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교수 성추행 사건 ‘대학가 집중 취재’

문화·라이프 / 홍승우 / 2015-02-13 10:42:05
폐쇄적 대학원 구조에 따른 성추행과 돈 문제

학점은행제 출신 차별 드러나


학부 등록금 동결, 대학원 등록금은 인상

▲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 학생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교수들의 잇따른 여학생 성추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대 교수 성희롱, 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행동'을 출범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토요경제=홍승우 기자] 서울 유명대학 교수들의 잇따른 성추행 파문과 일부 대학원의 만행으로 곪았던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서울대 인권센터가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영대 A교수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최근 1년간 A교수의 수업을 들은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는지 면담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A교수는 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여학생 뺨에 입을 맞추거나 사적 만남을 원하는 듯한 문자를 보내는 등의 행위로 수차례 인권센터에 신고됐다.


또한 서울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게시판에는 A교수가 수업시간에도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언행을 했다는 익명의 제보가 다수 발견됐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지난해 여학생 9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석진 수리과학부 교수 이후 두 번째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


서울대 인권센터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 “강 교수 마지못해 인정” 비판


이에 학생들이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대응기구를 만들었다. 서울대 총학생회 직무대행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와 대학원생총협의회 등은 11일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교수 성희롱·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출범했다.


공동행동은 “이번에 폭로된 사건들은 해당 교수와 피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런 사건들이 낳는 구조적 원인을 바꿔 나가려는 학생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학생 9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강 교수의 공판을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며 “강 교수가 공소사실을 인정하긴 했으나 몇 년 동안 이뤄진 성추행을 마지못해 인정한다는 뉘앙스였다”고 밝혔다.


또한 경영대 A교수와 관련해 “그동안 많은 학생이 여러 유력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은 A교수의 권력을 두려워해 피해를 보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렇듯 교수-학생 간 권력관계는 자칫 인간의 존엄성을 심하게 파괴하는 성희롱·성폭력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본지 취재 결과 일반 대학원에서는 학생과 교수사이가 더욱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 지난달 7일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소속 학생들이 대학원 등록금 인상전가 중단 및 교육비 경감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는 게 답이다. 소리 없는 ‘아우성’


익명을 요구한 B(28.여)씨은 2~3년 전 H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중 전담 교수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껴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B양은 지방대학교 공대출신으로 좀 더 전문적으로 학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2010년 서울에 소재한 H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1년 정도가 지난 뒤 전담 교수의 성적 농담과 스킨십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선배나 동기에게 털어놨지만 참는 수밖에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유는 전담 교수 눈 밖으로 나면 학업을 이어가는데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견딜 수 없었던 B양은 결국 대학원을 포기하고 현재 행정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또한 K대학교 공과대학원 일부 교수는 프로젝트를 맡고 나오는 인건비를 일부 착취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사과정을 마친 J(34)씨에 의하면 이런 행태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원생을 지원하려면 학교에서 책정된 연구비로만은 부족하다며 지원시스템 개선되지 않으면 힘들다고 전했다.


학점은행제 출신의 경우 그 차별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일부 대학원생들의 ‘순혈주의’라는 그릇된 인식과 더불어 K'대학교 문과대학원에서 교수가 학점은행제 출신에게만 연구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본지의 취재결과 익명을 요구한 C(28)씨는 “원래 연구비 지원이 있는 것인 줄 알았다”며 “동료들에게 알고 보니 학점은행제 출신인 본인에게만 요구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더불어 교수들 사이의 관계가 학생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 문제가 되고 있다.


H'대학교 인문대학원에서는 논문 중간결과 보고를 하는데 일부 교수가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에 있는 전담교수의 제자에게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며 불이익을 주려고 하는 경우도 포착됐다. 익명을 요구한 D(29)씨는 자신의 발표 중 E교수가 유난히 지적을 해 의아해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E교수와 사이가 좋지 않은 한 교수의 제자로 알고 평소보다 지적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편 이런 문제점과 더불어 학교 측에서는 대학원을 상대로 등록금을 올리는 등 대학원생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중앙대는 2013년 1.5%, 2014년 3.0%에 이어 올해 3년 연속 등록금을 인상했고, 서강대 역시 2013년 인문 2.3%·자연 3.1%·공학 4.6%, 2014년 전체 2.3% 등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인문 3%·자연 3.5%, 한양대는 2.5%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인상했다.


등록금을 동결한 고려대, 연세대도 2013년에는 각각 2.0%와 1.5%, 2014년에는 3.0%와 2.5%씩 올린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육당국의 지침과 등록금 인상에 비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학부 등록금을 올리지 못한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대학원생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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