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707억원대 세금소송 갈등 ‘점입가경’

문화·라이프 / 강수지 / 2013-07-08 09:53:48
GS칼텍스-국세청 세금추징 정당성 논란

‘대법원 VS 헌법재판소’ 양 사법기관 갈등 야기
헌재-대법, 한정위헌 기속력놓고 ‘시시비비’ 양상
양대 사법기관 다툼에, GS칼텍스만 ‘갈팡질팡’


[토요경제=강수지 기자] GS칼텍스가 국세청이 부과한 707억 원의 법인세 처분이 부당하다며 부과세 취소소송을 냈다가 또 다시 패소하며 곤경에 빠졌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최규홍)는 지난달 26일 GS칼텍스가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판결은 GS칼텍스가 대법원에서 패소 확정 판결을 받은 이후,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한 것인데, 이 청구가 기각된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반영한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에 정면으로 반한 것이다. 양대 사법기관에서 정반대의 판결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한정위헌의 기속력을 둘러싼 두 기관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1990년 주식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옛 조세감면규제법 제56조 2항에 따라 자산재평가를 통해 국세청의 감세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2003년 상장이 어렵게 된 GS칼텍스가 자산재평가를 취소하자 국세청은 이듬해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 혜택분을 반환하라”며 법인세 707억 원을 부과했다.

이에 GS칼텍스는 지난 2005년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패소 판결이 났지만 2심은 “1993년 관련법 개정 당시 ‘자산재평가 취소시 감면받은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부칙조항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GS칼텍스가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8년 다시 GS칼텍스 패소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3심과 파기환송심 끝에 ‘국세청이 구 조세감면규제법 조항에 따라 법인세 707억 원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자 GS칼텍스는 해당 법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심판에서 “조세감면규제법 개정 전에 만들어진 부칙조항을 유효한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불소급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GS칼텍스는 이를 토대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판결에서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의 판단을 반복하며 재심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선고됐어도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한정위헌은 위헌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다시 논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싸움의 반복
이와 관련, 지난해 6월 3심제 판결이 나왔을 당시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이 ‘재판소원’이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법원에서 내린 재판 결과를 헌재가 다시 판단하는 재판소원이 현재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법원의 재판 결과가 헌법재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관들에게서 “헌재법 개정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이에 대법원의 관계자는 “(재판소원의 성격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보고서는 이미 올라갔다. 대법관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31일 헌재 결정이 나기 전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GS칼텍스가 법원 판결이 확정된 뒤 헌법소원을 낸 것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위헌으로 선고하기 위해 여러 논리를 동원했었다. 이에 법조계 인사들은 “헌재가 무리한 결정을 했으며 법률가들도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며 “재판소원으로 보이나 법률소원으로 만들려고 여러 가지의 이론을 내놨기 때문이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유는 “대법원이 1993년 조세감면규제법에는 없는 부칙을 적용한 것은 ‘불소급의 원칙’ 위반이다. 또 세금 부과는 입법부가 만든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사법부가 해석을 통해 없는 법을 만들어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또 당시 결정문을 통해 “관련 당사자가 공평에 반하는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이미 효력을 법률조항을 유효한 것으로 보고 과세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칙과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어 “입법자의 실수로 형사처벌 조항이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비난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법원이 피고인을 형사 처벌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판결 자체를 깨뜨리면 재판소원이 되기 때문에 헌재는 재판이 아닌 법률에 위헌을 선고해야 했다. 그렇게 사실상 판결에 위헌을 했지만 형식적으론 법률이 위헌이라고 했던 것이다.


◇GS칼텍스, “아직 검토중…대법원까지 갈 것”
최근 헌재는 한정위헌의 효력을 법으로 보장받기 위해 국회에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법원 재판도 공권력이니 법률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취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KSS해운도 같은 취지로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소송 재심 청구에서 “한정위헌 결정은 법적근거가 없는 결정으로 법원이나 국가기관을 기속하지 못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한정위헌은 헌재가 법률과 법률조항에 대해 그 자체가 아닌 해석이나 적용방식에 대해서만 위헌을 선언하는 것을 뜻한다. 법률의 해석이나 적용 등에 있어서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법령 자체를 폐지하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에, ‘조문 자체는 당분간 유지하되, 일정한 날짜까지 해당 조문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판결이다.

대법원은 법률조항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는 위헌 결정과 달리 한정위헌 결정은 법적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아 헌재와 갈등을 빚어온 것이다.

이 가운데 헌재는 최근 한정위헌 등 변형결정의 법적근거와 기속력을 인정해달라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실제 입법이 가능할지 여부 등이 불확실한 상태여서 양 기관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두 기관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사건 당사자들의 혼란만 가중한다”며 “재판을 3번이나 받으며 헌법소원과 재심까지 거치면 소송 장기화로 인해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현재 GS칼텍스는 이 같은 사항과 관련해 “다시 고등법원에 가고, 대법원에 갈 것이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을 ‘위헌’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과, 대법원의 판결까지 개입하려는 헌법재판소. 법조계는 “이번 논란이 최종 어떻게 정리될지 지켜봐야겠지만, 두 기관의 갈등 때문에 국민이 피해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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