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흐름 못 읽은 도미노피자…흔들리는 프리미엄 공식

유통·소비재 / 임종호 기자 / 2026-06-22 13:36:43
실적은 방어했지만 성장성은 둔화…1인 가구·냉동피자·상시 할인에 낀 프리미엄 피자의 딜레마
▲ 도미노피자, ‘아메리칸 클래식’ 피자 2종 [도미노피자]

 

한국도미노피자의 위기는 당장 무너졌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숫자만 보면 버텼다. 경쟁 브랜드들이 흔들리는 사이 업계 1위 자리도 지켰다. 그러나 국내 피자 시장의 소비 방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문제는 도미노피자의 핵심 사업모델이 여전히 ‘여럿이 나눠 먹는 고가 대형 배달 피자’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도미노피자 운영사 청오디피케이는 2025년 매출 2109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과 이익 모두 늘었다. 2024년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데 이어 수익성 방어에는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이를 성장 회복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오디피케이 매출은 최근 몇 년간 2000억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2021년 매출 2235억원, 영업이익 159억원과 비교하면 외형과 수익성 모두 전성기 수준에는 못 미친다. 비용 절감과 판매관리비 조정, 포장·할인 수요 관리로 버틴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기본 구조도 바뀌었다. 피자는 과거 가족 외식과 야식 배달의 대표 메뉴였다. 한 판을 주문해 3~4명이 나눠 먹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었다. 4인 가구 비중은 크게 줄었다. 대형 피자 한 판을 전제로 한 소비 공식이 약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는 더 작고, 더 싸고, 더 간편한 피자를 찾는다. 혼자 먹기에 부담 없는 메뉴, 남기지 않아도 되는 용량, 만 원 안팎의 가격대가 중요해졌다. 이 흐름에서 냉동피자와 대형마트 피자, 1인 피자 브랜드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오뚜기, CJ제일제당 등 대기업 냉동피자는 과거의 간식 수준을 벗어났다. 품질은 높아졌고 가격은 낮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3만원대 배달 피자를 고집할 이유가 줄었다.

도미노피자는 이 변화 속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 위로는 프리미엄 외식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고, 아래로는 냉동피자·마트피자·1인 피자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 브랜드 인지도는 높지만 가격은 부담스럽다. 품질 이미지는 강하지만 가성비 대안은 많아졌다. 이른바 ‘샌드위치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가격 문제는 더 민감하다. 도미노피자의 프리미엄 L 사이즈 피자는 3만원대 중후반에서 4만원에 가까운 제품도 있다. 사이드 메뉴와 음료를 더하면 체감 가격은 4만원을 넘기 쉽다. 고물가 국면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은 더 커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미노피자는 방문포장 40% 할인, 특정 기간 50% 할인, 통신사 할인 등 대형 프로모션을 반복한다. 단기 매출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할인 행사가 잦아질수록 소비자는 정가를 정상 가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도미노피자는 할인할 때 먹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브랜드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정가를 유지하면 비싸다는 반응이 나온다. 할인을 줄이면 주문이 위축될 수 있다. 할인을 계속하면 브랜드 프리미엄이 약해진다. 가격 정책의 주도권이 본사에서 소비자와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제품 혁신도 과제다. 도미노피자는 매년 신메뉴를 내놓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고기, 새우, 치즈, 매운맛 등 고가 토핑 조합이 반복되면서 신선함이 약해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피자 시장의 경쟁 축이 더 화려한 토핑에서 더 자주 먹을 수 있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는 품질 불만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고가 브랜드일수록 소비자는 광고 이미지와 실제 제품의 차이에 민감하다. 피자 한 판에 3만~4만원을 지불한 소비자는 단순히 맛만 보지 않는다. 사진과 실물의 일치, 토핑의 양, 매장별 품질 균일성까지 본다. 일부 제품에서 “홍보 이미지와 실제 제품이 다르다”는 불만이 나오면 브랜드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가맹점 리스크도 남아 있다. 본사 실적이 개선됐다고 해서 가맹점 수익성이 함께 좋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치즈, 밀가루, 육류, 포장재, 인건비, 배달비는 모두 점주의 비용 부담이다. 여기에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 반복적인 할인 행사가 더해지면 점포 마진은 더 얇아질 수 있다.

실제로 도미노피자의 면적당 평균 매출은 한동안 하락 흐름을 보였다. 매장 수는 늘거나 유지됐지만 점포 효율성에는 부담이 생겼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본사 매출만이 아니다. 점포당 수익성이 흔들리면 가맹점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쟁 브랜드의 부진도 도미노피자에 마냥 유리한 신호는 아니다. 피자헛이 흔들리고 일부 중소 피자 브랜드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도미노피자에는 단기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달리 보면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 자체의 매력이 약해졌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경쟁자가 무너졌다고 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대형 배달 피자에서 멀어지면 1위 브랜드도 안전하지 않다.

결국 도미노피자가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1인·2인 소비자를 보조 고객이 아니라 핵심 고객으로 봐야 한다. 정가와 할인가의 간극도 줄여야 한다. 토핑 중심 신메뉴보다 가격, 용량, 품질 균일성, 식사 대체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가맹점 수익성도 본사 실적만큼 중요한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도미노피자의 위기는 피자를 못 만들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가 피자를 먹는 방식이 바뀌었는데, 그 변화에 맞춘 사업모델 전환이 늦어진 데서 온다. 문제는 한 판의 가격이 아니다. 시대를 읽는 속도다.

한 외식산업 전문가는 “도미노피자는 브랜드 인지도와 운영 역량에서는 여전히 강자지만, 시장의 중심이 가족 단위 대형 배달 피자에서 1인·가성비·간편식으로 이동한 만큼 기존 성공 공식만으로는 성장성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는 할인으로 주문을 만드는 방식보다 소비자가 정가에도 납득할 수 있는 가격·용량·품질 구조를 다시 짜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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