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에 꺾인 '엑스포 꿈'...부산의 도전은 계속된다

체크Focus / 조봉환 기자 / 2023-11-29 13:05:47
2030엑스포 유치 불발…1차 투표서 72% 득표한 리야드에 고배
박형준 시장 "2035년 액스포 재도전" 시사…치밀히 준비해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등이 1차투표에서 부산이 탈락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오일머니'의 파워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부산이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 리야드에 밀려 2030EXPO(세계무역박람회) 유치에 실패했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완패였다. 드라마틱한 역전을 노렸던 2차 결선 투표는 아예 가보지도 못하고 고배를 마셔야 했다. 투표 직전까지 "2차 투표에 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기대는 단지 우리의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1차 투표에서 리야드는 총투표(165개국)의 3분의 2를 훌쩍 넘는 72.1%(119표)를 득표, 2030엑스포 개최지로 확정됐다.


막판뒤집기를 노렸던 부산의 득표수는 단 29표다. 리야드와는 무려 90표 차이의 참패였다. 막판에 엑스포 유치를 사실상 포기했던 이탈리아(17표)와도 12표 차이에 불과하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리야드의 강력한 위세에 눌려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37년 만에 엑스포를 유치하려던 대한민국과 부산시의 꿈은 여지없이 좌절됐다.

◇ '90표 차' 2차 투표도 못가… 예상보다 높았던 오일머니 장벽


기대가 컸기에 실망과 아쉬움이 컸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약 18개월 동안 범부처와 재계, 문화예술계 등이 원팀으로 부산엑스포 유치에 총력 대응해왔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정·재계 인사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세계를 누빈 거리는 지구 495바퀴를 돈 것과 같다. 윤 대통령부터 기업 총수들이 세계 곳곳을 누볐다. K팝 등 문화예술계 월드 스타들도 기꺼히 힘을 보탰다.

 
국민적 관심도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엑스포 유치가 성장동력을 잃고 저성장의 늪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도약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과거에도 고비 때마다 메이저 국제행사 유치를 통해 국면전환과 성장의 디딤돌로 삼았다. 서울올림픽(1988년), FIFA월드컵(2002년), 대전엑스포(2005년), 평창동계올림픽(2018년) 등이 그랬다.

 

정부와 민간의 엑스포유치를 위한 막판스퍼트로 투표 직전까지도 분위기는 좋았다. 1차 투표의 허들만 넘으면 2차 투표에서 부산이 의외의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앞두고 지난 25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개최국으로 홍보하는 광고판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최종 프레젠테이션(PT) 연사로 나서 지지를 호소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막판 일본의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사우디 ‘오일머니’ 장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엑스포에 무려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사우디의 공격적 배팅을 통한 물량공세에 많은 나라가 부산과 로마에서 등을 돌렸다.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에 이어 오일머니의 위세를 다시 한 번 과시한 셈이다.


글로벌 복합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성장 부진이란 거시경제적 분위기도 사우디에 힘을 실어줬다. 첨단기술력과 K콘텐츠파워, 경제성장의 기적 등의 명분을 내세운 우리의 전략이 머니파워를 등에업은 사우디의 '실리' 전략에 철저하게 밀린 것이다.

◇ 유치실패에도 외교적 지평 확대 등 얻은 것 많아

준비기간이 크게 부족한 것도 결과적으론 막판뒤집기에 실패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국제이벤트와 마찬가지로 엑스포 역시 유치를 위해선 오랜 기간의 외교적 노력과 준비, 그리고 치밀한 로비가 필요한 데, 부산은 2030엑스포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부산엑스포 추진 움직임이 나온 것은 6~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유치에 나선 것은 1년 6개월에 불과하다. 사우디와 이탈리아가 오랜기간 엑스포 유치에 나서며 한참 달려나갈 때 대한민국은 뒤늦에 출발선에 선 꼴이다.


엑스포 유치는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얻은 것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세계 182개 BIE회원국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외교적 지평이 크게 넓어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세계를 누비며 '세일즈외교'와 '엑스포유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재계 역시 정부와 원팀을 구성, 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의 정재계와 스킨십을 늘려 향후 비즈니스 측면에서 적잖은 반대급부가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와 민간, 특히 야권까지 모처럼 혼연일체가 됨으로써 엑스포 유치전에서 만큼은 '국민통합'을 이룬 것도 큰 성과라면 성과다. 

 

윤 대통령은 2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산시민 뿐 아니라 전 국민의 열망을 담아 민관 합동으로, 범정부적으로 엑스포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실패했다"며 "전부 저의 부족의 소치"라며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해준 재계 기업과 힘을 써준 모든 분, 부산 시민들의 응원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 부산 "재도전 검토"...전략전술 보다 치밀하게 다시 짜야


야권도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공방 대신에 위로의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많은 분들이 직접 발로 뛰고 최선을 다했는데,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엑스포 유치를 갈망해온 부산 시민과 국민들께 위로의 말씀과 애쓰셨다는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2030엑스포 유치는 결국 불발됐지만,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부산시는 이번엔 실패했지만 엑스포 유치를 위한 도전을 계속할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의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2035년 엑스포 유치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실 메이저 국제이벤트의 유치는 그리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가깝게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험난했던 유치과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평창올림픽은 정권이 여러차례 바뀌며 2번의 탈락 끝에 유치한 것이다. 결선조차 가지못한 이번 엑스포유치전과 달리 평창은 두 차례의 탈락 당시 1위를 하고도 결선에서 역전패한 곡절을 겪었다.


결국 엑스포 재수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치밀한 준비와 전략전술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이번 유치전의 실패 원인과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응방안이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정권과 진영을 넘어 외교 라인의 엑스포 유치를 위한 장기적인 전략전술을 보다 치밀하게 짜야한다. 국제 빅이벤트 유치를 위한 세계 각국의 외교적 공세와 배팅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기간의 정상외교와 BTS, 블랙핑크 등 한류 월드 스타를 동원한 감성마케팅 만으론 부족하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공방 보다는 대안을 마련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2035엑스포 개최지 선정까지는 아직 5년이나 남아있다. 더는 준비와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할 수 없는 시간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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