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세계적 여배우로 멋지게 늙고 싶다"

문화·라이프 / 박태석 / 2012-06-08 11:00:36
‘로스트’이어 미드 ‘미스트리스’에서 주연급 발탁
▲ 제65회 칸 국제영화제의 메인 스폰서인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 파리의 모델 자격으로 칸을 방문한 김윤진. 영화제는 지난 5월 17일 개막해 27일 폐막 했다.

영화배우 김윤진(39)이 2004년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ABC의 드라마 ‘로스트’에 주연급인 ‘권선화’로 출연한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일대 사건이었다.


2010년 이 드라마가 종방할 때까지 ‘로스트’가 골든글로브 작품상에 3년 연속 후보로 오르면서 한국 여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의 레드카펫을 3차례나 밟았다.


또한 2006년에는 미국배우조합상 TV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블상, 엑설런스 어워즈 TV부문 최우수 아시아 여배우상도 거머쥐었다.


하지만 김윤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ABC의 새 기대작 ‘미스트리스’에 다시 주연급으로 발탁돼 한창 촬영 중이다.


30대로 접어든 대학시절 친구들이 한 친구의 남편 장례식에서 다시 만나면서 겪는 사랑과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김윤진은 잘 나가는 정신과 의사 ‘캐런 로런’이다.


남자 환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갑자기 죽자 이번에는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의 아들과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다. 김윤진 말대로 “분노와 비명, 오열 없는 고급 막장 드라마”다.


‘미스트리스’ 출연은 여배우 김윤진에게나, 한국 연예계에게나 남다른 의미가 있다. 먼저, ‘로스트’의 ‘선화’는 한국계 미국인 캐릭터였지만 ‘미스트리스’의 ‘캐런 로런’은 한국인이나 아시아인으로 규정지어진 캐릭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캐스팅 상황이 김윤진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


제65회 칸 국제영화제의 메인 스폰서인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 파리의 모델 자격으로 칸을 방문한 김윤진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캐스팅 과정을 물어보자 “오디션을 ABC의 모회사인 디즈니가 지켜봤어요. 네번째였던 최종 오디션에는 모두 여섯명이 올랐는데 그 중 네명은 백인이었죠. 두명은 금발, 두명은 갈색머리였어요. 다른 한명은 히스패닉이었죠, 동양인은 저 혼자 였어요. ‘아, 떨어지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많이 불안했어요”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하지만 김윤진은 치열한 경쟁을 너끈히 통과했다. 이제 세계 최대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여배우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한 셈이다.


작품 속 비중도 더욱 커졌다. “미국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촬영할 때 편리하도록 콜시트에 배우 이름마다 번호를 정합니다. 저는 ‘로스트’ 때는 6번이었는데, 이번에는 2번이에요. ‘미스트리스’에서는 주인공이 여성 4명인데 말이죠. 1번은 할리우드 스타인 앨리사 밀라노에요.” 김윤진은 밝고 활기차게 말했다.


그리고 말이 이어졌다. “미스트리스를 촬영하는데 전 스태프가 첫날부터 제 이름을 완벽하게 외우고 불러주는 것이었어요. 제 이름에는 받침이 있어서 미국인들에게 쉬운 발음이 아닌데 말이죠. 제 첫 번째 미국 드라마였던 ‘로스트’ 당시에는 제가 완벽하게 신인이었기 때문인지, 출연배우들이 많기 때문인지 스태프들이 제 이름을 외우는데 거의 한 달이 걸렸거든요.” 개런티에 대해 묻자 “호호호”에 이은 수줍은 듯한 모습으로 “네. 로스트 때보다는요”라고 말했다.


얘기를 듣다 보니 내심 ‘김윤진이 40대가 아닌 20대였다면 곧 미국 주류 연예계에서 톱스타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김윤진은 “이번 칸 영화제에는 로레알파리 모델인 영화배우 에바 롱고리아, 밀라 조보비치, 궁리, 판빙빙 등 25명이 초대됐어요. 그 중에는 제인 폰다도 계세요. 그 분의 나이가 이제 75세이거든요. 그런데 칸 영화제 개막식에서 레드 카펫을 힘차게 밟는 모습을 보니 너무 멋졌어요. 20대 여배우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도 않았고, 후배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너무 훌륭했어요. 문득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김윤진은 70대의 나이에도 왕성히 활동하며 매력을 잃지 않는 여배우의 모습까지 그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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