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로 돈 몰리자 저축성보험 식어…보험사 장기자금도 흔들리나

경제·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6-22 17:04:17
5대 은행 ETF 판매 56조7348억원…방카슈랑스 신규 판매는 4.2% 감소
판매 감소와 해약 증가는 구분…창구 머니무브, 보험사 장기자금 기반 변수로
▲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AI 이미지

 

은행 창구의 자금 흐름이 바뀌고 있다. 국내 증시 강세를 타고 상장지수펀드(ETF) 판매가 급증한 반면, 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 판매는 줄었다. 단순한 투자상품 선호 변화로만 보기 어렵다. 저축성보험은 생명보험사의 장기 운용자금 기반 가운데 하나로 은행 창구에서 ETF가 보험을 밀어내는 흐름이 길어질 경우 보험사의 장기자금 조달 구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ETF 판매 증가를 곧바로 기존 저축성보험 해약 증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신규 판매 감소와 기존 계약 해약은 다른 문제다. 은행 창구에서 새로 팔리는 보험이 줄어든 것인지, 기존 가입자가 보험을 깨고 ETF로 옮겨간 것인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8일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ETF 판매 규모는 총 56조734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2149억원보다 10.8배 늘었다. 판매 수수료도 441억원에서 4918억원으로 11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은행이 보험사로부터 위탁받아 판매하는 보험 상품인 '방카슈랑스' 신규 판매액은 7조97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조3245억원보다 4.2% 줄었다. 판매 수수료 수익도 2926억원에서 1348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은행 창구의 보험 판매 수수료는 줄고 ETF 판매 수수료는 급증한 셈이다.


최근 몇 년간만 해도 은행 창구에서는 방카슈랑스가 ETF보다 우위에 있었다. 방카슈랑스 판매 규모는 2023년 10조1677억원, 2024년 13조9557억원, 2025년 15조6589억원 등으로 매년 확대됐다. 같은 기간 ETF 판매 규모는 2023년 6조5878억원, 2024년 9조2738억원으로 방카슈랑스에 못 미쳤다.

 

흐름은 지난해부터 바뀌었다.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금이 보험보다 ETF 등 투자상품으로 향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지난해 ETF 판매액은 22조557억원으로 방카슈랑스 판매액 15조6589억원의 1.4배에 달했다.

월별 흐름도 뚜렷하다. 지난달 ETF 판매액은 15조3114억원으로 전월 9조9748억원보다 54%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방카슈랑스 판매액은 1조6735억원에서 9464억원으로 43% 줄었다. 이달에도 18일까지 ETF는 7조8198억원이 판매된 반면 방카슈랑스는 6862억원에 그쳤다.

은행권에서는 투자상품 선호 확대와 달러보험 수요 감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들의 자금 운용이 예·적금 중심에서 ETF 등 투자상품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며 “소액 분산투자와 시장 대응이 가능한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보험 판매는 전반적으로 다소 감소하는 흐름”이라며 “증시 호조에 따른 투자성 상품 선호 확대와 은행권의 비예금상품 영업 다변화, 보장성 보험 판매 프로세스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보험 수요 감소도 판매 둔화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증시 강세에 따라 고객 관심이 ETF로 이동한 점과 환율 상승으로 달러보험 수요가 감소한 점이 함께 작용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ETF 판매 증가가 저축성보험 해약으로 직접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도 “투자자금이 보험보다 투자상품으로 유입되는 경향은 나타나고 있지만, ETF 선호가 기존 저축성보험 해지로 직접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생보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는 약 9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감소했다. 특히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는 같은 기간 32.2% 줄었다.

그러나 해당 회사의 저축성보험 보유계약은 약 89만7000건, 보유계약 금액은 약 38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 3.8% 증가했다. 신규 판매는 줄었지만 기존 계약 기반은 유지된 셈이다. 투자자금이 ETF로 쏠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기존 보험을 대거 해지하는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생명보험협회도 업권 전체 기준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저축성보험 신규 판매가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일부 저축성보험 해약 증가 흐름은 있다”며 “증시 상승에 따른 투자자금 이동 가능성 외에도 기존 계약 만기 도래, 생활자금 수요, 금리 수준, IFRS17 이후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은행 창구에서 저축성보험 판매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다. 저축성보험은 과거 생보사의 장기 투자 재원과 고객 기반을 형성해 온 상품이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지만, 방카슈랑스의 위축이 장기화되면 장기자금 유입 경로가 좁아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생보사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4.6% 감소했다. 보험연구원도 2026년 생명보험 수입보험료 성장률이 저축성·변액보험 부진 영향으로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구조가 다르다. 방카슈랑스 수수료 감소를 ETF 판매 수수료 증가가 만회하는 흐름이다. ETF 매각 대금이 은행 계좌로 재유입되는 만큼 자금 이탈이라기보다 은행 채널 안에서의 상품 전환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머니무브는 은행과 보험사의 이해가 갈리는 사안이다. 은행은 ETF 판매 확대로 비이자수익을 키울 수 있다. 반면 보험사는 은행 창구에서 저축성보험 판매 기반이 약해질 경우 장기자금 확보와 상품 포트폴리오 운용에 부담을 받을 수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예·적금이나 보험에 장기간 자금을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ETF 등 다양한 상품을 직접 비교하고 자산을 배분하는 흐름은 구조적 변화로 볼 수 있다”며 “향후에는 목적과 위험 성향에 따라 보험과 투자상품을 함께 구성하는 방식으로 자산관리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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