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아... 숙적 신한은행!'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4-03-10 00:03:35
플레이오프의 결정적 명운, 신한은행에 의해 끊어져

[토요경제=안산/박진호 기자]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이호근 감독에게 안산 신한은행은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였다. 이호근 감독 뿐 아니라 삼성생명이라는 팀에게 그런 존재였다.


‘전통의 명문’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에서 우승을 노리고 대권에 도전할 때마다 항상 발목을 잡았던 것이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명문 삼성생명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며 6년 연속 통합 우승의 역사를 쓰며 ‘레알 신한은행’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삼성생명은 지긋지긋했던 ‘신한은행’이라는 벽을 허무는 데 성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은 신한은행에 2승 1패로 이기고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비록 우리은행에 패하기는 했지만 이전까지 삼성생명의 발목을 잡고 끝내 놔주지 않던 야속한 신한은행을 극복해냈다는 것은 삼성생명 선수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 박정은 코치도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를 마친 후, 후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그래도 박정은이라는 선수가 신한은행이라는 팀을 상대로 소리라도 한 번 질러보고 은퇴했다고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신한은행이 올 시즌 막판, 삼성생명에게는 여러 의미로 변수가 됐다.
시즌 초반, 여러 가지 이유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삼성생명은 시즌 막판 무서운 상승세로 KB스타즈를 위협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의 승부수를 던졌다.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삼성생명은 3월 12일 KB스타즈와의 맞대결 이전까지 1경기의 승차만 유지하면, 해당 경기에서의 승리로 순위를 뒤집는다는 역전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자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시나리오.
그러나 삼성생명은 신한은행은 물론 우리은행까지 제압하며 KB스타즈와의 승차를 1.5게임차로 좁혔다. 그리고 2월 23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신한은행과 KB스타즈가 맞붙었다. 그리고 비록 판정 논란이 있었지만 신한은행은 KB스타즈를 1점차로 물리쳤다. 1게임차.
삼성생명의 이호근 감독은 내심 신한은행이 KB스타즈 전 이후 우리은행과 갖는 2월 27일과 3월 2일의 연전을 모두 이겨주길 기대했다. 우리은행이 이 두 경기 중 한 경기를 승리하게 되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게 되어 남은 경기에서 주전들의 체력 안배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우리은행이 신한은행과의 두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짓지 못한다면 바로 다음 상대인 KB스타즈는 큰 부담 속에 경기를 치를 수 밖에 없다. 반면, 우리은행과의 경기가 시즌 최종전인 삼성생명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27일 경기에서는 드라마와 같은 역전 승부로 우리은행을 잡아냈지만, 3월 2일 경기에서는 우리은행의 우승을 저지하지 못했다. 이호근 감독은 우리은행이 우승을 확정지은 이튿날, 하나외환과의 경기를 앞두고, 전날 경기에서 신한은행의 승리를 응원했냐는 질문에 “두말해 무엇하겠냐” 며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그러나 파죽의 7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삼성생명은 6일, KDB생명에게 일격을 당하며 KB스타즈와의 팽팽한 순위 싸움에서 한발 밀리고 말았다. KB스타즈의 다음 상대는 신한은행. 그러나 신한은행은 KB스타즈에게 초반부터 맹폭을 당하고 말핬다. 4쿼터 들어 신한은행 특유의 압박을 통해 대반격에 나섰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고, KB스타즈가 승리를 챙기며 KB스타즈와 삼성생명의 승차는 2.5게임차로 벌어지게 됐다.
3경기를 남긴 삼성생명이 잔여 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KB스타즈가 두 경기 중 1경기만 이기면 플레이오프는 물건너 가는 상황.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삼성생명이 만난 상대는 공교롭게도 신한은행이었다.
이틀 전, KB스타즈를 상대로 초반 하염없이 무너졌던 신한은행은 삼성생명을 상대로는 오히려 초반 맹폭에 나서며 1쿼터를 26-10으로 앞서 버렸다.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매 쿼터 맹추격에 나섰지만 끝내 초반에 벌어진 점수만큼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
2월 말,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을 연파하며 삼성생명에게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던져줬던 신한은행이 결국 막판에는 삼성생명에게 가장 치명적인 적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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