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수출부진 계속, 무역적자 단 80일만에 '작년의 반'

체크Focus / 조봉환 기자 / 2023-03-21 13:20:40
관세청, 이달 20일까지 수출 17.4%..코로나초기 후 첫 6개월연속 감소
3대에너지 등 수입도 5.7% 줄어...올 누적 무역적자 240억 달러 돌파
무협, 2Q EBSI 큰 폭 상승 주목...반도체 부진 속 주요 품목 강세예상
▲3월에도 수출부진이 이어지며 무역적자가 이미 작년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같은 흐름은 2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제공>

 

3대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수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음에도 심각한 수출 부진이 이어지며 올들어 80일만에 누적 무역적자가 작년의 절반을 넘어섰다.


수출감소폭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출액이 수입액을 크게 밑도는 적자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상반기안에 작년 연간 무역적자를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무역수지의 악화는 수출부진이 주 요인이다. 특히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대 중국수출 부진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1일 반도체, 자동차, 정유, 철강 등 12개 핵심 업종별 사업자단체, 수출지원 기관 등과 함께 '수출입동향 점검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 자동차 선전 속 베트남 수출 부진 두드러져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까지 통관기준 잠정 수출액은 309억45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4%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은 더 줄어서 23.1%나 감소했다.


작년 10월부터 이어져온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 흐름이 이달까지 6개월 연속 계속될 것이 확실시된다. 월간 기준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수출부진의 주요인은 반도체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44.7% 줄었다.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줄어들은 반도체 수출은 향후 전망도 어두워 이달까지 포함, 연속 감소기간이 8개월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에 비해선 비중이 낮지만 석유제품(-10.6%), 철강제품(-12.7%), 무선통신기기(-40.8%), 정밀기기(-26.0%), 선박(-57.0%) 등의 수출액도 1년 전보다 두자릿수 이상 줄어들어 수출 감소폭을 키웠다.


그나마 한가지 위안거리는 승용차의 수출 강세다. 반도체를 밀어내고 수출1위 품목으로 도약한 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70% 가까이(69.6%) 급증하며 선전했다.


친환경차를 중심으로한 고부가 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덕분이다. 승용차 수출 증가는 관련 부품 수출 증가로 이어지며 자동차류는 당분간 수출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전체 수출 부진을 상쇄시키는 구원투수 역할도 기대된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대 중국 수출부진이 이어지며 수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중국 수출은 무려 36.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 중국 수출은 지난달까지 9개월째 감소세가 계속됐는데, 이달도 감소가 확실시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하로 유럽연합(EU·-8.9%), 베트남(-28.3%), 일본(-8.7%), 인도(-3.1%) 등의 수출도 줄었다. 미국만이 소폭(4.6%) 증가했다. 작년까지만해도 중국의 대안으로 예상했던 베트남 수출이 수 개월쨰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점이 눈에띈다.

■ 3대에너지원 수입급감에도 이달 무역적자 63억불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입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특히 그간 경기부진에도 불구, 견고한 수입 증가 흐름을 견인했던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달 20일까지 총 수입액은 372억6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석탄(19.4%), 승용차(24.5%), 기계류(8.5%) 등의 수입은 늘었으나 원유(-10.3%), 반도체(-4.8%), 가스(-23.1%), 석유제품(-34.7%) 등은 감소했다.


원유(48억9600만달러), 가스(27억1400만달러), 석탄(13억8600만달러) 등 3대 에너지원의 합계 수입액은 총 89억9600만달러로 전체 수입의 25%에 육박한다.


석탄 수입이 증가했으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원유와 가스가 20~30% 가량 줄어든 데 힘입어 3대에너지원의 수입은 작년 같은기간(101억4500만달러)보다 1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너지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은 전체적인 경기침체의 영향과 국제 에너지 가격이 내리막세를 보인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예년보다 추위가 일찍 물러간 것도 전체적인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것으로 읽힌다.


국가별 수입현황을 보면 중국(9.1%), 대만(14.1%) 등이 늘어났고 미국(-13.9%), EU(-2.9%), 일본(-13.9%), 호주(-24.7%), 사우디아라비아(-12.9%) 등은 두자릿 수 이상 크게 줄었다. 호주와 사우디 수입이 급감한 것은 에너지수입량이 줄어든 때문이다.


수입 감소세에도 수출부진의 폭이 큰 탓에 올해 누적된 무역적자 규모는 이미 작년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는 63억2300만달러로 지난달 같은 기간(61억15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늘었다.


이에 따라 올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무려 241억300만달러로 불어났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달러)의 50.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무역수지가 사상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으로 걱정된다.


작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월간 연속 무역적자도 13개월로 1달 더 늘리게될 전망이다. 1년 이상 무역적자가 이어진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 당분간 부진한행보 예상...2Q EBSI는 1년만의 상승

수출부진과 무역수지 악화 구조가 계속 이어지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무역보험공사에서 12개 주요 업종별 협회, 수출지원기관과 함께 긴급 '수출입동향 점검회의'를 가졌으나 현실 진단에만 그칠 뿐 이렇다할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주요국 고금리 기조와 수요 둔화 흐름 속에서 무역적자 규모가 커졌다"며 "글로벌 경기 상황과 반도체 가격 하락세 지속으로 우리 수출 여건은 당분간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들의 유동성 위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수출 회복에 모든 역량을 결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업종별 협회 관계자들은 "상반기까지는 수출 부진이 예상된다"고 전제하며 "다만 하반기부터는 중국의 리오프닝과 반도체 시황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무역협회가 반도체 수출 전망이 여전히 어둡지만, 선박과 플라스틱, 자동차 등이 1분기보다 수출상황이 개선돼 전체적으로 수출 부진이 2분기에는 다소 완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놔 주목된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분기(81.8)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90.9로 조사됐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수출이 직전 분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지만, 1분기에 크게 호전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출 실적 50만달러 이상 12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진 EBSI가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작년 3분기 이후 1년(4개 분기) 만의 일이다. 무협측은 "2분기 EBSI가 여전히 100을 밑돌고 2분기 수출도 1분기보다는 부진할 전망이지만, 수출 악화의 정도는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BSI는 작년 2분기에 2년 만에 1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다섯 분기 연속 기준선 밑에 머물고 있다.


품목별로는 선박(146.5)과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125.8), 석유제품(102.1), 가전(101.0), 자동차·자동차부품(100.9)이 100을 넘어서면서 전 분기보다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반도체는 여전히 50 수준으로 2분기까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수출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점차 바닥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수출반등과 무역수지 호전의 턴어라운드는 반도체가 바닥을 찍는 3분기 초반 시점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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