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낙원을 꿈꾼 투사들 <코뮤니스트>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7-11 18:05:14
그들은 가장 유력하고 혁신적인 진보를 실천했다

자본주의의 착취와 경쟁에 지친 21세기 한국에서 마르크스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용기와 희망을 얻고 사회의 진보에도 유효한 지침을 제공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우리는 ‘이론적’ 마르크스가 아닌 ‘실현된’ 마르크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실현된 마르크스주의의 형태는 제각각이나 우리는 그 모든 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아주 익숙한 단어를 알고 있다. 바로 ‘공산주의’다.


모두가 평등한 지상낙원을 꿈꾸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19세기 그 꿈은 ‘공산주의’라는 이름을 얻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피를 흘렸고, 역사적 임무가 자신의 어깨에 실려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들은 스스로 코뮤니스트(Communist), 즉 공산주의자라 칭했다.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정치·사상적 지도자들이 공산주의자를 자칭했고 수많은 학자들이 공산주의를 논했으며 무수한 작가와 예술가들이 공산주의를 찬미하거나 비판했다. 만년설로 뒤덮인 극지를 제외하고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에 공산주의자가 존재했다.


그러나 7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공산주의는 도미노처럼 붕괴하기 시작했다. 여러 나라가 잇따라 공산주의를 포기하거나 자본주의와 타협했고 공산주의 지도자들의 동상은 짓밟혀 부서졌다. 공산주의의 적들조차 이 급격한 몰락에 깜짝 놀랐다.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매혹적이었던 이념은 순식간에 그 영향력을 상실해 갔다.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든 것일까?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논쟁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맞섰다. 고함과 냉소로 얼룩진 이 역사적 논쟁의 한복판에서, 혁명사 연구의 대가 로버트 서비스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을 차분하고 치밀한 자세로 추적한다.


가장 인간다운 세상을 추구했던 고결한 이념이 왜 처참한 독재로 추락했을까? 인간 해방의 꿈으로 뭉친 ‘동지들’이 왜 서로를 의심하고 증오하게 되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태동과 발전, 성공과 몰락을 전 세계적 범위에서 조망했다.


“실현된 모든 공산주의에는 근본적인 유사성이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세상에는 공산주의자들의 숫자만큼 많은 공산주의가 존재했고 이들은 서로 자신의 공산주의가 진정한 공산주의라고 주장하며 싸웠다.


그러나 혁명적 열정은 목표를 위해 억압과 폭력까지 용납하게 만들었다. 승리를 쟁취하자마자 거의 모든 곳에서 분열이 따라왔다. 이상을 지키려다 현실과 타협하고 이상을 배반하는 자기모순이 이어졌다. 자유롭고 평등한 낙원의 꿈은 비참하고 가혹한 독재로 굳어져 산산이 부서졌다.


공산주의는 마르크스 이전부터 존재했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매혹적인 사회 변혁의 이상이었다.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대안 중 공산주의만큼 유력한 이념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공산주의의 성공과 실패는 지금도 여전히 논쟁적인 질문을 수없이 남겼다.


‘빨갱이’와 ‘종북’이라는 낙인이 무서워 오랫동안 제대로 연구되지 못한 공산주의를 이젠 제대로 알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상이 현실에서 실현되고, 성공적으로 퍼져 나갔지만, 그 과정에서 분열하고 왜곡되어 결국 몰락하기까지의 과정 속에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무수히 많은 교훈이 있다. 로버트 서비스 저, 김남섭 역, 3만6000원,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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