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책] 알면서도 모르는 우리네 일상 <사물과 사람 사이>

문화·라이프 / 김세헌 / 2014-01-20 10:05:19
이일훈 지음ㅣ서해문집 펴냄ㅣ319쪽ㅣ1만5000원

[토요경제=김세헌기자] “부드러워 보이는 곡선의 넝쿨도 경직되면 돌과 같다. 반대로 휘청거리는 갈대나 억새의 줄기는 곧아 보이지만 유연하다. 변하기 쉬운 여자의 마음을 갈대에 비유하는데 실은 여자만이 아니라 인간 모두가 ‘생각하는 갈대’이니 흔들리는 생각이야말로 사람의 특권이며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질문일 것이리라. 새로운 생각을 원할수록 부지런히 흔들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더 먼저 일어’나고, ‘늦게 울’면 ‘바람보다 먼저 웃’는 세상에 닿으리라. 삭풍과 뒹굴던 억새꽃에 햇살이 비추니 금꽃이 되더라. 봄과 같이 스러지면서도 갈등이 없고 흔들릴수록 중심은 깊어지고 빛은 고와지더라!”


▲ <사물과 사람 사이> 이일훈 지음ㅣ서해문집 펴냄ㅣ319쪽ㅣ1만5000원

‘건축계 최고의 글잡이’로 손꼽히는 중견 건축가 이일훈. 그는 우리네 일상의 삶을 깊게 되짚어보는 사색과 성찰의 글로 주목받아왔다. 그동안 여러 저작을 통해 환경과 생태의 문제가 사람과 삶의 문제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식물성의 사유’와 ‘생태학적 상상력’의 건축가인 그는 생태환경 에세이집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와 <뒷산이 하하하> 등을 통해 ‘녹색철학’의 가능성을 가늠하고, 그에 따르는 일상의 실천적 덕목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도시 산책자의 눈으로 동네와 자연을 두루 살피며 우리가 익히 아는, 그러면서도 쉽사리 느끼지 못하는 세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물과 사람 사이>는 그가 접한 사물을 카메라로 하나하나 찍으면서, 사물과 나눈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날마다 다니고 머물고 만나는 길과 장소와 사람에게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모습이 새롭게 보일 때가 있다. 간혹 갑자기 생겨난 광경을 오랫동안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 친근한 듯 낯설고 익숙한 듯 서툴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동거하는 것이 일상인 것이다.


이일훈은 이러한 여러 일상을 마치 건축 드로잉을 하는 것처럼 읽어냈다. 앞뒤·좌우·상하에 더해 내려보고, 올려보고, 줄여보고, 늘여보고, 잘라보고, 헤쳐서 속을 보고, 시간을 달리해서 보고, 되풀어 보고, 입장을 바꿔보고, 고집을 부리며 또는 버리며 보고….


그는 사물(세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탐색하면서도 온전히 자신만이 가진 생각으로 풀어낸 글과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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