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중국 역사로 배우는 논쟁의 기술 '쟁경'

문화·라이프 / 이완재 / 2013-04-22 09:08:19
5000년 중국 역사 중 가장 우수한 논변 발췌록

쟁경
자오촨둥 저, 988쪽, 3만8000원, 민음사
5000년 중국 역사 중 가장 우수한 논변 발췌록
춘추 전국 시대 명재상 관중에서부터 청나라
번영의 기틀을 닦은 옹정제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사를 통해 배우는 설득, 협상, 논쟁의 기술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5000년 중국 역사에서 가장 우수한 논변의 사례를 가려 뽑은 『쟁경-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이기는 기술』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중국 최초의 직업 변호사 등석, 강대국들 틈에서 빼어난 외교술로 나라를 지킨 자산과 자공, 절묘한 비유로써 진리를 드러낸 공자, 상대방을 감동시켜 설득하는 유세의 기술을 가르친 귀곡자, 말더듬이였으나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 천하 대권을 가른 합종연횡책의 소진과 장의, 교조주의로 변한 시대의 주류 이념과 불화한 왕충과 이지, 개혁에 대한 투철한 신념으로 보수파와 극렬히 논쟁한 구양수, 화이(華夷)의 구별은 없다고 논증하며 다민족 왕조 청나라의 지배 체제를 확립한 옹정제…….

사리의 옳고 그름을 밝히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자기주장을 말이나 글로 논하여 다투고, 여럿이 서로 의논하고 상대를 깨우치기 위해 말하는 논변, 논쟁의 역사는 동양사만큼이나 유구하다. 춘추전국 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중국 역사에서 빼어난 논변을 펼친 100여 명의 인물 이야기는 5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현대인에게도 유효한 시사점을 준다. 반박을 위한 반박이나 궤변을 위한 고도의 형이상학이 아닌, 겸애·평화·자유 같은 진리와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복무하는 논변이야말로 참된 ‘이기는 기술’이다.


최근 들어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경쟁력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오늘날에는 진담이다. 프레젠테이션은 그저 보여 주고 말하는 행사가 아니라, 말이 곧 가치로 바뀌는 과정이다.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라는 직업도 등장했는데, 그 비용이 업무의 난이도에 따라 100만 원대부터 1000만 원대까지 달라진다. 이런 전문 프로듀서까지 고용해 준비했다는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일화는 유명하다. 잡스가 아이패드 프레젠테이션을 한 직후 애플의 주가가 폭등한 것인데, 말이 곧 돈이 된 것이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현대 사회를 ‘지식 사회’라 칭했듯,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생산 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이 아닌 지식이 강력한 생산 수단이 되며 지식을 배분하고 적용하는 것이 부를 창조하는 중심적 활동이 되었다. 이러한 지식 사회에서 머릿속의 추상적 가치를 펼쳐 보이고 대중을 설득하는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각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소통의 부재는 곧 프레젠테이션 능력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거대한 프레젠테이션 경연장이나 다름없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기업인은 소비자와 투자자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존경받는 리더일수록 꿈이나 희망, 더 나은 미래와 같은 추상적인 가치를 효과적으로 주장하고 대중을 설득한다. 프레젠테이션은 소통을 최고로 끌어올린 첨단 기술이며, 바로 이 프레젠테이션이 이 책에서 다루는 논변이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5000년 중국 역사에서 가장 우수한 논변의 사례를 가려 뽑은 책. 고전 속에 담긴 상소문, 표(表), 소(疏), 계(啓), 서(書), 기(記), 논(論), 설(說) 등을 ‘논변’이라는 렌즈로 분석하고 정리하여 논변의 역사적 기원, 변천 과정, 기능 및 효과 등을 따져 오늘날 현대인에게 유용한 삶의 지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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