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틈탄 불법도박, 청소년까지 파고들었다

도박을 끊어야 산다 / 황세림 기자 / 2026-07-07 02:51:32
정부, 자진신고·사이트 차단·홀덤펍 단속 동시 가동…관건은 자금줄 차단
▲ 기사를 바탕으로 생성된 Ai이미지

 

도박 문제가 청소년, 불법금융, 스포츠 이벤트, 오프라인 영업장으로 동시에 번지고 있다. 정부는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제, 월드컵 기간 불법도박사이트 집중 신고, 홀덤펍 불법도박 집중단속을 잇달아 가동했다. 단순 일탈로 볼 단계가 아니다. 온라인 도박은 스마트폰을 타고 학교 안으로 들어왔고, 도박 자금은 대리입금과 불법대부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청소년 도박이다. 정부는 지난 5월 14일 교육부, 경찰청, 성평등가족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업무협약을 맺고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제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신고 기간은 5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다.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나 보호자가 117 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를 통해 신고하면 학교전담경찰관과 도박 치유 전문상담사가 상담과 선별검사를 진행한다. 사안에 따라 훈방이나 즉결심판 청구 등 선처도 검토된다. 불법사금융 피해가 확인되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와 연계해 피해구제까지 지원한다.

청소년 도박은 이미 통계로 확인된다.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10월 27일부터 12월 9일까지 서울지역 청소년 3만4779명을 조사한 결과, 도박을 목격한 학생은 20.9%였다. 2024년 조사 때 10.1%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배 이상 늘었다. 도박 경험률도 2.1%로 전년 1.5%보다 높아졌다.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의 약 80%는 온라인을 통해 도박을 했고, 사용 기기는 스마트폰이 64.6%로 가장 많았다.

전국 단위 지표도 가볍지 않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도박 평생 경험률은 4.0%다. 전체 청소년 391만4000여명 가운데 도박 경험자는 약 15만7000명으로 추산됐다. 최근 6개월 안에 도박을 지속적으로 한 청소년도 약 3만명으로 파악됐다. 도박 유형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미니게임, 온라인 스포츠 결과 돈 걸기 등 모바일 기반 도박이 중심이었다.

스포츠 이벤트도 불법도박 확산의 통로가 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계기로 6월 8일부터 7월 31일까지 불법도박사이트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신고 대상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모든 불법도박사이트다. 접수된 신고는 경찰청,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와 공조해 사이트 차단과 수사로 이어진다. 사이트 접속 정보와 베팅·입금·환전 화면을 제출하면 신고 1건당 1만원, 계좌정보까지 제공하면 5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1인당 월 최대 6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단속도 병행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5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홀덤펍 등 영업장 내 불법 도박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경찰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세 차례 집중단속을 통해 불법 도박장 운영자와 도박 행위자 6285명을 검거하고 범죄수익 약 240억원을 몰수·추징했다. 그러나 텔레그램 등 폐쇄형 메신저, 회원제·예약제 영업, 폐쇄회로텔레비전 감시 등으로 운영 방식이 더 은밀해졌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문제의 규모도 작지 않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제6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결과 2025년 기준 국내 불법도박 시장 규모를 95조9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합법 사행산업의 관리 범위를 넘어선 거대한 음성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청소년은 처벌보다 조기 발견과 치유에 방점을 찍고, 불법도박사이트는 신고와 차단으로 확산 속도를 늦추며, 홀덤펍 등 오프라인 도박장은 단속으로 시장을 압박하는 구조다. 그러나 지금의 대응만으로는 한계도 뚜렷하다. 사이트는 차단돼도 주소를 바꿔 다시 열리고, 청소년은 사회관계망과 메신저를 통해 다시 유입된다. 도박 자금은 계좌, 대리입금, 불법대부로 이동한다.

결국 핵심은 자금줄 차단이다. 불법도박은 사이트보다 계좌가 생명선이다. 입금과 환전이 막히지 않으면 사이트 차단은 우회될 수 있다. 청소년 도박도 마찬가지다. 도박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은 빚이다. 빚은 사기, 갈취, 학교폭력, 불법사금융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자진신고제에 금융당국의 피해구제 절차를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박 정책은 이제 사행산업 규제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 안전, 민생금융, 사이버범죄, 스포츠 산업의 신뢰가 함께 걸린 사안이다. 월드컵은 일시적 계기일 뿐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도박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청소년 도박과 불법도박 시장은 계속 형태를 바꿔 확산될 수 있다. 단속보다 빠른 차단, 처벌보다 빠른 치유, 그리고 무엇보다 빠른 자금 동결이 필요하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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