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1분기 영업익 5조원 ‘호황’… 재고 효과에 수익성 착시

산업 / 전인환 / 2026-05-04 11:07:15
중동 전쟁 여파로 정제마진 급등… 수출 비중 확대에 실적 견인
영업익 절반 ‘재고 이익’… 유가 하락 시 손실 전환 가능성
최고가격제 여파로 내수 마진 제한… 보전액 산정 갈등 전망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1분기 중동 전쟁에 따른 수출 마진 개선에 힘입어 5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다만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 재고 효과로, 수익성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사진=연합뉴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정유사별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2조3586억원, 에쓰오일 1조847억원, GS칼텍스 1조원 중반대, HD현대오일뱅크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호실적은 중동 전쟁 이후 급등한 정제마진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함께 유가 상승으로 발생한 재고 관련 이익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1분기 정유사 영업이익 중 정제마진 개선에 따른 영향은 50~60%, 재고 관련 이익 영향은 40~5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제외한 정유사의 대표적인 수익 지표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원유 가격보다 석유제품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정제마진이 급등했다.

실제 지난 3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6.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월 대비 180% 이상 오른 수준으로,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국내 정유사들은 세계 5위 수준의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매출의 50~70%를 차지하는 수출에 집중해 정제마진의 수혜를 극대화했다.

다만 지난 3월 정부의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누적 손실액은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가격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면서 내수 시장 마진 폭은 수출 시장보다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부가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로 했지만 관련 재원으로 편성한 예비비 4조2000억원이 소진을 앞두면서 보전액 산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유업계에서는 1분기 역대급 실적 전망을 본질적인 수익성 개선이 아닌 유가 변동에 따른 일시적 착시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이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재고 관련 이익은 원유 도입에 4~8주 이상 걸리는 정유업계의 원가 산정 구조에서 비롯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통상 3~4개월치 원유 재고를 보유하고, 이를 평균 가격으로 분기별 원가에 반영한다.

이에 따라 유가 상승기에는 ‘과거 확보한 저가 재고’가 원가로 투입되는 반면, 제품 판매가는 ‘현재의 고유가’를 기준으로 책정되면서 일시적으로 마진이 확대된다.

문제는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다. 정유업은 공장 가동을 위해 원유를 지속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연속 공정 산업인 만큼, 현재 정유사들은 1분기에 거둔 수익을 현 유가 기준의 더 비싼 원유 구매에 재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전쟁 종식 등으로 유가가 급락할 경우, 반대로 비싸게 매입한 원유가 원가로 반영되는 반면 제품 판매가는 하락하면서 ‘재고 관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유가 상승으로 발생한 이익은 유가 하락 시 손실로 반영될 수 있다”며 “현재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높은 프리미엄을 부담하며 원유를 조달하고 있는 만큼, 유가 급락 시 대규모 적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jih@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인환
전인환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전인환 입니다.
기자 페이지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뷰티트렌드]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웰에이징 R&D 확대

    [뷰티트렌드]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웰에이징 R&D 확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건강수명과 노화 관련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건강기능식품 신소재 개발에 나섰고 아모레퍼시픽은 노화에 따른 모발 강도 저하와 관련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했다.LG생활건강은 지난 17일 한국식품연구원과 건강기능식품 신소재·분석 기술 개발과 식품 분야 연구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1

    2
    [건설사동향] 현대엔지니어링 거제 1963가구 공급·포스코이앤씨 분당 1순위…중흥토건 100억 담보 연장

    [건설사동향] 현대엔지니어링 거제 1963가구 공급·포스코이앤씨 분당 1순위…중흥토건 100억 담보 연장

    현대엔지니어링이 조선업 회복세가 이어지는 거제에서 1963가구 대단지 분양에 나선다. 포스코이앤씨는 분당 리모델링 단지의 일반분양 청약에 들어갔고, 중흥토건은 계열사로부터 제공받은 100억원 규모 담보의 만기를 연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10월 경남 거제시 옥포동 1670번지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거제시그니처’를 분양할 예정이다.단지는 지하 7층~지

    3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4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5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