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노동 · 근로시간저축제 도입 등… 근로시간제도 개편

산업 / 박미숙 / 2023-03-06 14:47:52
정부, 미래노동사회연구회 권고안 토대로 '주 52시간제 유연화' 노동 시간 개편
노동계 "선택권이라는 포장속에서 노동자를 기만하는 개편이다"며 반발
▲ 고둉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노동시간 유연화' 관련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사진=토요경제>

정부가 노동시간을 주 최대 69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주요 핵심은 '주 52시간제 유연화'다. 일이 많을 때는 집중적으로 일하되, 그렇지 않을 때는 충분히 쉬도록 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이 ‘과로 위험’ 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고둉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지난해 전문가 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정부에 권고한 권고안을 토대로 마련됐다.

정부는 현재‘1주일에 52시간(일일 8시간x5일+최대 12시간)’단위로 관리되는 연장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노사 합의하에 ‘월·분기·반기·연’으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한 주에 최대 69시간 또는 64시간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월 단위로 노동시간을 정한다면 한달(4주)를 모두 한 단위로 통합해 4주에 208시간(52시간X4주)의 한도가 설정된다.

하루 24시간 중 연속휴식 부여 시간 11시간을 빼면 13시간이 남게 되고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이 보장되므로 13시간에서 1.5시간을 빼면 남는 근무시간은 11.5시간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1주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11.5시간×6일)이 나온다.

정부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 개념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휴게시간 선택권도 강화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4시간 일한 뒤에는 30분, 8시간 일한 뒤에는 1시간 이상 쉬어야 한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 같은 규정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일한 뒤 바로 퇴근하고 싶은데도 30분 휴식을 취하고 오후 1시 30분 퇴근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해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신설했다.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확대된다. 모든 업종의 정산 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6개월로 늘린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낼 예정이다.

노동계, 결국 결정권 가진 사용자의 이익과 노동자 통제를 강화해 주는 것일 뿐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이 근로자의 만성적과로를 조장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노동을 5일 연속으로 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노사 당사자의 선택권이라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방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의 이익과 노동자 통제를 강화해 주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 휴식권 조치에는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건강에 치명적인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장과 잔업을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국노총도 “노동자의 선택권이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본질은 장시간 집중노동을 가능케 하는 것이고 휴식권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개편”이라면 “노동부는 더 이상 노동자들을 기만하지 말라고”고 성토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에서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기업의 업무효율을 높이고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전경련은 추광호 경제본부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기업은 산업현장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고, 근로자는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그러나 총 근로시간 축소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연장근로 단위를 분기, 반기 등으로 확대할 때 총 근로시간을 축소하는 것은 근로시간 유연화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입법 논의 과정에서 산업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박미숙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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