도 사라졌다.

정 회장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예측 불가한 그의 SNS 활동이 오너리스크를 키우는 촉진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의 기행적인 행보는 소위 ‘재벌 팬덤’을 형성하기에는 즉각적인 반응과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 회장의 승진 인사가 난 지난 8일 신세계 주주들이 모인 종목토론방에서는 ‘신세계 최대 악재 출현’, ‘정용진 승진 악재’, ‘오너리스크’ 등의 비판글이 쇄도하는 등 정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우려하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11일에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정 회장의 승진에 대한 논평을 통해 “승진보다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기업 밸류업 대책을 내놓는 것이 옳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은 “그룹 전체 차입금 축소가 절실한데 정 회장과 경영진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본업과 무관한 인수·합병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회장이 그동안 등기이사는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책임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경영 위기가 초래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주주, 경영진, 이사회와 얼라인먼트(alignment·정렬)를 만들고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서 책임경영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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