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실체를 고발한다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8-09 14:03:03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왜곡'되는 것들

오늘날 미디어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결과는 선거와 기타 정치적 사안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일반대중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자료로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또한 조사 결과는 정책결정과 현안결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의 뿌리가 바로 이 책 <여론>이다. 퓰리처상을 2번이나 수상한 언론인 월터 리프먼이 이 책에서 제기한 것들은 현대의 정치와 미디어에 기초가 됐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철학자 존 듀이는 이 책을 두고 “현재까지 글로 쓰인 민주주의에 관한 가장 효과적인 고발장”이라고 불렀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생각인 “시민은 공적 이슈가 ‘사실들’과 함께 제시될 때에 사리에 맞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그 결함을 폭로하고 있다.


인간은 고정관념과 이기심에 의해서, 사실들은 보도를 하는 매체의 복잡한 관계에 의해서 왜곡된다. 월터 리프먼은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언론의 보도를 조작하여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전권을 가진 시민들에 의해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인데, 만약 공중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월터 리프먼에게 공정한 보도와 그것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공중이라는 환상을 넘어서는 책을 집필하도록 했다.


리프먼은 “대중은 미디어의 보도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사안을 접하기 때문에, 미디어의 왜곡과 선택으로 인해서 대중의 판단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문화가 부과한 ‘고정관념’에 따라서 어떤 사건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분석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들 중 하나는 “우리는 우선 보고 그 다음에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정의부터 하고 그 다음에 본다”는 것이다. 이는 의사결정과 관련한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는데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 고정관념에 의해 결정된다면, 우리의 인식은 부분적으로만 진리일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리프먼은 신문이라는 미디어를 다루며 구독자와 기자, 그리고 신문에 실리는 뉴스의 본성을 지적하고 “뉴스와 진리는 서로 상충되는 것”이라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뉴스는 어떤 사건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고, 진리는 숨겨진 사건을 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정관념과 편견에 좌우되는 공중에 대한 회의, 기존 언론과 여론에 대한 불신, 그리고 고전적 민주주의 이론의 현대적 한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책 <여론>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사회과학자들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22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정치학을 한 단계 높은 차원의 학문으로 상승시켰고, 현대의 정치이론에서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념들을 제시,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때문에 이 책은 언론인, 정치가뿐만 아니라 “나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 당신에게 더 중요한 책이다. <여론>, 월터 리프먼 저, 이충훈 역, 2만원, 까치(까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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