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추천도서] 불안의 시대

문화·라이프 / 이완재 / 2013-11-25 11:14:42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기디언 래치먼 저.안세민 역, 430쪽, 2만원, 아카이브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더 이상 지난 시대처럼 낙관만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불안의 시대》는 지금 세계가 처한 불안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알기 위해 세계사의 결절점을 이룬 최근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저자는 지난 30년을 전환의 시대(1978~1990), 낙관의 시대(1990~2008), 불안의 시대(2008~현재)로 나누어, 그 시기 동안 존재했던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을 통해, 세계가 어떤 믿음과 논리를 갖고서 흘러왔는지를 살펴보고, 지금 세계가 처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 시대의 불안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지난 30년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나는 이 책에서 국제 정치시스템이 위험스러운 불안정과 의미심장한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세계 주요 강대국들은 하나같이 ‘세계화’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2008년 세계를 강타했던 경제 위기는 국제관계의 근간을 뒤흔들어놓았다. 세계화의 흐름이 더 이상 모든 강대국들에게 편익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또한 미국은 새로운 라이벌 국가 중국의 등장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 세계는 기후 변화, 핵확산과 같이 진정으로 모든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문제들에 직면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국가간 협력의 시대를 끝내고, 경쟁과 분열이 지배하는 시대로 회귀하게 하고 있다. …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딜레마를 이해하려면 그 필연적 전사(前史)인 가장 최근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불안의 시대》는 1978년 중국의 개방부터 대처와 레이건의 등장, 베를린 장벽의 붕괴, 소련의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소련 몰락 이후 미국 패권의 시대, 세계화와 9?11, 2008년 경제 위기 이후까지를 다룬다. 1978년 시작된 정치적 격변기를 ‘전환의 시대’로 놓고 모든 강대국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세계화를 수용했는지, 어떻게 중국과 인도가 세계화 과정에 등장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어서, 1991년 소련의 붕괴를 기점으로 2008년 국제금융 시스템이 거의 붕괴되기까지 ‘낙관의 시대’에 세계화가 어떻게 강대국간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윈윈 세계를 창출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융 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점점 더 위험해지고 불안정해지는 세계의 정치?경제를 거시적으로 살핀다. 저자는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을 촘촘히 엮어가면서, 세계가 어떤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또 글로벌 정치와 경제의 역학관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지난 시절의 믿음과 선택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우리가 낙관했던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다

저자는 지난 시대 세계를 움직였던 논리가 무엇이었는지를 묻는다. 지난 시대는 자본주의, 민주주의, 기술이 동시에 발전하며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민주적 평화이론’이 지배하던 낙관의 시대였다. 지난 시대는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 많은 세상이었다. 경제는 성장하고 석유자원은 풍부하며, 이산화탄소를 맘껏 배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세계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글로벌 정치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었다.

《불안의 시대》는 지난 시대를 예리하게 통찰하면서 모든 국가가 협력하면 부유해질 수 있다고 믿었던 낙관의 시대가 어떻게 분열과 경쟁으로 대립하는 세계로 이행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더 이상 현재의 위기를 지난 시대의 논리, 즉 자유시장과 세계화, 민주주의,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강조한다. 테러, 전쟁, 대량 살상, 핵확산, 지구 온난화, 빈곤, 식량, 물, 에너지 자원 부족, 통제 불가능한 이민 등 숱한 글로벌 문제들은 1978년 이후 국제정치를 특징짓는 글로벌 경제 통합의 과정에서 파생되거나 악화된 것들이다. 글로벌 사회는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위험한 정치적?경제적 문제들이 많아졌음을 뜻한다.

저자는 한 나라의 이익이 다른 나라의 손실을 의미하는 제로섬 논리를 통해서, 주요 강대국들의 경제적.군사적으로 심화되는 경쟁관계를 설명하고, 이런 관계가 왜 세계의 위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지를 국지전,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붕괴, 식량과 에너지 부족, 환경 재앙, 핵 테러의 가능성을 높이는지를 설득력있게 주장한다. 그리고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주요한 동시대의 인물들과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생중계한다


《불안의 시대》는 현대사를 주도했던 인물들의 말과 행동, 에피소드와 광범위한 자료를 통해 그들 지도자들의 신념과 사상 들이 어떻게 세계 정치와 경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자신을 경제적?도덕적 십자군으로 생각했던 대처와 레이건 등 지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정치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90년대의 새로운 흐름을 간파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테랑이 사회주의 실험을 버리도록 만들었던 들로르, 파산 직전의 인도 경제를 되살린 만모한 싱, 세계화 시대 아시아적 가치를 대변했던 리콴유와 키쇼어 마부바니, 유럽연합(EU)의 확대에 기여했던 귄터 페어호이겐 등, 세계 곳곳에서 활약했던 수많은 인물과 사상가 들을 끌어들여 이야기한다.

또한 단순히 미국과 중국 중심의 강대국에 대한 서술에 머물지 않고, 라틴아메리카와 인도, 동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 나라들을 균형있게 살피면서 각 나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세계화를 받아들이고 대처해왔는지를 촘촘하게 보여준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 및 소련의 붕괴 과정과 이후의 급격한 동유럽의 변화 등 지난 역사적 사건에 관한 묘사는 독자들이 마치 그때 그곳에 있는 듯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과 정치적 여파가 어디까지 미쳤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소련과 중국, 미국과 독재국가의 관계, 라틴아메리카의 흐름 등, 흥미로운 대조를 통해서 지난 시대가 어떤 믿음과 신념을 바탕으로 흘러왔는지를, 그리고 전체사로서 세계를 읽는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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