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절반 ‘재고 이익’… 유가 하락 시 손실 전환 가능성
최고가격제 여파로 내수 마진 제한… 보전액 산정 갈등 전망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1분기 중동 전쟁에 따른 수출 마진 개선에 힘입어 5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다만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 재고 효과로, 수익성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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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사진=연합뉴스 |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정유사별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2조3586억원, 에쓰오일 1조847억원, GS칼텍스 1조원 중반대, HD현대오일뱅크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호실적은 중동 전쟁 이후 급등한 정제마진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함께 유가 상승으로 발생한 재고 관련 이익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1분기 정유사 영업이익 중 정제마진 개선에 따른 영향은 50~60%, 재고 관련 이익 영향은 40~5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제외한 정유사의 대표적인 수익 지표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원유 가격보다 석유제품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정제마진이 급등했다.
실제 지난 3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6.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월 대비 180% 이상 오른 수준으로,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국내 정유사들은 세계 5위 수준의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매출의 50~70%를 차지하는 수출에 집중해 정제마진의 수혜를 극대화했다.
다만 지난 3월 정부의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누적 손실액은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가격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면서 내수 시장 마진 폭은 수출 시장보다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부가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로 했지만 관련 재원으로 편성한 예비비 4조2000억원이 소진을 앞두면서 보전액 산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유업계에서는 1분기 역대급 실적 전망을 본질적인 수익성 개선이 아닌 유가 변동에 따른 일시적 착시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이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재고 관련 이익은 원유 도입에 4~8주 이상 걸리는 정유업계의 원가 산정 구조에서 비롯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통상 3~4개월치 원유 재고를 보유하고, 이를 평균 가격으로 분기별 원가에 반영한다.
이에 따라 유가 상승기에는 ‘과거 확보한 저가 재고’가 원가로 투입되는 반면, 제품 판매가는 ‘현재의 고유가’를 기준으로 책정되면서 일시적으로 마진이 확대된다.
문제는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다. 정유업은 공장 가동을 위해 원유를 지속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연속 공정 산업인 만큼, 현재 정유사들은 1분기에 거둔 수익을 현 유가 기준의 더 비싼 원유 구매에 재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전쟁 종식 등으로 유가가 급락할 경우, 반대로 비싸게 매입한 원유가 원가로 반영되는 반면 제품 판매가는 하락하면서 ‘재고 관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유가 상승으로 발생한 이익은 유가 하락 시 손실로 반영될 수 있다”며 “현재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높은 프리미엄을 부담하며 원유를 조달하고 있는 만큼, 유가 급락 시 대규모 적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ji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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