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자는 ‘적’이 아니다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6-22 14:09:37
반(反)이민 정서에 정면으로 맞서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두 동이 붕괴되었을 때 3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는 세계무역센터 106층과 107층에 입점한 고급 레스토랑 ‘윈도즈온더월드’에서 식사 준비를 하던 노동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대부분이 미등록 이주 노동자였다.


이들의 가족과 동료들은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이름 없는 희생자로 남는다. 일자리도 잃고 동료도 잃고,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었던 이들은 지하로 숨거나 테러범 이미지를 감수하는 대신 스스로를 조직했고, ‘뉴욕레스토랑고용기회센터(이하, 고용기회센터)’가 탄생했다.


이 책 <국경의 로큰롤>은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에 부딪히던 순간부터 반反이민 정서가 미국을 휩쓸 때까지, 뉴욕 시 고급 레스토랑의 홀과 주방을 중심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투쟁을 담아 낸 르포르타주다.


사회운동가 링쿠 센은 2003년 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고용기회센터’와 관련된 자료를 모았고 센터 설립을 주도한 모로코인 이주자 페칵 맘두의 구술을 따라 틀을 잡잡고 책을 써내려갔다. 책에서는 오늘날 개인의 삶과 정부 정책,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적 체계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가 때로는 처절하고 때로는 박진감 넘치게 그려진다.


글 속 화자인 맘두와 동료들이 뉴욕 레스토랑에서 만난 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때문이다. 맘두는 모로코의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족의 궁핍은 모로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원조를 받은 뒤로 극에 달한다. 모로코 청년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주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을 품고 고향을 등졌다. 맘두가 택한 곳은 미국이었다.


맘두의 동료 아폴리나르 살라스의 가족은 멕시코에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 구조 조정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직접적인 피해자다. 미 농산물이 싼값에 대량 유입되고 농가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살라스 같은 농민들에게 남은 선택은 이주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세계화가 만든 필연적인 효과였다.


저자는 여러 인물의 개인사를 훑으며 이주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화의 문제임을 역설한다. 그리고 아무리 국경 수비를 강화하고 이주자를 처벌해도 경제 세계화가 이대로 지속되는 한, 먹고살기 위해 사람들은 더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국경을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주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한국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2011년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139만5077명으로 전체 인구의 3퍼센트를 차지하며 이 중 51퍼센트인 71만4169명이 이주 노동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언론은 앞 다퉈 이주민의 범죄를 보도하고 대중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들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몰고 간다. 이 책이 묘사하는 미국 내 반 이민 정서와 다를 바 없다. 이주민 역시 우리와 똑같이 가정을 일구고 문화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시각은 설 자리가 없다.


<국경의 로큰롤>은 범죄자와 노동 기계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이주와 이주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준다. 동시에 이주민을 세계화의 희생자가 아닌 적극적인 행위자로 바라볼 수 있는 렌즈도 제공한다. “세계화는 자본이나 상품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링쿠 센 외 저, 배미영 역, 1만9000원,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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