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소비자물가 5%벽' 무너졌다...저무는 高물가시대?

체크Focus / 양지욱 기자 / 2023-03-06 14:07:22
2월 물가,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10개월만에 4%대 진입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 하락 영향...전월 대비론 0.4%p 낮아져
기대인플레 높아지는 등 불안요소 잔존...환율 강세도 새변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드디어 '5% 벽'이 무너졌다. 2월 물가가 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했다. 5%대의 고공비행을 계속하던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내려온 것은 작년 4월(4.8%) 이후 꼭 10개월 만이다.


글로벌 복합위기에 따른 에너지 및 식량 대란으로 작년 2분기부터 치솟기 시작한 물가는 작년 7월 6.3%을 정점으로 점차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 1월 다시 반등했다가 2월에 4%대에 진입한 것이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잇단 긴축과 정부의 강력한 '물가와의 전쟁'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5% 언저리를 맴돌던 물가가 4%대에 진입한 것은 의미있는 진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소비자 물가가 정부의 올해 목표치인 2%대를 향해 우하향 곡선을 그려나갈 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는 등 곳곳에 불안요인이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 휘발유와 소고기가격 하락이 4%대 물가 견인차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100)이다. 작년 2월에 비해 4.8% 상승한 것이다. 올 1월(5.2%)보다는 0.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작년 11월과 12월엔 각 5.0%까지 내려오며 4%대 진입이 기대됐다. 그러나 올해 1월에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의 대대적인 인상 여파로 다시 5.2%로 반등했다.


2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둔화하며 4%대로 내려온 결정적인 이유는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 하락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업제품 중 석유류가 1.1%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건 2021년 2월(-6.3%) 이후 2년 만의 일이다. 경유(4.8%), 등유(27.2%)는 올랐지만 휘발유(-7.6%)와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5.6%)가 하락, 전체적으로 소폭이나마 하락 반전했다.


농축수산물 중 축산물은 2.0% 하락했다. 축산물이 1년 전보다 하락한 것은 2019년 9월(-0.7%) 이후 무려 3년5개월 만이다. 소고기가 국산이고 수입이고 할 것 없이 5% 이상 내렸다. 다만 닭고기는 16.4% 상승했다.


가공식품이 두자릿수(10.4%)대의 상승률을 나타내며 물가 상승률 둔화폭을 더 키우는 것을 막아섰다. 가공식품은 1월(10.3%)보다 상승 폭을 키우며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이는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치다. 빵(17.7%), 스낵 과자(14.2%), 커피(15.6%) 등도 많이 올랐다.


농산물과 수산물도 전월보다 더 많이 올랐다. 전월 0.2% 내렸던 농산물이 2월에는 1.3% 올랐다. 특히 채소류가 7.4% 상승했다. 고추(34.2%), 파(29.7%), 오이(27.4%), 양파(33.9%)가 대표적 상승 품목이다. 수산물도 전월 7.8%에서 2월 8.3%로 상승 폭을 키웠다. 고등어(13.5%)가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근원물가와 생활물가 상승률도 점차 둔화 양상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5.7%로 전월(5.9%)보다 소폭이나마 둔화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외식이 7.5%, 외식 외 개인 서비스가 4.4% 각각 올랐다.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전기·가스·수도는 무려 28.4% 올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세부적으로는 전기료가 29.5%, 도시가스료가 36.2%, 지역 난방비가 34.0% 각각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전월에도 28.3%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2월에 이를 다시 경신한 셈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상수도 요금을 올리면서 2월에는 전월보다 상승률이 0.1%포인트 더 오른 것이다. 서울과 대구의 택시요금 인상이 공공 서비스 요금을 끌어 올리기도 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월(5.0%)보다 상승 폭이 낮아졌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0%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5.5%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4%대에 진입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한국은행은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여전히 한은의 목표 수준인 2%를 웃돌고 있고, 다시 물가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6일 오전 본관 15층 회의실에서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최근의 물가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했다. 

 

이 부총재보는 " “3월 이후에도 소비자물가는 연중 목표 수준 2%를 웃도는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둔화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 및 시기 등과 불확실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환율 강세와 美기준금리 향후 중요한 변곡점될듯

중국 경제활동 재개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물가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의 빅스텝(기준금리 0.5%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환율이 1300원대를 오르내리는 고환율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지수가 상승하고, 결국엔 소비자물가 상승에 악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잠시 주춤하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부문별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물가추이는 이달 23일(한국시간) 발표 예정인 미국의 기준금리 변동폭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빅스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한은이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한다면, 물가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물가가 금방이라도 2~3%대로 내려올 것같지만, 아직은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이 2월 4%로 최근 체감도가 높은 전기·도시가스요금 등이 오르면서 올들어 다시 상승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 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3월 물가상승률이 2월보다 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여러가지 불안요인이 잔존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물가관리에 조금이라도 방심을 하거나 빈틈이 생겨선 곤란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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