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유럽서 中 GAC와 '현지생산' 경쟁…12종·200개 딜러로 확장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09-22 08:33:30
GAC, 마그나 이어 추가 생산능력 검토…프랑스 판매망 4배 확대
中 브랜드 EU 점유율 9% 넘어…가격에 현지생산까지 더해
현대차 2030년 유럽 EV 42만대 목표…기아도 슬로바키아서 EV2 생산
▲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6.8.26 [연합뉴스]

 

현대자동차(호세 무뇨스 대표이사)와 기아(송호성·송민수 대표이사)가 유럽에서 중국차와 현지생산 경쟁까지 벌이게 됐다.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이 유럽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고 프랑스에 전기차·하이브리드 12종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을 넘어 생산과 판매망까지 현지화하면서 현대차·기아의 유럽 방어선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시간 22일 새벽 로이터에 따르면 세드릭 라쿠르 GAC 프랑스 부CEO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현재 마그나와 다른 투자자들을 통해 유럽 생산능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GAC의 유럽 판매 차량은 이미 마그나가 생산하고 있다. 이번 계획은 유럽 생산을 처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생산기반을 추가로 넓히려는 것이다.

판매망도 빠르게 확대한다. GAC는 전기차 'Aion UT'와 'Aion V'를 프랑스에 먼저 선보이고 2030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12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프랑스 딜러망도 올해 50곳에서 2030년 200곳으로 늘린다. 핀란드·그리스·폴란드·포르투갈·스페인·영국 등에도 이미 진출했다.

현대차·기아에 중요한 것은 중국차가 더 이상 중국 공장에서 만든 차량을 수출하는 데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U는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상계관세 등 무역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유럽 현지생산을 확대하면 중국산 완성차 수입에 따른 관세 노출과 물류 부담을 낮출 여지가 생긴다. EU가 자동차 등 전략산업에 일정 수준의 현지 생산·조달을 요구하는 'Made in Europe' 정책도 추진하고 있어 중국 업체들의 생산기지 확보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유럽 침투는 이미 숫자로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중국 브랜드의 EU 승용차 판매 비중은 9%를 넘어섰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는 2030년에는 16%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전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도 지난 18일 이 같은 변화를 직접 경고했다. 그는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일부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차량이 경쟁 모델보다 30~40%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중국 브랜드 전반에 대한 설명으로 GAC 차량 가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도 유럽 현지생산에서는 상당한 기반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체코 노쇼비체와 튀르키예 이즈미트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두 공장에서 유럽 판매 물량의 약 80%를 생산하고 있으며 체코에서는 전동화 차량 생산을 확대해왔다. 지난달에는 이즈미트 공장에서 유럽 전략형 전기차 '아이오닉 3' 생산도 시작했다.

기아는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지난해 EV4에 이어 올해 3월 EV2 생산에 들어갔다. EV2는 기아가 유럽에서 생산하는 두 번째 순수전기차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같은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도 개편했다.

현재로서는 현대차·기아의 현지생산 경험과 공급망이 GAC보다 앞서 있다. 문제는 이 격차를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럽은 현대차가 전기차 판매를 크게 늘려야 하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유럽 EV 판매를 2025년 11만6000대에서 2030년 42만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동화 라인업으로 유럽 시장 세그먼트의 85%를 커버하고 SUV와 경상용차 등 신차 5종도 추가할 계획이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GAC가 프랑스 확대를 결정한 배경 가운데 하나도 전기차 수요 증가다. 프랑스 신차 등록에서 전기차 비중은 지난 7월 35%, 8월 38%까지 높아졌다. 라쿠르 부CEO는 GAC가 유럽 진출에 “적절한 시점에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기아가 당장 현지생산 경쟁에서 밀린다고 볼 단계는 아니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오랜 생산·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했고 기아도 슬로바키아에서 전기차 양산체제를 갖췄다.

달라진 것은 중국차의 경쟁 방식이다. 저가 수출에 집중했던 중국 업체들이 현지 생산과 딜러망을 갖추면 가격뿐 아니라 납기와 물류비, 브랜드 신뢰까지 경쟁영역이 넓어진다.

현대차·기아가 지켜야 할 것도 단순 판매량이 아니다. 이미 구축한 유럽 생산망을 활용해 신차를 얼마나 빨리 투입하고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해졌다. GAC의 생산능력 확대는 중국차와의 유럽 경쟁이 '수입차 대 현지생산차'에서 '현지생산 대 현지생산'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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