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물가 다시 껑충...2%대 진입 석 달만에 3%대 복귀

체크Focus / 박미숙 / 2023-09-05 12:04:23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 3.4%↑…전달 대비 1.1%p 급반등
올들어 7개월만에 첫 고개...공공요금·농산물값 상승 탓
석유류 기저효과 사라져...9월 이후 3%대 물가 지속될듯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통계청제공>

 

물가가 급반등하며 2%대 상승률을 반납하고 석 달만에 다시 3%대에 복귀했다. 올 들어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2%대까지 내려왔던 물가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7개월 만에 위로 방향을 틀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8월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100)으로 1년 전보다 3.4% 올랐다. 지난 4월 3.7%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물가안정의 상징적 지표인 2%대 상승률이 '두 달 천하'로 끝난 것이다. 특히 상승폭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물가는 전달 대비로 무려 1.1%포인트(p) 급반등했다. 물가 변동폭도 고물가 랠리가 시작된 이후 가장 컸다.


계절적 요인 등을 감안해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8월(5.7%)부터 올해 1월(5.2%)까지 5%대를 이어갔다.


지난 2월(4.8%), 3월(4.2%)엔 4%대에 진입했고 4월(3.7%), 5월(3.3%)에는 3%대까지 둔화했다. 이후 6월(2.7%)과 7월(2.3%)엔 상승률이 2%대까지 떨어지며 물가안정 목표치(2.0%) 수준에 근접했었다. 지난 7월 물가상승률은 2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과 과일물가 급등이 주요인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껑충 뛰며 3%대에 재진입한 것은 다각도로 해석 가능하다. 우선 올 들어 물가상승률 둔화를 견인해온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며 작년 동기 대비 높은 물가로 인한 기저효과가 사라졌다.


석유류 물가는 전년 대비 11.0% 하락했지만 전월(-25.9%) 대비 하락폭이 크게 줄어들며 물가하락 기여도가 축소됐다. 산유국의 감산과 수요 회복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한 탓이다. 통계청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하락폭 둔화가 이달 3%대 재진입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8월 물가가 넉달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전기·가스·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도 전년 동월 대비 21.1% 상승하며 물가상승률이 고개를 쳐드는데 주된 원인이 됐다. 택시, 버스 등 교통요금도 크게 올랐다.


이상기후로 인해 농산물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도 한 몫했다. 폭염·폭우·태풍 등의 기상악화의 3대 악재의 여파로 과실물가가 13.1% 폭등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과일값은 지난해 1월(13.6%)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사과(30.5%)와 복숭아(23.8%) 등이 유달리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채소류는 지난해 기저효과로 1년 전보다 1.1% 하락했지만, 전달과 비교하면 16.5%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3.0% 상승했다. 이중 개인 서비스는 4.3% 올랐다. 작년 2월(4.3%)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식 물가는 5.3% 올라 2021년 12월(4.8%)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서비스와 외식 물가상승은 8월 물가상승률의 반등을 다소 억제하는데 기여했다.

 

◇ 식품물가 상승 여파 생활물가 3월 이후 최대폭 올라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주요 144개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농산물값 상승 영향으로 1년 전보다 3.9% 상승했다. 

 

올 3월(4.4%) 이후 최대 폭이다. 라면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인하에도 불구, 식품이 4.7% 오르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상기후 여파로 과일값이 폭등하며 물가상승률이 석달 만에 3%대로 올라서는데 영향을 미쳤다. 사진은 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과일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신선식품지수는 5.6% 상승하며 주요 지수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이는 또 올 3월(7.3%)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신선식품지수는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것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3.9% 상승하면서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전달과 같았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근원물가로 볼 수 있는 두 지수가 전달과 같은 수준이란 것은 8월 물가가 기조적 물가 흐름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일시적 요인에 의한 변동이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8월 소비자물가에 대해 애초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서도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상승 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은은 오전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9월 물가는 8월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10월 이후에는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산물가격도 계절적으로 안정되면서 4분기 중 3% 내외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맨오른쪽)이 5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0차 비상 경제차관 회의에서 참석해 물가 동향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정부 "경각심 갖고 총력 대응"...변수 많아 낙관 어려워

정부는 8월에 이어 이달까지 이같은 기저효과·국제유가·이상기후 등 물가상승률의 상방 압박이 이어져 물가 불안감이 계속돼다가 10월 이후 다시 안정적인 흐름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물가가 다시 3%대로 올라섬에 따라 더욱 경각심을 갖고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차관회의' 모두발언에서 "7월 중순부터 큰 폭 상승한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고 있다"며 물가안정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우선 민족 최대 명절 추석시즌을 겨냥,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통해 20대 성수품 가격을 작년 대비 5% 이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농축수산물 가격·수급 상황을 일일점검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신속히 강구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6일부터 닭고기 추가 할당관세 물량 3만톤을 도입하고, 7일부터는 사과·배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6만톤 규모로 공급할 방침이다.


김 차관은 또 "5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800억원이 확정되면 연말까지 수산물 할인지원율을 온·오프라인은 30%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는 40%로 각각 확대, 수산물을 최대 60% 할인 구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이상기후 등은 정부의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분간 물가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며 3% 초중반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추석 등 변수가 많아 10월 이후 물가를 낙관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토요경제 / 박미숙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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