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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위사업청<사진=연합뉴스> |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이 기본설계를 마치고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단계로 넘어가면서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협력해 사업을 수행하자는 ‘공동개발론’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은 오랜 기간 이어진 갈등을 완화하고 협력적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로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함정개발의 특수성과 절차를 고려하면 공동개발이 실제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기술적 제도적 과제가 적지 않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의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기본설계 단계에서 이미 함정의 주요 형태와 탑재 장비, 핵심 기술의 적용 방향이 대부분 확정된다.
이 단계는 단순한 설계가 아니라 함정의 전체적인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 과정으로, 이후의 상세설계와 건조는 이 기본설계를 토대로 수행된다. 이 때문에 방위사업 절차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업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구조다.
공동개발이 직면할 수 있는 현실적 어려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공동으로 상세설계를 수행할 경우, 기술적 조정의 어려움이 우선적으로 제기된다. 상세설계는 이미 정해진 기본설계 결과를 구체화해 실물 제작이 가능한 수준으로 완성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서로 다른 기술 기준과 설계 방식을 가진 두 조직이 하나의 체계를 동시에 완성하는 과정에서는 설계 중복, 데이터 공유 문제, 표준 불일치와 같은 기술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계약과 책임의 구조가 복잡해진다. 방위사업청과의 계약은 물론 체계·장비업체와의 계약도 이중으로 체결되어야 하고 그만큼 관리 체계도 복잡해진다. 상세설계 결과물은 선도함 건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시험평가와 성능 검증까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어느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면 문제 해결 속도가 늦어지고, 결과적으로 사업 일정이 지연될 우려도 커진다. 사업 일정과 비용 관리 측면에서도 부담이 따른다. 업계 일각에서는 “협력의 명분이 오히려 시간과 비용의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동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개발이 전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갈등 상황을 극복하고 산업 간 협력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성공적인 공동개발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역할 분담과 책임 체계가 명확해야 한다. 기술 분야나 시스템 단위로 각 조선소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 범위를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 또한 설계 정보와 기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통합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 추진의 기준이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기술적 타당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동개발의 명분보다 함정의 성능, 전력화 일정, 사업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협력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KDDX 공동개발론은 단순한 사업 논의가 아니라, 우리 방위산업이 협력적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가깝다. 공동개발이 현실화되려면 기술적 분업 구조, 계약 제도, 관리 시스템 등 복합적인 문제가 선행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준비 없이 협력만을 강조한다면, 의도와는 달리 비효율과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공동개발이 이루어지려면 지금까지의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효과성이 검증되어야 하고 추정 불가능한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KDDX 사업방식은 정무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라, 철저히 사업수행 관점과 기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함정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확립된 방위사업 관련 규정과 원칙,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 등에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일관되게 명시돼 있다”며 “KDDX와 관련한 모든 법적 리스크도 해소됐기 때문에 더 이상 지연없이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돼 전력화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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