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우리은행 '무패질주', 달라진 벤치의 힘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4-12-13 21:12:26

[토요경제=춘천, 박진호 기자] “식스맨이 나가서 10분 정도 뛰면서 득점을 몇 점 했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주전들이 쉬는 동안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해주고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제 몫을 해주면 되는데, 공격이나 눈에 보이는 역할까지 해주면 그건 그야말로 보너스죠.”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위성우 감독의 식스맨에 대한 지론이다. ‘만년 꼴찌’에서 어느 덧 ‘새로운 왕조’로 올라선 우리은행은 그동안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첫 우승을 차지했단 지난 2012-13 시즌에는 이승아-박혜진-임영희-양지희-티나 톰슨으로 구성된 주전 라인업이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에도 우리은행은 벤치 자원의 활용도가 많은 팀은 아니었다. 이는 핵심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심각한 균열이 올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우리은행은 다르다. 벤치 선수들에 대한 활용도가 높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여러 이유를 통해 설명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내가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던 위성우 감독은 올 시즌 식스맨의 폭넓은 활용을 시즌 전부터 공언했다.
이는 1980년 생으로 30대 중분을 넘어선 임영희의 체력과 부상을 안고 시즌을 치러야 하는 양지희에 대한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외국인 선수의 능력이 좋아져서 공격에서 해결사가 있다는 부분과 벤치 자원들의 실력이 충분히 경기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올라섰다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성우 감독의 생각은 올 시즌 우리은행의 연승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이은혜와 김단비, 박언주, 강영숙이 주전보다 무서운 벤치 멤버의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어느 덧 프로 8년차가 된 가드 이은혜는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경기 출장 기회를 얻고 있다. 올 시즌도 전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이은혜는 경기당 출전 시간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지만 쓰임새면에서는 훨씬 더 높은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위성우 감독은 팀의 주전 가드로 이승아가 버티고 있지만, 스피드와 경기를 운영하는 노련미 면에서 이은혜가 이승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때도 많다고 말한다. 이승아 역시 이은혜가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서 플레이타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오히려 더 자신 있게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실업팀으로 떠났다가 2년 만에 프로로 복귀한 박언주는 예상보다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고, 최근에는 주로 선발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위성우 감독은 “(박)언주가 슛이 있다 보니 코트에 있을 때 기본적으로 상대 수비 한 명은 달고 다닌다. 식스맨이 코트에 들어섰을 때 상대 수비가 버리지 않고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언주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언주는 올 시즌 13경기에서 경기당 12분 이상을 소화하며, 3.6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3번과 4번 수비는 물론 내외곽에서 득점까지 쏠쏠하게 챙겨주고 있는 김단비는 176cm의 비교적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힘이 좋아 상대의 4번 선수를 저지 하고 있으며, 특히 슈팅력을 갖춘 빅맨들과의 매치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출장시간은 줄었지만 우승반지를 10개나 갖고 있는 강영숙은 경기에 나설 때마다 인사이드에서 확실한 수비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양지희나 KDB생명의 신정자를 제외하고는 강영숙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빅맨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은혜와 박언주, 김단비, 강영숙은 우리은행에서 역할 상 식스맨으로 뛰고 있지만 외국인 선수 한 명과 묶어서 베스트 5로 코트에 투입된다 해도 모자람이 없는 올 시즌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식스맨은 주전들의 빠진 자리가 티 나지 않도록 해주기만 해도 만족한다던 위성우 감독에게 주전에 준하는 활약을 펼치는 이들의 존재감은 올 시즌을 순항하도록 하는 천군만마와 같다.

사진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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