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D램 점유율 9.5%…범용시장서 몸집 확대
저가 물량보다 범용→선단공정 이동이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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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에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 실물이 전시돼있다. [연합뉴스] |
SK하이닉스(대표 곽노정)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세계 선두를 지키는 사이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범용 D램에서 확보한 생산 기반을 선단공정으로 넓히고 있다. CXMT가 20일 5세대 D램 기술 플랫폼 G5 양산을 공식화하면서 중국 메모리 추격의 관전점도 저가 제품 점유율에서 공정·제품 경쟁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21일 CXMT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중국 허페이에서 열린 세계제조업대회에서 G5 플랫폼과 이를 적용한 24Gb LPDDR5X 제품 2종의 양산을 발표했다.
G5의 메모리 배열 활성영역 반피치(Half AA Pitch)는 11.95나노미터다. 이는 반도체의 일반적인 ‘11.95나노 공정 노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CXMT는 네 차례 패터닝하는 SAQP 기술 등을 적용해 이전 G4 플랫폼보다 웨이퍼당 총 다이 수(DPW)를 최소 50% 늘렸다고 밝혔다. 비교 기준은 8Gb 밀도로 환산한 총 다이 수다. 실제 양품 비율인 수율이 50% 높아졌다는 의미도 아니다.
이번 발표를 눈여겨볼 이유는 CXMT가 이미 범용 D램에서 몸집을 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올해 1분기 7.6%에서 2분기 9.5%로 상승해 세계 4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39.4%, SK하이닉스 24.9%, 마이크론 23.3% 순이다. CXMT의 2분기 D램 매출은 전분기보다 99.3% 증가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1분기 28.8%에서 24.9%로 낮아진 것을 CXMT에 시장을 직접 빼앗긴 결과로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매출 자체는 전분기보다 37.9% 증가했다. 트렌드포스는 주요 3사 가운데 SK하이닉스의 HBM 출하 비중이 가장 높아 일반 D램 가격 급등에 따른 평균판매가격 상승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매출 기준 점유율에는 제품 구성과 가격 효과가 함께 들어가 있다는 의미다.
HBM에서는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앞선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HBM 매출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3%였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HBM4 대량 출하를 시작했고 AI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 등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했다.
따라서 HBM 중심의 자원 배분 자체를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수익성이 높은 AI 메모리에 생산능력과 투자를 집중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현재 업황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그 반대편에서 후발업체가 얼마나 빠르게 올라오느냐다.
한국과 미국 업체들이 AI·서버용 제품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분하면서 LPDDR4X 등 범용 모바일 D램 공급은 줄었다. 트렌드포스는 이 같은 생산 전환으로 발생한 공급 공백을 CXMT가 생산 확대와 수율 개선을 통해 채우며 LPDDR4X 최대 공급업체로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모바일·소비자용 D램 공급은 구조적으로 빠듯한 상태다.
CXMT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7일 LPDDR6 양산을 발표하고 샤오미의 플래그십 폴더블폰 ‘샤오미 18 폴드’에 16GB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회사 측 시험 기준 최대 전송속도는 12.8Gbps다. 범용 LPDDR4X에서 확보한 물량 기반에 LPDDR5X와 LPDDR6, G5 공정까지 제품·기술 범위를 넓힌 것이다.
그렇다고 CXMT가 SK하이닉스를 기술적으로 앞섰다고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3월 6세대 10나노급 1c 공정을 적용한 16Gb LPDDR6 개발을 완료했고 하반기 공급 계획을 제시했다. HBM뿐 아니라 모바일 D램에서도 선단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확인되는 변화는 중국 업체가 선두업체와 같은 제품군에 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데 가깝다.
그래서 CXMT의 9.5%라는 점유율보다 더 볼 것은 그 점유율을 만드는 과정이다.
범용 제품에서 생산량을 확대하면 제조 경험과 고객 기반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이후 공정 미세화와 고사양 제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낮은 수익성 때문에 선두업체가 줄인 시장이 후발업체의 기술 축적 기반이 될 수 있다. CXMT의 G5 양산 발표가 단순한 범용 D램 점유율 확대보다 중요한 이유다.
SK하이닉스가 다시 저수익 범용제품 물량 경쟁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HBM의 높은 수익성과 기술 선두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다만 모든 범용 시장을 같은 방식으로 비울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후발업체가 물량만 채우는 단계라면 수익성 중심의 선택과 집중으로 볼 수 있지만, 그 물량을 기반으로 한 세대씩 제품과 공정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면 산업의 경쟁구도가 달라진다.
SK하이닉스가 HBM에서 앞선 것도 고부가 시장에 기술과 자본을 먼저 집중했기 때문이다. CXMT는 반대로 범용 D램에서 규모를 확보한 뒤 선단제품으로 올라오고 있다.
HBM 1등의 다음 과제는 모든 D램 점유율을 지키는 데 있지 않다. 수익성이 낮아 줄여도 되는 시장과 경쟁자의 기술 축적 기반까지 넘겨서는 안 되는 시장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다. CXMT의 G5 양산은 그 경계를 다시 살펴봐야 할 신호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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