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유귀범 주민자치회장, “대화가 필요해”

문화·라이프 / 홍승우 / 2014-12-19 17:16:56
서울시‧강남구 개발방식 일부 합의, 실질적 혜택 돌아갈까?

▲ 유귀범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장
[토요경제=홍승우 기자] 서울시와 강남구가 지난 18일 구룡마을 개발방식에 대해 입장을 발표했다.
그동안 환지방식(개발 후 보상금대신 일부토지 지급)의 입장이었던 서울시(시장 박원순)와 전면 수용‧사용 방식(토지를 100% 공공수용)을 주장했던 강남구(구청장 신연희) 사이에 첨예한 갈등으로 개발 자체가 백지화 단계까지 갔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는 행보를 보이며 강남구의 수용방식에 일부 동의한 상태다.


합의는 합의, 고발은 고발…강경한 태도의 강남구


한편 시 공무원을 고발한 상태인 강남구는 서울시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검찰고발을 취하하지 않아 여전히 서울시와 강남구 사이의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구룡마을은 개발 갈등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크고 작은 화재사고가 일어나며 안타까운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곳이다. 이에 강남구청은 개포중학교를 임시 대피소로 지정하고 이재민들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불과 몇 십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임시 대피소가 있다. 그 곳은 구룡마을 주민 자치회관으로 일부 이재민들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주민 자치회관은 구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구는 공식지정 대피소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화재 이어 내부갈등까지 다사다난했던 ‘2014 구룡마을’


현재 구룡마을에는 자치회는 크게 구룡마을 주민자치회(회장 유귀범)와 구룡마을 자치회(회장 이영만)로 나눠져 있다. 두 자치회는 같은 구룡마을을 대표하지만 성격이 다르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환지방식을 지지하는 입장이고, 구룡마을 자치회는 수용‧사용방식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서울시와 강남구가 수용‧사용 방식에 일부 합의한 시점에서 환지방식을 지지했던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유귀범 회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Q. 소개 부탁드린다.
A. 99년부터 주민자치회 회장을 맡은 ‘유귀범’이다. 98년 화재사고‧각종비리가 있었던 ‘마을자치회’ 해체 이후 주민자치회를 세워 그동안 회장을 해오고 있다.


Q. 구룡마을자치회 회장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가?
A. 구룡마을은 과거 약 2800세대 정도가 난립된 무허가 판자촌이었다. 무허가이기 때문에 주민등록도 되지 않고 국민이지만 행정적으로 등록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이에 대표성을 띈 자치회를 만들어 주민을 응집시키고 주민들의 행정적인 문제를 주로 처리했다. 특히 전기나 수도도 공급되지 않는 곳이라 자체적으로 전신주를 만들어 전기를 공급하는 등 실질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고 보면 된다. 또한 9개 지구에 지구장을 만들어 세부적인 사항까지 신경쓰고 있었다.


Q. 행정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A. 예를 들면 주민등록이 등록되지 않아 예비군훈련 통지서를 받지 못해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기초수급 미지원, 위장전입으로 벌금을 내야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Q. 최근 서울시와 강남구가 수용·사용 방식으로 개발방식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한다. 세부적인 내용이 조율 중인 시점에서 견해는 어떤가?
A. 서울시에 배신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개발 논의 초반 구룡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실질적인 생활을 위해 환지방식을 추진하겠다고 해 믿고 있었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또한 구룡마을 개발을 정치적 목적으로만 이용한 느낌이 들어 더욱 그렇다.


Q. 하지만 발표까지 한 상황이라 합의한 대로 수용·사용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A. 현재 임대 아파트(주택)가 구룡마을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주거마련 방안이 아니다. 월 100여만 원도 되지 않는 급여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들에겐 임대료도 부담스런 실정이다. 또한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로워 실질적인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적어질 것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수용조건 확대도 요구할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 주민자치회 쪽 사람들에 대한 행정적인 지원은 전혀 없는 열악한 환경이고, 주민자치회관이나 운영을 위해 자금이 필요해 주민 공동사업으로 커피숍을 했지만 구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고발을 당해 사업도 원활하지 않다. 솔직히 말해 조금은 지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대화다. 구청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모든 주민과 만나 소통하길 바란다.


Q. 면담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나?
A. 여러 방법으로 구청장을 만나려고 시도했지만 성사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구룡마을자치회 측은 자주 접촉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또한 구룡마을 내부에서 갈라지는 생각이 들어 구룡마을자치회 쪽에 공청회를 열어 전체 주민의 의사를 통해 대표를 통합하자는 의견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공정한 방법으로 대표를 뽑는다면 이견 없이 따를 것이다.


Q. 올해 구룡마을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개발 시작도 아직 한참 남았는데 주민자치위원회 회장으로서 안전대책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A. 구룡마을은 지리적으로 진입로나 세대 사이가 멀지 않아 화재가 발생하면 대규모로 번지는 상태다. 이에 진입로 확보나 소화전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구룡마을 대부분의 집이 20년 이상 됐을 뿐만 아니라 전기선 같은 경우는 건들면 바스러지는 것도 있다. 생활 곳곳에 화재요인이 있는 만큼 보수‧정비를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Q.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가짜 토지주’문제나 위장전입 의혹 등에 대한 해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확실한 해명을 부탁드린다.
A.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주요원인은 ‘토지신탁문제’ 때문인데 구룡마을 주민은 2002년 8월 정리금융공사로부터 주민 230여 명의 명의로 토지를 구입했고, 당시 실거주민을 대상으로 10평씩 등제작업을 실시했다. 당시 지불대금이 없는 주민들이 대토지주에게 담보대신 토지신탁 조건으로 임대료 대신 노무로 갚는다는 조건이었다. 즉 인건비로 대신한 것이다. 당시 신탁을 트집 잡아 ‘가짜 토지주’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Q. 서울시와 강남구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구룡마을을 자신들의 정치목적 등을 위해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반시설이라도 지원을 해준다면 개발이 없어도 괜찮다. 거주민들의 실질적인 혜택이 오는 방향이었으면 좋겠다. 또한 개발을 추진한다면 주민이 참여해 투명한 개발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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