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SE 지수 편입…선진 자본시장 도약

증권·자본시장 / 토요경제 / 2009-09-30 11:50:22
3전4기 끝 확정...2004년 관찰대상국 지정 후 5년만 성과
국내 증시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 지수 편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FTSE 선진지수 편입은 국내 증시가 규모 측면뿐 아니라 경제·사회·정치적 안정성, 금융시장의 질적 수준 등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선진지수 편입에 따른 신규 자금 유입 규모가 일차적으로 3조7천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FTSE 선진지수 편입에 따라 국내 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 긍정적이고 장기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단타성 외국계 자금이 아닌 장기투자 성향의 선진국 주식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시의 변동성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FTSE 선진지수 편입이라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실질적인 선진 자본시장으로 거듭나려면 시장 개혁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양대 글로벌지수로 평가받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앞당기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21일부터 FTSE 선진국 지수에 공식 편입된다.
2004년 9월 FTSE가 국내 증시를 선진시장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에 포함한 지 정확히 5년 만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1995년 공동 설립한 이 회사의 FTSE지수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자회사인 MSCI가 만든 MSCI 지수와 함께 세계 양대 투자지표로 평가된다.
이들 지수는 주요국 투자기관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개별 국가의 주식을 얼마만큼 살 것인지를 결정할 때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들 지수에 편입되는지에 따라 해당 국가와 종목의 주가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FTSE 편입은 한마디로 한국 증시에 대한 평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의미다.
이런 상징적 의미 외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할인) 해소, 장기투자 성향의 안정적인 글로벌 주식자금 유입에 따른 증시 변동성 감소 등의 직접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이 FTSE 선진시장에 편입되면 '신흥시장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선진시장 프리미엄'을 받아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다만 선진신흥시장 주식자금의 선(先)이탈, 우선 투자국에서 멀어질 가능성, 소수 대형주 중심으로의 외국인 투자 쏠림 현상 심화 등은 부정적인 측면이다.
우리나라 증시의 FTSE 선진국 지수 편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FTSE는 글로벌 권역을 선진시장과 선진신흥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 시장 등 4개로 구분하고 있다. 선진신흥시장에 속한 한국은 2004년 9월 FTSE의 선진시장 편입에 대비한 공식관찰국으로 지정된 이후 2005년과 2006년, 2007년 3년 연속 선진시장에 문을 두드렸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07년 9월에도 FTSE가 제시한 시장지위 변경 요건 대부분에서 합격점을 받아 시장별 지위가 격상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지만 외환시장과 결제 및 양수도의 자율성, 장외거래 허용 요건에서는 '합격에 미달하는 평가(Restricted)'를 얻어 선진시장 편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후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각종 제도 개선을 위해 애쓰고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외환거래의 자율화' 부문도 가뿐이 뛰어넘으면서 4수(修) 끝에 FTSE가 분류하는 시장별 지위에서 최고 단계로 올라섰다.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 국가 가운데 4번째, 전 세계적으로는 그리스(2001년 1월), 이스라엘(2008년 9월)에 이어 26번째이다.
FTSE 선진국지수 내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98%로 미국(45.76%), 일본(10.06%), 영국(9.60%), 프랑스(5.23%) 등에 이어 11번째로 크다.
미국계 펀드 운용에 기준으로 사용되는 MSCI 지수와 달리 FTSE 지수는 주로 유럽계 투자자금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기 때문에 'MSCI지수의 유럽판'이라고도 불린다. FTSE와 MSCI를 추종하는 자금은 각각 2조5천억달러, 3조5천억달러로 추정된다.
국제금융센터는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에 따른 해외 투자자금의 일차적인 순유입 규모가 31억달러(3조7천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에 따른 신규 유입자금 176억달러에서 신흥시장 탈퇴로 인한 자금유출액 145억달러를 제했다.
이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지난 14일부터 편입 직전인 18일까지 폭발적 매수세를 선보이며 기록한 순매수 규모 3조6천877억원과 거의 일치한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MSCI 지수와 비교하면 FTSE 지수를 이용하는 글로벌 자금이 많지 않아 편입에 따른 일차적 영향은 크지 않다"며 "하지만 FTSE 지수를 벤치마크하지 않는 자금이더라도 선진국 편입에 따른 주가 상승, 대형주 수혜 등을 노리고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기봉 거시전략파트장은 "글로벌 자금 유입 효과는 지수 변경 시점에 가장 크게 나타나며 FTSE 선진지수 편입 이후에는 짧게는 2주, 길게는 1달에 걸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을 계기로 MSCI 선진지수 편입 전망은 한층 밝아졌다.
MSCI 지수는 영국계 및 유럽 본토 일부 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 자금이 벤치마크하는 지수로, 선진지수 편입에 성공하면 FTSE 선진지수 편입보다 훨씬 더 큰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증시는 지난 6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실패한 바 있다. MSCI는 당시 한국 증시가 규모나 유동성 측면에서는 선진시장 지정 요건에 부합한다고 인정했으나 역외 원화시장의 부재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등의 제한을 선진지수 편입 제외의 빌미로 삼았다.
대부분 전문가는 FTSE 측도 유사한 문제점을 지적해오다 해당 부문에 대한 점진적 개선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 선진지수 편입을 결정했다며 MSCI가 내년 6월 연례평가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MSCI 측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은 선진국 지수 편입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만든다.
국제금융센터 안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려면 그간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던 기업 지배구조와 높은 주가변동성, 낮은 배당성향, 선진국 수준에 미흡한 증권거래 제도 등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 투자 성향의 글로벌 투자자 증가에 발맞춰 국내 증시에서도 개인 자금의 기관 투자화, 기관 투자자 비중 확대 및 장기투자 문화 정착 등 실질적인 선진국 자본시장으로의 발전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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