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MVP 박준혁, '지옥에서 천국으로'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4-11-23 19:07:58

[토요경제=상암. 박진호 기자] 득점 없이 0-0으로 120분이 흘러가던 상황. 23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 2014년 FA컵 정상을 가리는 승부에서 정상까지 마지막 한 걸음만을 남겨두고 있던 성남FC의 김학범 감독과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마지막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승부차기를 위한 비장의 카드를 내민 것이다.


양 팀 감독은 경기 내내 골문을 지키고 있던 수문장 김용대와 박준혁을 대신해 유상훈과 전상욱을 준비시켰다. 이미 결승전을 대비해 이전부터 준비해놓고 있던 ‘전가의 보도’였다. 유상훈과 전상욱은 이미 이번 FA컵 승부차기에서 자신들의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유상훈은 포항과의 16강에서, 전상욱은 전북과의 4강에서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며 120분 동안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마지막 스페셜리스트가 될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이미 증명했다.
종료 1분전. 유상훈이 김용대와 교체로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성남도 전상욱이 준비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경기 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플레이가 계속 이어진 것이다. 플레이가 중단되지 않아 교체는 이루어질 수 없었고, 성남이 야심차게 준비한 승부차기의 히든카드 전상욱은 투입되지 못한 채 경기가 끝났다. 성남으로서는 최후의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작전 실패가 복이 됐다. 전상욱을 투입하지 못해 승부차기까지 책임지게 된 골키퍼 박준혁이 기대 이상의 선방쇼를 펼친 것이다.
박준혁은 FC서울의 첫 번째 키커 오스마르의 슛을 막아내며 기선을 제압했고, 세 번째 키커로 나선 몰리나의 슛도 정확하게 막아냈다. 박준혁의 선방 속에 네 명의 키커가 모두 침착하게 슛을 성공시킨 성남은 승부차기에서 4-2로 서울을 꺾고 FA컵을 들어올렸다.
승부차기에 나서기 전, 전상욱이 자신이 분석한 것을 가르쳐줘서 도움이 됐다고 말한 박준혁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 22분, 볼 처리에서 실수를 범해 에스쿠데로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내줬었다. 하마터면 이날 경기의 역적이 될 뻔 했던 상황에서 팀을 우승에 올려놓은 결정적인 영웅으로 올라선 박준혁은 대회 MVP에 선정됐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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