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실력으로 꼭 붙잡은 행운들

문화·라이프 / 토요경제 / 2006-12-08 00:00:00
'해바라기' '파리의 연인' 우연한 캐스팅

혼자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여배우는 많지 않다.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연기력,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카리스마가 요구되는 탓이다. 그러나 연기 10년째인 김정은(30)은 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 덕이다.

'해바라기'가 그랬고, '파리의 연인'이 그랬다. "해바라기 대본은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도저히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때 사진을 보면 지금은 애기던데요. 연기도 지금보다 그때 더 잘한 것 같고요."

머리를 박박 깎은 당시의 김정은은 상상이 안 된다. "별은 내 가슴에 때 처음으로 스튜디어스로 나왔어요. 옆모습만 나왔는데 잘 나왔다고 칭찬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진석 감독이 '너 또 나와'라고 해서 MBC 25기 탤런트들이 우르르 갔어요. 패션쇼를 관람하는 사람들 중 한명이었는데 나중에는 무대에 서보라고 해서 모델로 서기도 했죠."

그때 연출자가 이름을 물었다. 이어 김정은에게는 붙박이 배역이 떨어졌다. 이렇게 시작한 인연은 '해바라기'로 이어졌다. 원래 무동이네 집의 김은정의 몫이었으나 그녀가 '삭발' 때문에 망설이고 있을 때 김정은에게 떨어졌다.

"갑자기 감독이 대본을 주면서 할 수 있냐고 묻길래 머리를 밀어야 하는 줄도 모르고 하겠다고 했죠."

이렇게 계속된 김정은의 행운은 가난한 파리의 유학생이 재벌 2세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파리의 연인'까지 이어졌다. 이후 김정은의 호감도는 급상승했고, 정지우 감독을 만나서 '사랑니'를 찍었었다.

서른살의 학원 강사와 열일곱살 제자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로 심리가 복잡 미묘한 역이라 발랄한 기존 김정은의 캐릭터와 차별화 됐지만, 관객의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그리고 '루루공주' 이후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드라마를 마치고 저를 키워주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빠듯한 촬영 스케줄 때문에 투병하는 할머니를 한 번도 못 찾아갔었어요."

그러나 데뷔이래 줄곧 그녀를 따라다닌 '발랄'과 '코믹' 이미지의 테두리에서 서두르지 않는 변화를 시도했다.

"그것의 달콤함도 알고 있지만 기대감도 알아요. 철없을 때는 너무 좋아했는데 기대감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아 잘해도 못한 게 되더라고요. 옛날 같으면 조바심 났을 텐데 이제 차츰 쌓이고 있어요.

옛날에 없던 미묘함이 생겼어요. 말하지 않고 눈빛으로 하는 대사 느껴지세요? 대사에는 없는데 1~2초 눈빛으로, 속으로 말을 할 때가 있거든요." SBS TV '연인'에서 김정은은 이서진과 함께 대놓고 사랑할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겉으로는 깡패와 여의사라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지만, 주변 상황을 의식한다는 것이 현실적이잖아요.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으면 당당할 텐데 주변을 의식하는 게 어렵고 재미있어요."

밤새 우는 장면을 촬영했다는 김정은의 눈은 슬펐다. "9부 엔딩이자 10부 첫 장면을 촬영했어요. 차라리 키스하는 게 났지, 하려다 말고 그런 게 있었어요. 보면 알 거예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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