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원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구경하실래요?"

문화·라이프 / 조연희 / 2013-04-08 09:08:29
[개봉영화 리뷰] 강우석의 시원한 영화 '전설의 주먹'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는 옛말이 있다. 이런 이유로 리모컨을 격투기 채널에 고정시키는 이들이 많다. 건장한 남자 둘이 링 위에서 치열하게 싸우면서 터뜨리는 강력한 '한 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강우석(53) 감독의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은 대놓고 싸움구경을 할 수 있도록 판을 벌인다. '홍규민PD'(이요원)가 학창시절 학교를 평정했던 파이터들 중 최고주먹을 가리는 TV파이터쇼 '전설의 주먹'을 제작하면서 벌어진다.

링 위에 가장 먼저 오르는 인물은 88올림픽 당시 복싱꿈나무 '임덕규'(황정민)다. 25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은 평범한 국숫집 주인. 아내와 사별하고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딸과 함께 생활하는 평범한 아빠다. 주먹 대신 조리로 생계를 이어가다 상금을 노리고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

이어 25년 전 학창시절 친구였지만 성인이 된 후 만나지 못한, 건달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신재석'(윤제문)과 링에서 재회한다. 홍 PD의 작전으로 또 다른 10대 시절 친구로 현재 대기업 부장인 '이상훈'(유준상)과도 마주친다. 세 사람은 상금 2억원을 두고 벌이는 8강 토너먼트 최후의 파이터쇼 '전설대전'에 오르게 된다.

임덕규가 무대에서 상대를 무너뜨릴 때마다 영화는 1987년의 과거로 돌아간다. '임덕규'(박정민)는 체육관과 사당고등학교를 다니며 복싱을 하다 우연히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그때 악연으로 만난 옆학교 남서울고의 '신재석'(박두식)과 같은 학교 1진 '이상훈'(구원)과 진한 우정을 쌓는다. 1987년도의 10대의 주인공과 2013년도 40대 주인공의 모습을 오가며 임덕규, 이상훈, 신재석의 만남과 우정, 방황, 그리고 세 친구가 서로 연락을 끊고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던 비운의 사건을 조금씩 풀어낸다.

웃음, 감동, 스릴러 등 한 가지만 추구해온 강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는 사회적 문제에 욕심을 냈다. 공권력, 승부조작, 약물투입, 학교폭력, 언론권력, 왕따, 부녀갈등, 기러기아빠 등을 툭툭 건드린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링 위에서의 싸움은 진행형이다. 황정민(43), 유준상(44), 윤제문(43)은 온몸으로 리얼리티를 살려냈다. 촬영 때 십자인대가 파열된 유준상과 어금니가 빠져 임플란트를 해넣어야 했던 윤제문의 부상이 느껴진다. "원래 홍조기가 있는 얼굴인데 많이 맞아서 회복이 안 됐다"는 황정민의 얼굴도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빨갛게 부어간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강렬한 액션과 몸싸움은 관객을 더욱 몰입시킨다. 배우들의 살아있는 표정은 펀치를 날릴 때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들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당하는 순간에는 신음을 유발한다.

대중이 세 배우의 연기에 거는 기대는 그대로 적중했다. 아역들의 연기력은 그 이상이다. "아역배우들의 촬영날이면 한숨부터 나왔고 화도 많이 났다"는 강 감독의 노고 덕분이었을까, 신선한 세 얼굴들은 화려하게 다가왔다.

다만, 영화에 에피소드가 너무 많다. 황정민 부녀의 화해과정은 억지스럽다. 고등학생 세 명을 조직폭력배 여럿이 당해내지 못하는 등 작위적인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덜어낼 구석을 지목하기는 어렵다. 에피소드의 당위성 확보에 성공한 감독의 연출력 때문일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번 영화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면 다음 영화를 무척 재미있게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강 감독의 바람은 이뤄질 듯 보인다. 2시간30분의 러닝타임이지만, 시간을 재기도 아까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간다. 극장을 나오면서는 마치 내가 링 위에서 경기를 한 듯 시원함도 느낄 수 있다. 이 후련함을 19세 이상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청소년관람불가. 4월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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