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영혼을 수선하기 위한 여행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7-06 09:08:00
[출판] 엘리자베스 길버트 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야심찬 미국 여성이 원할 만한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그녀. 결국 혹독한 이혼과정, 심각한 우울증, 연애의 실패를 거치면서 더욱 황폐해진 자아를 붙들어, 내가 진정 누구이고,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얻고자 일 년간의 여행을 떠난다.


“어떻게 해야 세속적 즐거움과 신성한 초월 사이에서 균형 잡힌 삶을 설계할 수 있을까?” 세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작가의 고민은 한 부분씩 해소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쾌락의 기술을, 인도에서는 신앙에 대한 탐구를,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인생의 균형을 추구함으로써, 마침내 진정한 자아를 찾아 행복해진다.


작가는 일 년간의 여정을 거쳐 108개의 인생을 건너면서 끊임없이 자기주문을 왼다. “사실만을, 사실만을, 사실만을 말하라.” 그만큼 이 글은 뼈아프도록 진실한 내면의 고통과 은밀한 기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솔직함이 돋보인다.


마치 금방이라도 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고통의 순간을 통찰력 있는 위트로 적절히 버무려 삶의 이면을 꿰뚫어보게 만드는 문체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터져나오는 놀라운 경험들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작가의 숨결이 머물렀던 공간들, 즉 로마의 섹시하고 당당한 거리와 맛있는 음식점들, 자기 자신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아쉬람, 온갖 일상적인 평화와 낭만이 살아있는 발리로 당장 떠나고 싶게 한다.


건강하고 사려깊은 로마의 지오반니, 유머러스하며 놀랄 만큼 지혜로운 아쉬람의 리처드, 항상 마음으로 웃는 발리의 끄뜻등 작가가 마주한 사람들 역시 함께하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작가가 그야말로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줄 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자신을 완전히 변화시키겠다는 거창한 목적하에 빼곡히 여행스케줄이 적힌 수첩을 들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로마에 넉 달간 머무르면서 마을 골목에 선 장터에서 산 싱싱한 야채로 ‘나만을 위한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소박한 기쁨을 안다. 인도에서도 아쉬람에서만 머물며 자아를 팽창시키는 데 몰두한다. 발리에서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마음의 균형을 찾는 데 집중한다. 이는 작은 것에서의 변화가 곧 가장 큰 자기변화임을 아는 까닭이다.


우리를 이 여행기 안으로 강렬하게 끌어들이는 힘은 바로 작가의 열린 마음이다. 그 지점에 이 여행기의 존재 이유가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작고 새로운 일에 조심스레 기뻐하는 새로운 면이 자신 안에 생긴다면 그것은 대단히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건강하고 완벽한 여행은 드물 것이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저, 노진선 역, 1만1900원, 솟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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