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보험 활성화 위해선 데이터 기반의 '지수형 보험' 개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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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2025년 기후변화주간 개막식에서 탄소중립포인트제에 참여한 기업들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오늘 반팔 입어야 하나, 패딩 꺼내야 하나.” 4월에 눈이 내리더니 며칠 뒤엔 한여름처럼 기온이 치솟았다.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지금, 날씨 때문에 일하지 못한 날까지 보험으로 보장받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손해보험업계는 최근 폭염, 폭설,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인명 피해와 소득 손실을 보상하는 ‘기후보험’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기존 농작물·가축 중심 재해보험을 넘어 야외노동자 소득 보장과 특정 기상 지표(기온·강수량 등)를 기준으로 자동 보상하는 지수형 보험으로의 확대까지 논의되고 있다.
이번 논의는 환경부가 지정한 ‘기후변화주간’(4월 21~25일) 운영과 맞물려 시작됐다. 환경부는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손해보험협회, 한국환경연구원, 보험연구원 등과 ‘기후보험 도입 및 활성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기후보험은 이상기후로 인한 인명 피해나 건강 손실에 대해 진단서 등 간단한 증빙만으로 정액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다. 기존 풍수해보험, 농작물·가축재해보험 등은 생산재 중심의 보장이었다면 기후보험은 개인의 생계와 건강까지 포괄하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건설노동자, 택배 기사, 환경미화원 등 야외직군은 기후에 따라 근무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잦아 소득 손실 보장을 위한 제도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기후보험은 인명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이상기후가 노동 소득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장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보험 도입 사례로는 경기도가 대표적이다. 이달부터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한화손해보험 컨소시엄(농협손해보험·라이나손해보험)과의 협약을 통해 도민 전원이 별도 신청 없이 자동 가입된다. 보험 적용 기간은 내년 4월 10일까지다.
보장 내용은 온열질환·한랭질환 진단 시 연 1회 10만원, 감염병 진단 시 사고당 10만원, 기상특보와 연계된 4주 이상 상해 발생 시 사고당 3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저소득층과 고령자에게는 입원비 최대 50만원과 교통비 최대 20만원이 추가 지원된다. 경기도 모델은 공공이 전액 보험료를 부담하고 피해 발생 시 신속히 보상하는 정책형 보험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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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이 만개한 가운데 시민들이 눈비를 맞으며 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보험업계는 반복되는 이상기후 피해 속에서 기후보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기후변화와 보험산업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집중되면서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연재난 피해와 4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022년에도 피해액은 6000억원에 달해 최근 10년간 두 번째로 많은 피해 규모를 기록했다. 대규모 재난 피해가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험은 단기 보상을 넘어 기후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보험은 향후 ‘지수형 보험’으로의 진화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지수형 보험은 일정 기상 조건이나 수치 지표가 기준을 초과하면 피해 입증 없이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다. 예컨대 일일 기온이 35도 이상으로 3일 이상 지속되면 약정된 보험금이 자동 지급된다.
국내에서는 삼성화재가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출국 항공기 지연·결항 보상(지수형) 특약’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기가 2시간 이상 지연되거나 결항될 경우 고객이 별도 증빙 없이 지연 시간에 따라 최대 10만원까지 자동 보상하는 구조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지수형 보험이 사고에 대한 빠른 대응과 복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손보업계 관계자도 “지수형 보험은 보상 과정이 간소하고 투명성이 높아 기후보험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면서도 “피해 입증 없는 구조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설계와 방지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보험은 현재 단순한 형태에 머물러 있으나 통계가 축적되면 지역별 요율·직군별 맞춤 보장 등 정교한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보험업계는 기후·산업·보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민관 협력 체계 구축을 과제로 삼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은 새로운 리스크에 대응하는 사회적 장치”라며 “민간의 전문성과 공공의 역할이 조화를 이루는 기후보험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산 피해와 생계 위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보험이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을 완충하는 정책형 사회 안전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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