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동남아 증설 중단…美 관세에 북미 생산 확대 전환

IT·플랫폼 / 최영준 / 2025-04-17 08:47:01
동남아 증설 계획 보류…美 관세 정책에 ‘스윙 생산’ 전략 수정
테네시 창고 착공·멕시코 증산 검토…북미 중심 공급망 재편 가속
▲ LG전자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LG전자가 글로벌 생산 전략의 무게추를 동남아시아에서 북미로 옮긴다. 불확실성이 커진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의 생산 확대 계획은 접고, 멕시코와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와 함께 재점화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베트남 하이퐁,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지의 TV·가전 증설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애초 멕시코산 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남아 생산기지를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미국이 이달 초 베트남 46%, 인도네시아 32%, 유럽연합 20%, 한국 25% 등 사실상 모든 주요 수출국에 전방위 관세를 부과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LG전자는 각국 생산거점을 유동적으로 운용하는 ‘스윙 생산’ 체제를 유지해왔다. 관세, 물류비, 수요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생산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이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고 공급망 전반에 압박을 가하면서, 이 같은 생산 전략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관세 회피용 분산 전략 자체가 의미를 잃었다”며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게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략 전환의 신호탄은 미국 테네시주에서 포착됐다. LG전자는 현지 클라크스빌 지역 산업개발위원회(IDB)에 ‘테네시 제2단계 사업’ 안건을 제출했고, 22일 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심의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기존 세탁기·건조기 공장 인근에 약 5만㎡ 규모의 대형 창고를 신설하는 프로젝트로, 총 투자비는 약 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세탁기 등 제품 보관용 창고”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공장 증설을 위한 전초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도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를 정비 중”이라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즉시 증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테네시 창고의 공사 착공은 오는 6월로 예정돼 있으며, 내년 3분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멕시코 공장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관세 부과 가능성 때문에 감산이 거론됐던 멕시코는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 대상국에서 제외되며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미국 수출 시 관세 면제를 받을 수 있고,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 여전히 경쟁력 있는 생산거점으로 평가된다.

LG전자는 멕시코 몬테레이와 레이노사 공장에서 주로 TV와 냉장고를 생산해 북미로 수출하고 있다. 멕시코는 언제든 다시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현지에 다수의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리하고 있어 미국 내 로비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물가 상승에 민감한 미국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한몫하고 있다.

LG전자가 북미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시장 규모도 있다. 지난해 LG전자의 미주 지역 매출은 22조8959억원으로, 전체 매출(87조7282억원)의 약 26%를 차지했다. 한국을 제외한 지역 중 단연 최대 매출처다. 이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북미 생산 거점 확보가 단순 대응 수준이 아니라 중장기 전략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LG전자의 결정을 두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서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관세정책이 정치 이슈와 직결되면서, 예측 가능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유연한 생산 인프라 확보가 기업 생존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다른 가전 회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LG전자가 미국, 멕시코를 중심으로 생산 비중을 조정하면서 최적의 원가 조합을 찾아낸다면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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