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13조 벌고도 ‘삼중 시험대’

경제·금융 / 임종호 기자 / 2026-08-08 10:58:46
가계대출 목표 초과·추정손실 1.2조…당국은 보이스피싱·ELS·지배구조 압박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시장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주 금융권의 키워드는 ‘책임’이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1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7월 5대 은행 가계대출은 한 달 새 3조8000억원 넘게 늘어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관리 목표를 이미 1조원 이상 초과했다. 2분기 말 가장 부실도가 높은 ‘추정손실’ 여신도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보다 어떤 위험을 감수해 벌었고, 그 위험을 얼마나 통제하느냐가 금융지주의 새 평가 기준으로 떠올랐다.

대외 여건은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 6일 발표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7월 말 외환보유액도 4279억5000만달러로 전월보다 5억9000만달러 늘었다. 수출 호조와 외화유동성은 국내 금융회사에 우호적인 배경이다. 문제는 금융회사 바깥이 아니라 대차대조표 안쪽에서 나타나고 있다.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13조11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증가했다. KB금융이 3조884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 3조4427억원, 하나금융 2조4029억원, NH농협금융 1조7791억원, 우리금융 1조6090억원 순이었다. KB·신한·하나·NH농협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2분기 5대 지주의 비이자이익은 6조1429억원으로 30.9% 급증했고, 이자이익도 13조1447억원으로 5.3% 늘었다.

그러나 이익이 늘어난 바로 그 시기에 건전성 부담도 커졌다. 금리 상승은 은행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만 차주의 상환 부담을 키운다. 손익계산서에는 이익으로 먼저 잡히고, 부실은 시차를 두고 대차대조표로 돌아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78조7869억원이다. 한 달 동안 3조8261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만 2조2831억원 늘어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은행들이 주담대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주택과 증시로 향하는 자금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건전성 지표도 경고음을 냈다. 5대 은행의 2분기 말 추정손실 여신은 1조21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6% 증가했다. 2019년 2분기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다.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요주의 여신도 10조2177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 늘었다. 추정손실 증가율은 우리은행 80.9%, 하나은행 55.1%, 신한은행 48.0%로 컸다.

당국의 시선도 이익보다 사전 위험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4일부터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과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금융회사와 통신사, 수사기관은 보이스피싱 의심 정보를 ‘ASAP’ 플랫폼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거래가 발생한 뒤 막는 방식에서 의심 단계부터 차단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ELS 사태의 후속 조치도 내놨다. 앞으로 고난도 ELS 기초자산 가격이 원금손실 구간인 녹인배리어에 10%포인트 이내로 접근하면 투자자에게 경고가 전달된다. 상품 승인 과정에는 소비자보호와 준법감시 부서가 참여하고, 금융소비자보호책임자(CCO)가 투자자 보호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상품 출시를 보류할 수 있다. 사고가 난 뒤 배상하는 방식에서 상품 설계 단계부터 책임을 묻는 구조로 감독체계가 이동하고 있다.

지배구조도 압박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려 했지만 일정을 미뤘다. 쟁점은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제한 여부다. 장기 집권으로 이사회와 경영진이 폐쇄적 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민간 상장회사 CEO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주주권과 경영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논쟁이 복잡한 이유는 금융지주의 이중적 성격 때문이다. 5대 금융지주는 주주가 소유한 민간기업이지만 한 곳의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스템 금융회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5대 금융지주와 은행을 모두 2027년도 ‘금융체계상 중요한 은행·은행지주회사(D-SIB)’로 지정했다. 이들 회사에는 1%의 추가 자본 적립 의무가 적용된다.

결국 이번 한 주 금융권 흐름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5대 금융지주는 돈을 가장 많이 벌었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책임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가계대출을 줄이면 이자이익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충당금을 더 쌓으면 순이익은 줄어든다. 비이자사업을 키우면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비용도 커진다. 여기에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지배구조 개편 요구까지 겹쳤다.

하반기 금융지주 경쟁은 순이익 규모보다 이익의 질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확대에 덜 의존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늘어나는 부실을 충당하면서 자본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지, 비은행 수익을 키우면서 금융사고를 줄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상반기 13조원의 이익은 평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검증의 출발점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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