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추천도서] 바람직한 '마음살림'을 원한다면? <심리학에 속지 마라>

문화·라이프 / 김세헌 / 2014-02-04 14:50:56
스티브 아얀 지음ㅣ손희주 옮김ㅣ부키 펴냄

[토요경제=김세헌기자] 광활한 심리학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는 정말 행복해졌을까.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가 코치, 상담가, 민간요법 전문가로 등록돼 있다. 이 중에는 부업으로 상담을 병행하는 사람도 다수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 학교, 연수 기관, 평가 기관, 결혼정보회사, 기업컨설팅에 소속돼 있는 심리전문가까지 모두 합하면 ‘심리산업’ 종사자는 매우 많고 이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 <심리학에 속지 마라> 스티브 아얀 지음, 손희주 옮김, 부키 펴냄.

이렇다 보니 정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검사를 통해 전 국민의 상태와 지능, 성격이 재단되다. 또 심리학자의 섣부른 판단으로 완성된 학설에 생활을 맞추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러한 심리 검사와 학설이 잘못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심리학에 속지 마라>는 독일의 심리학자인 스티브 아얀이 현대의 만병통치약으로 군림하는 심리학의 실체를 낱낱이 밝힌 책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독일에서는 정신장애를 앓는 사람의 수가 확연히 증가했다. 가장 많이 진단되는 병은 우울증과 공포장애, 중독장애와 정신신체증(뚜렷한 신체적 원인이 없는 통증이나 피로)이다. 독일 최대의의료보험회사인 바르머 GEK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병가를 낸 사람의 수는 1998년에서 2008년 사이에 거의 80퍼센트나 증가했다. 독일 기술자의료보험조합에 등록된 3400만 명의 가입자 중 정신질환으로 병가를 낸 사람의 수는 2010년 한 해만 해도 14퍼센트나 증가했으며 2011년에는 6명 중 1명이 정신질환으로 병가를 냈다. 이 같은 정신질환 증가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는 이 질문에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는 답을 제시했다. 병을 앓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의사가 정신질환으로 진단하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정신질환이 ‘실제로’ 증가했는지 아닌지는 진단을 내린 의료계 사람만이 진위를 알 수 있는 이야기다. (82~83쪽)’

책은 ‘내 안의 문제’에 몰두하는 행동이 왜 나쁜지, 직장생활은 물론 연애에서부터 결혼, 육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는 심리전문가들이 ‘가벼운 문제’를 어떻게 ‘정신질환’으로 몰아 가는지 알려준다.

책은 특히 여러 심리학자의 연구실 속에서 이뤄지는 각종 실험과 암투를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 지금껏 우리가 옳다고 믿었던 IQ 테스트나 MBTI 검사, 모차르트 효과 등의 ‘심리 상품’들이 어떻게 우리를 속여왔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독일의 유명 심리학 전문잡지인 <게히른 운트 가이스트>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기도 한 지은이는 어느 심리전문가의 강연회장을 찾았다가 마치 종교 부흥회와도 같은 관객들의 분위기에 큰 충격을 받는다. 자기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를 서슴없이 내어놓고 심리학의 처방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심리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지은이 자신 또한 심리학자이지만, 심리학을 ‘맹신’하는 사회에, 인간관계부터 경제행위, 위안과 치유까지 모두 도맡고 나선 심리전문가들의 ‘행태에 위기감을 느꼈다. 이에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속 ‘불안’과 ‘성공 욕구’를 어떻게 교묘하게 이용하는지 낱낱이 밝혀내고 있다.

'마음장사꾼', 그들은 어떻게 ‘정신질환’ 만들어낼까

‘네덜란드 출신의 심리학자 애드 베르흐스마는 심리학책을 읽은 사람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었습니까?” 하고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 자기 암시와 정신 감화의 효과를 실험했다. 애드가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답을 내리기 어렵다”였다. 일단 독자들은 책이 스스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느냐는 질문에는 대체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일부러 시간을 투자해서 책을 읽었는데 최소한 무엇 한 가지라도 건졌다고 생각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즉 긍정의 비율이 높은 것은 지극히 예상 가능한 반응이다. 개중에는 책이 “눈을 뜨게 해 주었다”라거나 “깊이 생각하는 데 자극이 되었다”라는 등 애매하게 대답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 때 심리학책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질문의 가정부터 틀렸다고 할 수 있다. (39쪽)’

‘치료를 빌미로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장애를 만들어 내는 악습을 ‘병을 파는 행위(Disease Mongering)’라고 하는데 이미 오래전에 심리치료 분야에도 퍼졌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가짜 질환인 시시 신드롬(Sissi Syndrome)의 특징은 자의식이 약하고 불안감에 사로잡혀 격렬한 감정의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다. 시시 신드롬이 처음으로 주목받은 것은 1998년, 제약회사 스미스클라인 비첨(오늘날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선보인 광고에서였다. 이 광고는 젊은 여성에게서 특히 빈번하게 나타나는 우울한 감정의 ‘문제’를 강조했다. 당시 광고를 맡았던 홍보 대행사 베도프레스는 교묘한 선전 문구를 사용해 전문가들조차 잘 알지 못했던 시시 신드롬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광고를 위탁한 제약회사의 새로운 항울제가 높은 매상을 올릴 기회를 열었다. (92쪽)’

지은이는 이 책에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짓’을 그만둘 것을 당부한다. 자기 내면의 문제를 찾고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파헤칠수록 “삶은 지뢰밭이 된다”는 설명이다.

지은이의 말대로 너무 많이 생각하고, 최고의 결과를 얻으려는 노력은 오히려 우리를 바람직하지 못한 길로 안내한다. 심리학자 롤프 데겐의 말처럼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지만 실제로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심리학자들은 타인처럼 자신을 외부에서 관찰하고 이런 낯선 자아를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대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론을 성급히 만들어내고 있다.

더 이상 심리학에 속지 말 것을 주문하는 이 책은 우리와 밀접해진 심리산업의 속을 파헤지면서 심리학이 세운 근거 없는 신화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생각하기를 멈추고 편안하게 ‘마음 가는 대로’ 세상을 느끼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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