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에서 화학으로'...LG그룹 간판계열사 바뀐다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2-06-08 11:43:51
LG화학 이익률·시총·성장률 등 여러지표서 LG전자에 우세...브랜드 상대적가치도 우위 평가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BC투어'에서 참석,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시대가 바뀌면, 그룹의 간판도 얼마든지 변할 수가 있다. SK그룹의 간판이 SK텔레콤에서 SK하이닉스로 완전히 바뀐 것이 이를 대변한다. LG그룹 대표주자가 LG전자에서 LG화학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같은 조짐이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LG전자는 과거 금성사 시절부터 삼성전자와 함께 오랜 기간 국내 전자 정보통신산업을 이끌어왔다. 대한민국이 극일에 성공하고, 세계적인 IT강국의 반열에 오르는데 일등공신 중 하나가 LG전자였다. 당연히 LG그룹의 간판 계열사는 누가 뭐래도 LG전자의 몫이었다.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수 년전부터. LG화학의 강세가 두드러지며 이같은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가전과 IT 기반인 LG전자가 라이벌 삼성전자에 밀려 스마트폰사업까지 포기하며 전열을 재정비하는 사이 LG화학이 첨단 소재 부문에서 강점을 바탕으로 그룹 내 계열사 판도까지 뒤엎은 것이다.

체격은 전자, 체력은 화학이 우세
우선 기업가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시가총액을 보자. 시가총액면에서 LG화학이 LG전자를 2배 이상 따돌리며 그룹 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8일 오전 10시10분 현재 LG전자의 주가는 10만3천원, 시가총액은 16조7739억원이다. 이에 반해 LG화학은 주가 57만8천원에 시가총액이 40조8024억원이다. LG화학의 기업가치가 LG전자의 약 2.5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주식 투자자들의 평가도 LG화학 쪽에 무게가 실려있는 듯하다. 온갖 대외 악재로 인해 증시가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서도 LG화학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에 7%가 넘게 상승했다. 대형주 중에선 보기 드문 선전이다. 같은 기간 12% 이상 하락한 LG전자와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1분기 실적을 보면 두 회사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LG전자는 매출은 우위에 있으나 이익률 등 내실면에선 LG화학에 확연하게 밀린다. 한마디로 체격은 LG전자가 낫지만, 체력은 LG화학이 우위에 있다.


LG전자의 1분기 매출은 21조 1114억원,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조8805억원으로 6.4% 늘어났다. 같은 기간 LG화학은 매출 11조6081억원, 영업이익 1조245억원을 냈다. 표면적으로는 LG전자가 매출은 10조 이상 많고, 영업이익도 8천억원 가량 많다. 그러나 LG전자의 이익은 특허권 관련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것이다. 증권사 컨센서스 기준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LG화학(9286억원)이 LG전자(8530억원)를 앞서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봐도 이익률 면에서 LG화학이 LG전자를 크게 앞선다. 지난해 LG화학은 5조25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조863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LG전자를 압도했다. 그간 그룹의 영업이익 기여도 가장 높았던 LG전자를 따돌리고 LG화학이 그룹의 내실을 책임지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매출 규모가 큰 가전 등에 힘입어 매출 만큼은 LG전자가 상당히 앞서 있지만,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시가총액 등 실속면에서는 LG화학이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외형 보다는 실속을 특별히 강조해온 구광모 그룹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비춰봐도 상대적으로 실속이 앞서는 LG화학이 LG그룹의 간판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상대적 브랜드 가치도 LG화학이 앞서
업종이 전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브랜드 상대적 평가에서도 LG화학이 LG전자에 앞서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학 분야의 브랜드 가치 글로벌 랭킹에서 LG화학은 매년 순위를 높이며, 어느새 톱3까지 올라섰다.


영국 글로벌 브랜드 평가 전문 컨설팅 업체인 '브랜드 파이낸스'가 최근 발표한 '2022년 화학기업 보고서 25'(Chemicals 25 2022)에서 LG화학의 브랜드 가치는 42억9천700만달러, 한화로 약 5조4천95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보다 무려 19% 상승한 것이다.

 

LH화학 브랜드가치가 글로벌 3위에 진입했다.
LG화학의 브랜드 가치가 5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덕분에 미국의 글로벌 케미컬기업 다우를 밀어내고 글로벌 화학기업 브랜드가치 랭킹에서 3위에 진입했다. LG화학 앞에는 독일 바스프와 사우디의 사빅만 남았다. 바스프와 LG화학의 격차는 2배 가량 나지만 사빅과는 근소한 차이여서 조만간 2위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에 브랜드파이낸스가 공개한 글로벌 톱25 화학기업 브랜드랭킹 중 한국기업으론 LG화학이 유일하다. LG화학이 한국대표기업이자 글로벌 선두 케미컬기업으로 우뚝섰다는 방증이다. 브랜드 파이낸스는 LG화학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친환경 소재, 전지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사업역량을 강화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LG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전체 기업을 높고 보면 LG화학 보다 월등히 앞서지만, 글로벌 IT업계에서의 상대적인 경쟁력은 LG화학만 못한 게 사실이다. LG전자보다 기업가치가 앞서는 글로벌 IT기업은 수 십개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LG전자의 사업구조 재편이 변수
향후 전망도 LG전자 보다는 LG화학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룹 내 1등 계열사 자리가 LG화학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글로벌 악재 속에서도 핵심 사업부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 LG화학이 2분기 이후에도 그룹 내에서 가장 돈 잘 버는 회사라는 위상을 굳힐 것이란 전망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까지 철수하며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전장사업이 반도체 공급난 지속으로 고전하고 있는 데다 생활가전 사업도 물류비 증가 등에 발목이 잡혀 고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점을 지닌 프리미엄 가전시장도 삼성 등이 거센 공격에 직면해있다.


반면 LG화학은 고부가 배터리 소재 등에서 확고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며 수익률을 높여가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 역시 유가 급등으로 원가부담은 가중됐지만, 가공제품이 환율상승과 단가조정으로 상쇄하며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은 특히 첨단소재 부문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LG화학의 첨단소재 부문 매출은 1분기에 1조5680억원으로 작년 4분기(1조1760억원) 대비 33% 급증했다. 전년 동기(1조1650억원)와 비교해도 35%의 증가한 수치다.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한 양극재와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가 성장의 견인차다. 배터리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을 계열사로 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LG화학의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원가부담이 크게 높아졌지만, 고부가제품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한 것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국제에너지 가격이 과거 수준으로 되돌아온다면 LG화학의 영업이익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LG화학의 상대적 선전에서 비롯된 LG그룹 간판기업의 교체가 이대로 LG화학의 우세로 결론 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LG그룹에서 LG전자가 가지는 상징성이 매우 큰 데다가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LG전자 역시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레드TV 등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등 LG전자의 반등이 예상되는 요인도 많다.


업계 한 전문가는 "그룹의 간판을 바꾸는 것은 결국 오너인 구 회장의 판단과 결단력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아직은 구 회장의 마음, 즉 '구심'이 화학보다는 IT쪽에 남아있는 것 같다. 아직은 LG그룹의 간판계열사가 화학으로 넘어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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