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BECOMING’ 개막…신작 16점으로 빛의 변화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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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용래는 스테인리스스틸 유닛의 굴곡과 배열, 안료와 조명을 이용해 빛의 반사와 굴절을 화면에 끌어들인다. 개인전 ‘BECOMING’은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갤러리조은에서 열린다. [권용래·갤러리조은] |
은빛 금속에 빛이 닿자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권용래는 30여 년간 빛을 그리는 대신 금속의 크기와 밀도, 색과 각도를 바꾸며 빛이 생겨나는 조건을 만들어왔다. 10월 1일 갤러리조은에서 개막하는 개인전 ‘BECOMING’은 그 변화의 과정을 다시 보여준다.
권용래가 빛을 작업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계기는 거창한 미학적 사건이 아니었다.
어느 날 김밥을 싸고 남은 쿠킹호일에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반사됐다. 빛을 받은 얇은 은색 표면이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권용래는 그 모습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고 했다.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반사광이 이후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출발점이 됐다.
작가는 빛을 물감으로 묘사하는 대신 빛을 실제 화면 안으로 끌어들였다. 스테인리스스틸을 작은 유닛으로 자르고 표면에 굴곡을 만든 뒤 캔버스에 하나씩 부착했다. 외부의 빛이 금속 표면에 닿으면 유닛마다 다른 방향으로 빛을 반사한다.
초기 작업에서는 스테인리스스틸 자체의 은색이 화면을 지배했다. 이후 작가는 안료를 사용하면서 블루와 핑크 등 색을 화면에 끌어들였다. 하나의 색으로 금속을 덮기보다 색의 농담을 조절하면서 그라데이션을 만들었다.
유닛을 배치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작가는 유닛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밀도를 높이며 화면을 채웠다. 금속 조각의 크기와 형태, 배열도 지속적으로 바꿨다.
같은 ‘빛’을 다루지만 금속의 각도와 밀도, 조명을 치밀하게 계산한 화면은 관객의 위치와 주변 빛이라는 우연을 만나 매번 다른 표정을 드러냈다.
2025년에는 유닛의 크기에도 변화를 줬다. 금속의 크기가 달라지자 빛을 받아들이고 되돌려 보내는 면적과 화면의 리듬도 달라졌다. 작품은 국내외 아트페어를 통해 컬렉터와 만나는 접점도 넓혔다.
권용래의 작업에서 제작만큼 중요한 과정은 설치다.
작품을 벽에 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디에서 빛을 받을 것인지, 관람객이 어느 방향에서 작품을 바라볼 것인지, 금속 유닛에서 반사된 빛이 어떤 각도로 퍼질 것인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작가는 작품의 위치와 높이를 정하고 빛의 굴절과 반사가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나는 각도를 찾는다. 조명의 위치와 방향, 개수도 조정한다.
조명은 작품을 밝히는 보조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금속 유닛이 빛을 받아 다시 관객에게 돌려보내도록 만드는 작품의 마지막 조건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권용래의 작품은 사진으로 볼 때와 실제 전시장 앞에 섰을 때 차이가 크다.
사진은 한순간의 빛을 고정한다. 전시장에서는 관객이 한 발 옆으로 움직이는 순간 밝았던 부분이 어두워지고 다른 금속 조각에서 빛이 올라온다. 같은 작품 앞에서도 관객의 위치와 조명, 보는 각도에 따라 화면이 달라진다.
여기서 이번 전시 제목 ‘BECOMING’이 의미를 얻는다.
‘Becoming’은 완성된 하나의 상태보다 무엇인가가 계속 ‘되어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권용래의 화면도 고정된 하나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금속 유닛을 제작하고 색을 입히고 화면을 구성한다. 설치자는 작품과 조명의 위치를 맞춘다. 빛은 금속에 닿아 반사되고 굴절한다. 마지막으로 관객이 작품 앞을 움직이면서 화면은 다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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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용래, 《Light in Light-Golden》, 2026, stainless steel on canvas, 65×90.9㎝.[권용래] |
작가가 작품을 완성한 뒤에도 관객이 보는 이미지는 계속 생성된다.
이 지점에서 권용래의 작업을 단순히 ‘빛을 그리는 그림’이라고 부르기 어려워진다.
그는 빛의 형상을 그리지 않는다. 빛이 금속에 부딪히고 흩어지며 색과 만나도록 조건을 만든다. 작품에서 빛은 묘사의 대상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재료에 가깝다.
재료의 대비도 흥미롭다.
스테인리스스틸은 단단하다. 손으로 잡을 수 있고 무게도 있다. 반면 빛은 손에 잡히지 않고 한곳에 머물지도 않는다.
권용래는 가장 단단한 물질 가운데 하나인 금속을 이용해 가장 붙잡기 어려운 빛을 화면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금속 안에 빛을 고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금속의 굴곡과 각도를 이용해 빛이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만든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 빛과 금속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위한 수단으로만 남지 않는다. 금속이 없으면 빛의 변화가 만들어지지 않고 빛이 없으면 금속 유닛도 화면에서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다.
그 관계를 만드는 데 30여 년이 걸렸다.
한 작가가 오랜 시간 같은 대상을 다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같은 소재를 반복하는 것과 하나의 문제를 오래 탐구하는 것은 다르다. 권용래는 ‘빛’이라는 주제를 유지하면서 은색 스테인리스에서 색으로, 넓은 간격에서 높은 밀도로, 유닛의 크기와 배열에서 설치와 조명의 조건으로 변화를 이어왔다.
그 시작에는 김밥을 싸던 평범한 쿠킹호일이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빛이 쿠킹호일에 부딪혀 반짝였다. 누구나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권용래는 그 앞에서 멈췄다. 그는 일상의 짧은 반짝임을 작업으로 끌어들였고, 수십 년 동안 금속과 색, 빛의 관계를 파고들었다.
예술가는 반드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지 않는다. 때로는 모두가 보는 것을 다르게 바라보고, 익숙한 장면 앞에서 멈추며, 거기서 발견한 질문을 오래 밀고 나간다. 권용래는 쿠킹호일에 스친 한 줄기 빛에서 그 질문을 찾았고, 지금까지 자신의 방식으로 답을 만들어왔다.
10월 1일 개막하는 ‘BECOMING’에서 권용래는 다시 빛을 다룬다. 그는 금속의 크기와 밀도, 색과 각도를 조율하고 조명과 공간까지 계산해 빛이 움직일 자리를 만든다. 관객은 작품 앞에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달라지는 반사와 색을 마주하며 작가가 설계한 빛을 각자의 시선으로 완성한다.
김밥을 싸던 쿠킹호일에서 한 줄기 반사광을 발견한 뒤 30여 년이 흘렀다. 권용래는 그 순간을 반복하지 않았다. 금속을 바꾸고 색을 더하고 유닛의 밀도와 크기를 조절하며 빛을 끊임없이 변주했다. ‘BECOMING’은 그가 여전히 같은 빛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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