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샤브르 '깜짝 활약' 윤지수, "세계 8위 션천, 부담 안됐다"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4-09-23 23:19:55

[토요경제=고양, 박진호 기자] “역시, 중국의 벽은 높았다”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 대한 대다수 매체들의 머리기사는 이렇게 정리될 것으로 보였다. 중국의 기세가 워낙 강했고 흐름은 완전히 중국 쪽으로 향해 있었다.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이라진이 중국의 에이스 션천과의 1라운드 대결에서 2-5로 밀렸고, 우리나라의 간판 김지연이 김지연(26·익산시청)이 2라운드에서 치엔 지아루이를 공략하며 한 점차로 추격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김지연의 세계랭킹은 6위. 반면 123위인 치엔 지아루이에게 7점을 획득할 동안 5점을 내준 것은 예상보다 많은 손실이었다. 예선전에서 뛰지 않았던 선수들 간의 대결이었던 3라운드에서도 33위 윤지수(21·동의대)가 41위 위 신팅에 2-5로 밀리며 점수는 11-15가 됐다.
지난 20일, 이 종목 개인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던 이라진은 치엔 지아루이에게도 오히려 3-5로 밀렸다. 14-20. 실력을 떠나 흐름과 분위기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었다. 게다가 5라운드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 중 가장 막내이자 경험이 적은 윤지수가 중국의 에이스 션천과 대결을 펼쳐야 했다.
4라운드까지의 대결에서 세계랭킹이 모두 우리 선수들이 앞섰음에도 힘든 경기를 펼친 것을 감안할 때 세계 8위의 션천을 상대로 6점을 뒤진 상황에서 윤지수가 나서는 상황은 우리 대표팀에게 상당한 위기였다. 윤지수가 6점차의 점수만 유지한 채 5라운드를 마쳐준다면 천만다행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4회 연속 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 단체 우승을 노리던 중국의 야망이 무너진 것은 바로 5라운드 부터였다.
반전 드라마가 펼쳐진 5라운드 이후 기세를 잡은 우리 대표팀은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에서 아시안게임 최초로 중국을 넘어 첫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2라운드에서 위 신팅을 상대로 다소 기대에 못 미쳤던 윤지수는 오히려 한수 위로 평가되던 션천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기대를 높였다. 오히려 라운드 중반 이후에는 션천을 압도하며 점수차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승기를 완전히 잡을 수 있는 라운드가 될 것이라 예상했던 중국은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였다.
윤지수는 션천이 5점을 뽑아 중국이 25점에 선착할 때까지 8점을 득점하며 22-25로 점수를 좁히고 승부를 다시 안개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막내의 분전에 에이스 김지연이 위신팅을 압도하며 6라운드에서 대표팀의 역전이 이어졌고, 윤지수가 다시 7라운드에서 치안 지아루이를 상대로 5-4의 우세한 경기를 펼치자 리페이를 위 신팅 대신 투입하며 다급함을 드러낸 중국에게 이라진이 금메달리스트의 자존심을 보여주며 40-33까지 달아났다.
결국 김지연이 막판 분전에 나선 션천의 추격을 따돌렸고, 우리 여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여자 사브르 단체전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33위로 우리 대표팀 선수들 중 가장 순위도 낮았고, 21살로 가장 막내였던 윤지수가 상대 에이스에게 치명상을 입한 5라운드 이후 경기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현역시절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를 대표하는 투수였던 윤학길 전 롯데 2군 감독의 딸인 윤지수는 6점을 뒤진 상황에서 맞붙은 세계 8위 션천과 대결이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윤지수는 오히려 순위가 높고 객관적인 기량에서 더 높다고 평가를 받는 션천이 더 부담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은 그저 5점만 더하자는 생각으로 5라운드에 임했다고 전했다. 윤지수는 “션천이 짧은 공격을 막은 후 역습을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긴 공격 위주로 과감하게 들어간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초반에 자신이 위 신팅에게 밀리면서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아졌다며, 반드시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생각했는데 뜻대로 이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 것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한 윤지수의 다음 목표는 올림픽 무대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훈련 파트너로 참가하여 언니들의 활약에 일조했던 윤지수는 “그때 경기를 보며 아시안게임에는 꼭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펜싱이 국내 선수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서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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