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가장 효율적인 청춘의 착취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5-18 13:38:33
<청춘 착취자들> 출간

오늘날의 청춘들에게 인턴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인턴 경험이 없으면 취직은 물론 서류 통과조차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턴의 정규직 전환비율은 고작 10퍼센트 정도이고, 절반 이상의 인턴들은 용돈 수준의 보수를 받고 일하며, 업무 대부분은 커피를 타거나 복사를 하는 잡일에 불과하다.


이러한 불합리한 인턴 노동의 현실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인턴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청년들로부터 매년 2조 원이 넘는 노동력을 무보수로 착취하고 있다. 그야말로 ‘청춘 착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청춘이 아프다면, 그것은 당연한 성장통 때문이 아니라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현재 인턴은 대기업의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매한가지다. 이 책에서 그 대표적 사례로 소개되는 기업이 바로 ‘꿈의 왕국’ 디즈니랜드이다. 사실 디즈니랜드는 인턴들이 없으면 아예 운영될 수조차 없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인턴이기 때문이다.


청년 노동력 착취는 단지 디즈니랜드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정부기관, 대학, 심지어 비영리 단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년 착취의 사례들을 추적한다.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인턴들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며 일상다반사로 초과근로를 하고 있다. 게다가 인턴 과정을 거친다고 해서 반드시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도 아니다.


인적 관계를 중요시하고 지식 근로자가 중심이 되는 경제적 흐름으로 속에서 노동 시장은 정규직 중심의 노동에서 프리 에이전트, 비정규직과 같은 ‘가변적 노동력’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때 기업들은 인건비를 절감하고 계절에 따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인턴이라는 새로운 노동 형태를 고안하기에 이른다. 바야흐로 ‘인턴 자본주의’의 등장이다.


인턴 문제에 관한 최초의 사회학적 분석서인 <청춘 착취자들>은 사회 구조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청년들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드러낸다. 수많은 인턴들의 실제 목소리, 인턴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들의 실태, 정부와 대학의 관계자들이 말하는 인턴 제도의 왜곡된 모습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이 책은, 청년 노동력 착취를 통해 굴러가는 ‘인턴 자본주의’의 실상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행해지는 무보수 인턴십은 우리 시대의 가장 불안정한 노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의 노동력 착취를 통해 유지되는 인턴 제도는 과연 공정한가? 미래를 담보로 오늘의 착취를 정당화하는 인턴 제도는 과연 합리적인가? 만일 어느 하나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인턴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로스 펄린 저, 안진환 역, 1만5000원, 사월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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