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인플레율' 하락, '소비심리' 호전...경기회복 기대감 커졌다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3-05-23 14:17:40
한은 '5월소비자동향' 발표...기대인플레 3.5%, 3연속 하락
소비심리지수 98, 복합위기 불거진 작년 5월 이후 최고점
경기호전 기대감 반영...불안요인 잔존, 금리인하 어려울듯
▲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석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소비자들의 물기가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고공비행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월 1년 2개월만에 3%대로 내려온 게 반영된 것일까. 소비자들의 향후 물가 전망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소비자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하락 반전 이후 석 달 연속 내림세다.


경기둔화 흐름 속에서 침체됐던 소비 심리도 눈에 띄게 살아나고 있다. 소비심리지수가 작년 5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글로벌 복합위기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자심리가 풀렸다는 것으로 경기회복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기대인플레율이 떨어지고 소비심리가 호전됨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상승 압박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대인플레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중시하는 지표 중 하나다.

■ 기대인플레, 물가 고공 랠리 시작한 작년 5월 후 최저

한국은행이 23일 내놓은 '2023년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5%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물가가 고공 랠리를 본격화하던 작년 5월(3.3%) 이후 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율은 기업 및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현재 보유한 정보에 기반, 1년 후를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을 의미한다. 임금 협상, 가격 설정 등에 영향을 미쳐 최종적으로는 실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요한 경제 지표 중의 하나로 취급된다.


기대인플레율은 작년 12월 3.8%에서 올 1월 3.9%, 2월 4.0%까지 계속 오르다가 3월 3.9%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어 4월 3.7%, 5월 3.5%로 매월 0.2%p씩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2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가 두드러진 것과 궤를 같이한 것이다.


1년 뒤 집값 전망을 보여주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92로 전월 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해 11월 61까지 떨어진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최근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징후가 곳곳에 나타난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어 상승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주택지수가 기준치(100)보다 높으면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낮으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금리수준전망지수 역시 114로 전월 대비 3포인트 올랐다. 금리수준전망지수가 100을 웃돌면 6개월 뒤 금리가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대인플레율이 떨어지면 금리상승 압력이 줄어드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금리전망지수가 오른 것은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국 금리인상이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외식 물가 상승에 간편식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냉동식품 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 경기 '낙관' 전환 기로에 선, 소비심리지수 100에 근접

기대인플레율은 낮아진 여파로 소비심리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로 전월 대비 2.9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심리의 터닝포인트인 100까지는 이제 단 2포인트만 남았다.


3개월 연속 상승인 동시에 지난해 5월(102.9) 이후 최고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살아나는 것은 경기 둔화 우려에도 소비가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내수 부진 완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이다. 2003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기준값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으로 해석한다. 즉, 이 지수가 98이란 얘기는 경기가 낙관적으로 바뀔 기로에 서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하는데, 모두 상승했다.


현재생활형편 CSI는 88로 전월 대비 1포인트 올랐고 6개월 뒤를 전망한 생활형편전망 CSI는 92로 전월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가계수입전망지수와 소비지출전망지수는 각각 97, 111으로 전월 대비 각각 1포인트씩 올랐다. 현재경기판단지수는 전월 대비 6포인트 오른 64를 기록했으며 향후경기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6포인트 상승한 74로 집계됐다.


이처럼 인플레와 소비 전망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와 소비에 대한 불안요인은 잔존하고 있다. 여러 지표만 놓고보면 한은의 금리인상 압박이 이전보다 훨씬 줄어든 것은 분명해보이나, 외부 여건은 그리 좋지 않다.


무엇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14개월만에 3%대에 진입, 정부 물가안정의 가이드라인인 2%대를 향하고 있지만, 공공요금의 잇따른 인상과 외식물가의 고공비행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2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8원 인상한게 다방면에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가스요금도 5% 이상 인상됐다. 특히 전기요금은 1, 2분에 kWh당 21원이나 인상했음에도 한전의 막대한 적자와 부채를 고려할떄 3, 4분기에 추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게 정부와 전력업계의 일치 된 견해다.

 

▲경제'투톱' 추경호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수입물가와 공공요금 등 물가의 단기 불안요인 잔존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미뤄왔던 교통요금도 버스 등 줄 인상을 앞두고 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소식에 더해 외식·개인서비스·공업제품 가격도 하락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의 강세와 OPEC플러스의 감산 등으로 물가변동의 최대 변수인 에너지가격 전망도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황 팀장은 "경기둔화 정도, 국제유가 흐름, 공공요금 추가 인상 여부 등 변수가 많아 물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판단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물가상승률이 3%대에 진입하고 생활물가 상승률도 19개월 만에 3%대를 기록하며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비행중인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달 먹거리품목 10개 중 3개는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10% 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4월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7.9%로 전체 평균의 2배를 웃돈다.


대표적인 외식품 가격이 지난 4월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중 냉면은 1만1천원, 삼겹살은 2만원, 자장면은 7천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지역 평균 가격이 작년보다 최고 13% 가까이 올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외식·식품 등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물가 안정을 위해 소비자단체의 역할이 강조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각종 지표상으론 물가상승 압박이 약화됐음에도, 물가를 둘러싼 여러 환경이 여전히 불안한만큼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중론이다. 여기에 미국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매파적 기류가 다시 조성되면서, 기준금리를 소폭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대인플레율이 낮아지고,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는 것은 경기회복을 기대케하는 매우 중요한 변수임에는 틀림없다"고 전제하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불안요인이 잔존하고 있어서 통화당국이 보수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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