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을 넘어 ‘잠의 종말’ 시대···‘24/7 잠의 종말’

문화·라이프 / 김형규 / 2014-12-06 17:46:30
크레리 교수, 현대인의 심화한 소외 현상 그려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무려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는다. 북미 지역의 철새인 흰정수리북미멧새가 그렇다. 수천 ㎞에 달하는 북미 서부의 대륙붕 상공을 이동하는 내내 낮에는 먹이를 찾고 밤에는 비행한다. 미국 과학-군사 복합체는 최소 7일간 잠을 자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불면 병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 중이다. 막대한 돈을 투입해 흰정수리북미멧새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조너선 크레리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예술사·고고학부 교수는 ‘불면’을 넘어서, 시대는 이미 ‘잠의 종말’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24/7(Twenty-four seven)’ 체제, 즉 ‘하루 24시간, 주 7일 내내’ 돌아가는 산업과 소비의 시대가 이미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정보 통신상의 극단적 테크놀로지 발달에 힘입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잠과 휴식은 불필요한 것이 됐다. 체제의 안정과 영속을 좀먹는 이단적인 것으로까지 치부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크레리 교수가 펴낸 ‘24/7 잠의 종말’은 이처럼 잠과 꿈, 휴식이 사라져 가는 후기자본주의사회의 살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더욱 심화한 소외 현상을 들여다본다.


특히 24/7 체제가 폐기하고 있는 ‘시간성’에 주목한다. 일주일과 개별 요일들, 주말과 휴일, 혹은 계절적 휴지기 등 시간적 분절의 전통은 아직 지속하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소비와 유희의 일상은 이미 그런 분절적 시간의 제약을 무화했다. 24/7의 시간은 곧 비(非)시간인 것이다. 시간성을 상실한 개별 인간들은 주체성과 능동성을 상실해 무력감에 빠진다. 24/7 체제는 이러한 상태를 지속하고자 통제와 감시와 규제의 단계로 나아간다.


결국 ‘24/7 잠의 종말’은 계속 변화하는 테크놀로지의 요구를 따라잡는 게 불가능함을 지적하며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긍정적 미래상을 비판한다. “종잡을 수 없이 잇따라 등장하는 소비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유일하게 일관된 요소는 우리의 시간과 활동이 전자 교환의 범위 내부로 갈수록 단단히 통합된다는 점이다. 어떻게 의사결정 시간을 줄일지, 어떻게 숙고와 사색의 쓸데없는 시간을 없앨지를 연구하는 데 매년 수십억 달러가 들어간다. 바로 이것이 현시대 진보의 형식이며 시간과 경험의 가차 없는 포획과 통제”라고 비판한다.


저자 : 조너선 크레리
옮긴이 : 김성호
출판사 : 문학동네
가격 :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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