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 중국 성장률 기대 이하…미국만 '나홀로 성장'
수출 비중 높은 韓경제의 큰 부담...고금리 구조 탈피가 관건
| ▲일본경제가 상반기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3분기에 역성장했다. 사진은 일본 도쿄 긴자. <사진=연합뉴스제공> |
세계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불안한 국제 정세와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민간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위축, 경제의 엔진이 추진력을 상실한 때문이다.
각국이 경제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위축된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의 공장'인 동시에 '세계의 시장'인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친다.
올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는 3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분기 연속 성장세에 '잃어버린 30년'에서 탈피할 것이란 기대감에 휩싸여있던 일본 경제에 다시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유로존 20개국(EA20)도 총체적 부진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 경제 역시 2분기 반짝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세계 경제의 4대축 중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권역이 현 경제상황은 암울하다. 경제회복을 위한 뚜렷한 동력을 찾지 못하며 고전이 계속되고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을 걱정하는 한국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세계 핵심 시장의 침체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 日 고질적인 수요위축에 상반기 성장세 한 풀 꺾여
잘 나가던 일본 경제가 3분기에 다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1, 2분기 연속 기대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오랜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둣한 결과다.
15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계절조정 전기대비 속보치) 기준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5%로 후퇴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이런 추세가 1년 동안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산출한 연간 환산(연율) 기준으로는 -2.1%다.
| ▲일본이 소비위축으로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핼러윈 당일인 지난 31일 저녁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사진=연합뉴스 제공> |
일본 경제는 올 들어 매분기 연속 플러스성장 흐름을 이어왔다. 일본의 실질 GDP는 작년 4분기에 -0.1%로 뒷걸음했다가 올해 1분기(0.9%), 2분기(1.1%) 연속 비교적 큰 폭으로 성장했다.
긍정적인 경제지표의 움직임에 일본 안팎에선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3분기 역성장으로 기세가 한 풀 꺾여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3분기 일본 경제의 후퇴는 물가 상승에 따른 개인소비 위축과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실제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계절조정 전기 대비)은 0.1% 줄었고 민간기업 설비투자도 0.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화 및 서비스 수출이 0.5% 늘고 정부 최종 소비지출이 0.3% 증가했지만, 수출 부진과 이로 인한 투자 위축이 상대적으로 더 켰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제 전망도 밝지 않게 본다. 3분기 GDP 발표를 앞두고 일본 내 금융 전문가들이 제시한 경제 전망은 대체로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12일 10명의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받은 전망치 평균은 -0.7%(연율 기준)였다. 개인 소비를 억제하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게 핵심 근거다. 실질임금이 18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도 주목할만하다. 고질적인 수요위축이 또 다시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모양새다.
◇ 경제대국 독일의 성장둔화에 유로존, 역성장 회귀
유로화를 메인 화페로 사용하는 20개국, 즉 유로존(EA20)의 상황도 일본과 비슷한 흐름이다. EA20은 지난 2분기엔 시장의 전망치를 상회하는 0.3%의 깜짝성장률을 보였으나, 3분기에는 다시 역성장으로 회귀했다.
유럽연합(EU)의 공식 통계를 관장하는 유로스탯(ESTAT)은 14일(현지시간) 유로존의 국내 총생산(GDP) 총계 규모가 3분기(7월~9월)에 전년동기 대비 0.1% 줄었다고 발표했다. 유로존 20개국에 나머지 EU 7개국을 포함한 EU27로 범위를 넓혀도 3분기 성장률(0%)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근원물가가 5% 이상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EU의 중앙은행(ECB)이 지속적으로 고금리 기조를 유지, 고물가에 이자부담 가중으로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 ▲유로존이 독일의 경기침체 여파로 3분기에 성장률이 후퇴했다. 그럼에도 ECB는 긴축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사진=연합뉴스 제공> |
EU 27개국 중 경제규모가 가장 큰 독일의 부진이 유로존은 물론 EU 전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 경제는 3분기에도 0.1% 감소했다. 작년 4분기(-0.4%), 올 1분기(-0.1%) 등 최근 4개 분기 중 세번이나 역성장하는 등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독일에 이어 북유럽의 경제강국 아일랜드(-1.8%), 덴마크(-0.3%) 등이 마이너스 성장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0.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은 지난해 통틀어 성장률이 3.4%로 중국의 3.0%와 미국의 2.1%를 앞질렀으나 올해는 상황이 역전됐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4.9%이며, 미국은 2.9%로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올해 연율 경제성장률은 각각 5%와 4%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의 경제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주요 권역 중 유일하게 물가상승률이 5%대의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서에 소비심리가 쉽게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더딘 경제회복과 유럽, 일본의 역성장 등으로 세계의 성장 엔진이 차갑게 식어 세계 경제가 앞으로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 KIEP "고금리 영향 등으로 세계경제 내년엔 더 나빠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4일 '2024년 세계경제 전망' 리포트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떨어진 3.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KIEP는 내년엔 세계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0.2%포인트 낮은 2.8%로 예상했다.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들이 내년엔 경제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전세계적인 경제상황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란 진단이다.
| ▲중국이 최근 수출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사진은 산둥 옌타이항의 컨테이너 화물선. <사진=연합뉴스 제공> |
KIEP는 급속한 성장률 저하의 원인으로 막대한 부채, 고금리 기조, 중국의 저성장 진입 등을 꼽았다. 우선 주요국들이 팬데믹 극복을 위해 대거 유동성을 풀면서 부채가 불어난 것이 성장의 제약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부채는 2019년 말 GDP 대비 229%에서 2022년에는 238%로 늘었다.
고금리 기조도 성장 속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란 지적이다. 부채가 늘었는데 금리가 오르자 소비가 위축돼 결국 경제 성장의 장해요인이 됐다는 얘기다.
KIEP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 가계의 상환부담과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와 소비 등 민간 활동에 제동을 걸고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의 GDP를 자랑하는 중국경제가 중장기적인 저성장 경로에 들어선 것도 불길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은 성장률은 4%대를 회복했지만, 내수 침체, 물가하락, 청년고용악화, 부동산 위기 등의 문제가 잔존, 과거와 같은 고성장세로 복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불거진 복합위기의 주요 요인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데다 중동전쟁 등 거시적 불확실성이 높아 주요국의 전반적인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며 "이 같은 흐름이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 탈피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다봤다.
다만 "중동전쟁과 러-우전쟁의 종식, 주요국의 조기 긴축완화, 미-중 갈등의 전면 해소, 중국 경제의 의미있는 반등 등이 그나마 현 상황에서 기대해볼 만한 긍정적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았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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