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貧者)는 부자(富者)를 친구라 착각한다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6-08 13:47:55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출간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선 부시가 승리함으로써 미국은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미국에 몰아친 보수 반동의 광풍은 부시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문제는 부시와 공화당의 승리가 아니라 당시 공화당에 승리를 안겨준 빨간색 미국이다. 빨간색 미국은 특히 가난한 주가 많은 내륙 지역으로 민주당을 지지한 해안의 파란 미국과 대비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미국에서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은 민주당이다. 그러나 캔자스를 비롯한 낙후된 지역이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는 부자들의 정당 공화당을 지지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 왜 가난한 사람이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기업인들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에 몰두하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걸까?


어떻게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이 부자들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고 자신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공화당에 표를 던졌을까? 바로 이 지점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의식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 우파의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어온 정치조작의 과정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이 책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에서 저자 토마스 프랭크는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캔자스 주를 중심으로 정치가와 풀뿌리 운동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 이유를 하나하나 밝혀 나간다.


그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여러 풍경들을 면밀하게 파헤쳐 민중의 착란현상을 조장하는 보수 우파의 교묘하고 은밀한 집권 전략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지난 2004년 미 대선을 앞두고 발간 당시 그는 부시의 승리를 걱정스럽게 짐작했고 이는 적중했다.


“건장한 공장노동자들이 애국심에 불타 국가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암송하면서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고 가난한 소농들은 자신들을 땅에서 내쫓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표를 던진다. 가정에 헌신적인 가장은 자기 아이들이 대학교육이나 적절한 의료혜택을 결코 받을 수 없는 일에 조심스레 동조한다.”“중서부 도


시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자기가 사는 지역을 ‘몰락한 공업도시’로 만들며 그들과 같은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날릴 정책들을 남발하는 후보자에게 압승을 안겨주며 갈채를 보낸다. 그곳이 바로 캔자스다.”


저자는 자신의 고향이자 낙후된 지역이면서도 ‘부자들을 위한 정책’에 열중하는 ‘우파’를 지지하는 캔자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저자는 “보통 생각할 때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은 민주당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이에 저자 토마스 프랭크는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선거결과를 분석하지 않고 자신의 고향이자 빨간색 미국을 대표하는 캔자스로 들어가 지역 정치인, 풀뿌리 시민단체, 주민들을 만나 보수 반동의 근원을 하나씩 찾아간다.


사회주의자가 시장이 되기도 했고, 미국에서 가장 활기찬 좌파운동인 민중주의 열기가 전역을 휩쓸었던, 본래 미국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지역이었던 캔자스가 지금 현재 급격하게 우경화되었다는 점을 저자는 세세하게 파헤쳐 들어갔다.


2012년 한국의 총선 지도 역시 2000년 미국의 대선지도처럼 붉게 변해버렸다. 보수의 교묘하고 집요한 정치 조작술이라는 측면에서 여러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핵심적 현안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지엽적 문제가 전면으로 부상시키는 능력은 가히 놀랍기 까지 하다.


특히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한다거나, 삽시간에 당명까지 바꾸어 탈바꿈하는 이들의 놀라운 힘 역시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우리 역시 미국의 낙후된 지역에서 보수정당인 공화당에 더 많은 표를 던지듯 한국사회의 저소득층이 보수정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잘 들여다봐야만 한다. 토마스 프랭크 저, 김병순 역, 1만6000원,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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