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흡혈귀?"

문화·라이프 / 황지혜 / 2006-08-10 00:00:00
국내 최초 판타지 연극 김영하의 '흡혈귀'

무언가 의심쩍은 남편과 그런 남편을 흡혈귀라고 믿는 아내 희연, 희연으로부터 남편이 흡혈귀라는 증거 자료를 받고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화자, 그리고 이들 사이를 오가는 코러스가 있는 황당무계한 국내 최초 판타지 연극, '흡혈귀'가 4일부터 초연에 들어갔다.

이는 국내 주요 출판사 편집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21세기 한국 문학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작가'로 가장 많이 손꼽힌 바 있는 김영하의 소설을 원작으로, 단편 소설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중 '흡혈귀'를 무대 언어로 새롭게 재구성했다.

어느 날, 작가이자 자살 안내인인 화자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돼 온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 묻혀버린 편지.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어느 저녁, 편지를 보낸 여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화자는 문제의 편지를 개봉하게 되는데…

충동적으로 시작한 친구 애인과의 동거, 그의 배신 후 우연히 갤러리에서 만난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 이르기까지 편지를 통해 그녀의 과거 행적을 따라 추적하다 보면 의심쩍은 그녀의 남편에 주목하게 된다.

아는 게 너무 많고, 읽은 책이 너무 많은 남자, 여기에 사람의 마음조차 꿰뚫는 남자. 또 글과 평론을 통해 온통 죽음을 찬미하고 삶에 진저리치는 그런 이상한 남자.

이제 관객들도 희연과 잠자리조차 원치 않은 남편의 행동과 알 수 없는 말들에 의심을 키우고, 희연과 함께 출입을 금기시 했던 남편의 서재에 조심조심 발을 들여놓는다. 그 안에는 시대를 앞선 사진들과 고서 묶음, 칠흑 같은 관이 발견되는데…

그녀의 남편은 누구일까? 어쩌면 희연이 모르는 과거 남편의 본질이 그 곳에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새로운 감수성과 열린 시각, 분방한 상상력, 그리고 특유의 속도감 있는 김영하 특유의 문체가 무대 위에서 재창조된다.

빔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지는 영상은 극의 흐름에 따라 텍스트가 비춰질 때도 있고, 추상적인 이미지가 합성되어 보여지기도 한다. 때문에 시각적인 무대 언어와 소설의 텍스트가 결합돼, 마치 소설과 연극을 동시에 읽고 보는 느낌을 자아내는 효과를 준다.

무대 공간 역시 각 인물의 심리나 상황에 따라 과거나 현재가 될 수도 있고, 현실적인 세계와 비현실적인 세계로 경계가 허물어짐을 반복한다.

반복적인 일상의 허무에 갇힌 남편, 그런 남편을 지켜보는 희연, 그리고 그들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가 과연 우리 삶의 본질적 모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오는 9월 24일까지 대학로 인아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평일 8시, 토 4시 30분, 7시, 일, 공휴일에는 4시 30분에 공연이 있다. (월요일은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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