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3대 메가프로젝트’, 균형발전=산업전략

정치·사회 / 조봉환 기자 / 2026-06-29 16:40:45
반도체·피지컬AI·AI데이터센터 삼각축 제시
서남권 투자 논란에도“기업 손해 보지 않는 구조”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와 피지컬A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대한민국 산업 대도약의 삼각축으로 제시했다. 단순한 지역 투자 발표가 아니다. 수도권과 일부 거점에 집중돼온 첨단산업 지도를 서남권과 전국 단위로 넓히겠다는 선언이다.

이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올해를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꿈이 시작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핵심 과제로는 초격차 산업강국으로의 도약을 제시했다. 반도체, 피지컬A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그 축이다.

행사의 무게도 작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정부가 산업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민간 기업이 투자 계획으로 호응하는 형식이었다. 이 대통령은 두 총수를 향해 감사의 뜻을 밝히며 이번 성과를 “국민적·역사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가장 큰 축은 반도체다. 이 대통령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생산 거점을 빠르게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서남권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통해 압도적인 공급역량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기존 반도체 생산 축은 용인과 평택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 대통령은 이들 설비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남권 반도체 투자를 단순한 지역 배려가 아니라 국가 공급망 확장 전략으로 규정한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반발도 나온다. 호남 또는 서남권 반도체 투자를 두고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정치권력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용수와 전력, 인력, 협력업체 생태계가 충분한지도 논란이다. 반도체 투자는 정치적 구호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입지와 인프라, 경제성이 모두 맞아야 한다는 지적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도 이 지점을 의식했다. 그는 일각의 우려처럼 기업에 손실과 위험을 강요하면서 국가적 필요를 관철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업이 손해 보지 않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핵심은 강제가 아니라 조건 조성이라는 설명이다.

이 말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격을 보여준다. 정부가 기업을 억지로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전력·용수·부지·인허가·인력 기반을 정부가 깔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논란은 남지만, 산업정책의 방향으로는 현실적이다. 첨단산업은 민간 투자만으로도, 정부 계획만으로도 완성되지 않는다.

두 번째 축은 피지컬AI다. 피지컬AI는 인공지능이 제조 현장, 로봇, 물류, 자동차, 공장 설비 등 현실 세계의 기계와 결합하는 영역이다. 챗봇이나 검색 중심의 AI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을 바꾸는 기술이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다시 데이터센터로 모여 산업 혁신을 이끄는 선순환 체계를 강조했다.

세 번째 축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반도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모으고, 저장하고, 학습시키고, 다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전국 각지에 데이터센터 구축을 중요한 과제로 언급한 이유다.

결국 3대 프로젝트의 구조는 하나로 연결된다. 반도체는 연산 능력을 공급한다. 데이터센터는 AI가 작동할 기반을 제공한다. 피지컬AI는 그 AI를 공장과 로봇, 산업 현장으로 옮긴다. 이 세 축이 맞물릴 때 한국 산업은 단순 제조 강국을 넘어 AI 기반 산업강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번 보고회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대목은 균형발전이다.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과 새로운 AI·반도체 거점의 수요가 일치한다고 봤다. 이는 기존 균형발전 정책과 다르다. 과거 균형발전이 공공기관 이전이나 도로·철도 건설에 머물렀다면, 이번 구상은 첨단산업 자체를 지역에 심겠다는 데 방점이 있다.

물론 성공 조건은 까다롭다. 서남권 반도체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전력망과 용수 공급, 부지 조성, 인허가, 전문 인력 양성, 협력업체 유치가 순서대로 맞물려야 한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전력 수급과 지역 수용성이 핵심이다. 피지컬AI는 제조 현장과 로봇 생태계, 소프트웨어 인력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를 직접 챙기겠다는 뜻도 밝혔다. 청와대 안에 3대 메가프로젝트 직할 담당관을 두고, 대통령이 직접 신속한 집행을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발표로 끝내지 않고 집행 체계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 프로젝트는 이재명 정부의 성장 전략이다. 복지와 민생 회복만으로는 집권 2년 차 국정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이번 보고회를 통해 산업, 지역, 기업, 미래 기술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었다. 경제성장과 지역균형을 동시에 잡겠다는 승부수다.

평가는 실행에서 갈린다. 서남권 반도체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고, 데이터센터가 전국에 구축되며, 피지컬AI가 제조 현장에 적용된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산업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입지 논란과 인프라 지연, 기업 투자 축소가 이어진다면 정치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방향 자체는 분명하다. 한국은 반도체를 넘어 AI 산업국가로 가야 한다. 수도권 중심 성장도 한계에 부딪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3대 메가프로젝트는 이 두 문제를 한꺼번에 풀겠다는 시도다. 논란은 남지만, 산업과 지역을 함께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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