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적에서 동지로'...SK·넷플릭스, "소송 취하...전략적 파트너"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3-09-18 14:36:30
양측, 망사용료 둘러싼 관련소송 3년5개월만에 모두 종료키로
SK "승소 이득 보다 합의가 더 이득" 판단...다양한 상품 출시
'앓던이 뺀' 넷플릭스, OTT시장 독주체제 더 공고히해질듯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SKB)와 CP(콘텐제공사업자)이자 글로벌 OTT최강자인 넷플릭스의 법적 공방이 18일 양측의 전격적인 소송 취하로 마무리됐다.


트래픽 급증에 따른 망사용료를 둘러싼 SKB와 넷플릭스간의 3년여에 걸친 지리한 법적 공방이 양측의 전략적 합의로 급선회하며 일단락된 것이다.


SKB와 넷플릭스는 이날 각각 보도자료를 통해 "모든 법적 분쟁을 종결하고,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 함께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세부 합의 조건 등에 대해선 양측 모두 입을 닫았다.


SKB와 넷플릭스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 넷플릭스코리아오피스에서 SKB의 모기업이자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SKT)까지 포함, 3사가 고객 편익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의 망 사용료 갈등이 양측의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로 일단락됐다. 양사는 이에 따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고 다양한 협력을 모색키로 했다. <그래픽-연합뉴스제공>

 

◇ SK, 넷플릭스 번들상품 출시...기술협력도 적극 추진

SKT와 SKB는 이번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앞으로 고객이 스마트폰, IP-TV(B tv) 등에서 편리한 시청 경험과 결제 방식으로 넷플릭스를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SKT 요금제 및 SKB의 IP TV 상품과 결합한 넷플릭스 번들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SKT의 구독 상품 T우주에도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최근 출시한 광고형 요금제 관련 상품도 포함된다. 새로운 상품은 2024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쩡이다.


SKB에 넷플릭스 서비스가 조만간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3사는 기술 협력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SKT-SKB는 지난 수 년간 축적해 온 대화형 UX, 맞춤형 개인화 가이드 등 AI 기술로 소비자 친화적인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넷플릭스와 함께 모색할 방침이다.


이처럼 어제의 적이 순식간에 동지로 바뀐 셈이됐지만, 사실 SKB와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3년5개월간 망사용료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공방전을 계속해왔다.


SKB는 넷플릭스와의 망사용료 협상이 진전이 없자 넷플릭스가 자사의 망을 이용해 '손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넷플릭스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SKB는 급증하는 트래픽 수요에 따른 비용부담을 감당하려면 넷플릭스 등 글로벌 메가 CP들이 망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넷플릭스는 엔드유저와 CP 모두에게 대가를 받는 것은 '이중 과금'이라고 팽팽히 맞섰다.


한 치의 양보없는 법적 공방은 결국 2021년 6월25일 SKB의 승소로 저울추가 기울었다. 넷플릭스측이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SKB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지법은 협상의무 부존재 여부 확인 부분은 각하했고 망사용료 제공 의무 부존재 여부는 기각하며 원고패소 결정을 내렸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소송이 해결됨에 따라 국내 OTT시장에서 독주체제를 더욱 공고히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넷플릭스제공>

 

◇ 합의 조건 미공개...업계 "적지않은 대가 받았을 것"

메이저 로펌인 김앤장(넷플릭스)와 세종(SKB) 간의 대결구도로 관심을 모았던 1심에서 세종이 기선을 제압한 셈이다. 이후 넷플릭스 측은 즉각 항소, 그간 2심 관련 변론이 지리하게 이어져왔다.


그렇다면 1심 완승으로 승기를 잡은 SKB가 분쟁 대신 협력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SK측이 '승소에서 얻는 이득보다 길게보면 협력이 더 이득'이란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사의 전략적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SK측이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넷플릭스로부터 망 이용대가에 상응하는 베네핏을 충분히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법적분쟁의 전격적인 종료에 모회사인 SKT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아 무관치 않다. SKB가 직접 소송당사자로서 전면에 나서 넷플릭스측과 협상했지만, 상호 소송 취하를 전제로 협상을 주도한 것은 SKT란 얘기다.


SK측은 사실 소송에서 최종 승소할 경우 망사용료란 또다른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지만, 결국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시장과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게다가 법적 분쟁에서 이어간다고해서 원하는 수준의 사용료를 받는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즉, 소송 비용과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할 때 서둘러 합의하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SKB와 SKT의 경쟁력 제고 등 더 이득이라 판단했을 것이란 의미다.


이점에선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1심에서 패소, 불리한 상황에 놓은 넷플릭스로선 소송전에서 패소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합의로 소송전을 끝냈기 때문이다.

 

한국 최대의 통신사업자인 SKT와 SKB를 모두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안은 것도 길게보면 훨씬 이득이다. 넷플릭스가 그동안 망사용료 소송과는 별개로 SK측과의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지속해왔던 이유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책임자(CEO)가 지난 6월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넷플릭스와 한국콘텐츠 간담회를 앞두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넷플릭스 독주체제 강화...관련 정책 재정비해야

이번 망사용료 분쟁이 결과에 따라 한미 통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이번 전략적 합의의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한미간의 경제동맹이 그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망사용료 분쟁은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는 결국 SK가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 합의쪽으로 급선회하는 데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번 SK와의 합의로 넷플릭스는 오랜기간 앓던 이를 뽑은 셈이 됐다. 최종 패소애 따르는 부담도 해소됐다. LG유플러스, KT에 이어 SKB와도 전략적 합의로 더이상 망사용료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OTT 시장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넷플릭스의 독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특정 통신사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경우 업계 전반의 경쟁심을 자극, 결국 넷플릭스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사실 그간 글로벌CP가 망사용료도 내지않고 막대한 수익이 본사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기에 이번 소송에 유독 관심이 컸다"고 전제하며 "양측의 합의로 망사용료 문제가 일단락된만큼 이젠 관련 법개정 등 전반적인 정책을 다시 점검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방한한 유럽 통신사업자연합회(ETNO),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도 글로벌 빅테크들로부터 트래픽 급증 유발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관련 법제정까지 추진중이어서 이번 SK-넷플릭스 전략적 합의가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럽통신사업자협회(ETNO)는 지난달 31일 넷플릭스를 비롯한 빅테크들의 망 투자 비용 분담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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